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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신도 주인의식 없인 사찰 운영 어렵다”

  • 교계
  • 입력 2020.04.24 10:02
  • 수정 2020.04.24 10:06
  • 호수 1535
  • 댓글 0

‘사찰경영’ 펴낸 조기룡 동국대 교수
감염병 유행에 비대면 문화 확산
온라인 법회 등 신행변화 불가피
신도 주인의식 크면 책임감도 커
사찰에 못 가더라도 기꺼이 보시
불교 최고 경쟁력은 여법함·수행

조기룡 교수는 “한국불교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여법(如法)함과 수행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조기룡 교수는 “한국불교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여법(如法)함과 수행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는 사회전반은 물론 불교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겁니다. 신체 접촉을 피하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법회도 온라인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같은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찰들도 기존 운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사찰경영-부처님 법대로 하면 잘된다’(올리브그린)를 펴낸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그는 불교학계에선 드물게 사찰경영·종무행정을 전공한 불교학자다. 조 교수는 사찰 경영 분야를 재화, 인사, 포교, 스님, 사찰, 종단의 6가지로 구성하고 그 경영 방법을 부처님 법에서 찾았다.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으면서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사찰경영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 한국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습니다. 허나 그 핵심이 사찰경영이라는 점이 간과되는 듯합니다. 이제 한국불교가 살기 위해서는 사찰은 산문을 넘어야 하고 경영은 산문에 들어야 합니다. 그 속에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사찰경영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불교의 전통이 살아있는 가운데 현대의 경영이 발휘되는 사찰경영이 창조돼야 하는 것입니다.”

조 교수는 탐욕을 내려놓는 수행처인 ‘사찰’과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의 합성어로 의미상 조화를 이루기 힘든 측면이 있음에도 ‘사찰경영’이 동시대 한국불교의 화두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재가불자가 사찰 일에 수동적이고 승가에 대한 보시도 소극적인 탓에 사찰 살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고, 이런저런 물건들을 팔아 수익을 남기는 것이 진보적인 것으로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수익사업들이 오히려 한국불교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사찰 수익사업이 승가의 리더십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스님들의 리더십은 세속적 수익을 창출하는 경영이 아니라 세간적 가치관을 초월한 수행에서 생겨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찰경영 전문가인 조 교수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변화될 환경에서 사찰들이 재정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한 것은 신도들의 주인의식이다.

“신도들이 정말 내 절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면 사찰운영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인의식은 곧 책임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절에 나와야만 보시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정기적으로 계좌이체를 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상황처럼 부득이 사찰에 못가더라도 기꺼이 보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찰이라야 온라인 법회도 성공하고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그런 문화는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신도들이 사찰의 주인으로 설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조 교수는 사찰 업무와 행정을 주지스님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경계할 것을 제안한다. 스님과 신도 사이에 주종 관계가 강하게 형성될수록 신도는 결정적인 순간에 손님이나 구경꾼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스님이 권위는 있어야 하지만 그 행동이 권위적이어선 곤란합니다. 권위가 다른 사람을 통솔해 이끄는 힘이라면 권위적이란 상대를 억압하는 것입니다. 만약 스님이 신도를 사찰 일에 대해 무지하다고 간주해 피동적으로 움직이게 하거나, 지시하면 그대로 순종하며 소임을 다하는 것이 신도의 자세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권위적인 것입니다. 권위적인 것은 탈종교화를 부추기고 사찰 재정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조 교수는 신도를 구경꾼이나 참석자가 아닌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최고의 리더십이며, 코로나 시대에 불교계가 적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찰 행정과 업무 전반을 신도들과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럴 때 스님이 신뢰받고 사찰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국불교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여법(如法)함과 수행력에 있다”며 “한국불교가 현재의 성장 정체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사찰 외부적으로는 지속적인 포교로 신도를 양성하고, 불자가 된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신행적인 성숙을 이끌어주면서 넓고 깊고 높고 오래가는 성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35호 / 2020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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