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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간화선’과 ‘마장판단’

기자명 선응 스님

마군, 부처님이 성불 전 극복한 장애

‘마’는 ‘생사’를 좋아하는 귀신
팔만사천 마군은 수많은 번뇌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침입

이전에는 화두를 참구할 때 ‘10가지 병’을 경계하고 ‘조사관’을 투과할 것을 설했다. 18장은 “공부는 마치 현악기를 조절하는 법과 같이 조이고 늦추는 가운데 너무 힘을 주어서 하면 ‘집착’에 가깝고, 잊어버리면 ‘무명’에 떨어진다. 똑똑하게 깨어있고, 또렷또렷 분명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했으며, 이는 ‘아함경’에서 ‘선정법’을 설한 내용이다. 

‘무명’이란 ‘12인연’으로 작용하는 ‘한 마음’에서 ‘연기법’을 알지 못하고 ‘행업(行業)’의 고통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해석하기를 “거문고를 타는 사람이 말하기를, ‘느리고 급한 것을 조절할 수 있으면 맑은 소리가 전해진다’고 하니, 공부도 이와 같아서 급하게 하면 ‘몸’을 움직이게 되고, 잊어버리면 ‘귀신 굴’에 들어간 것과 같으니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으면 ‘깊은 깨달음(妙)’이 그 가운데 있다”고 했다. 

대혜(1088~1163) ‘서장’에서 “깨닫고 깨닫지 못한 것에 관여하지 말고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느려지면 안 된다. 현을 조절하는 법처럼 하면 곡조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한 것인데, 선정 중에 탐욕·성냄·혼침·들뜸·의심의 5가지 장애가 있다. 너무 긴장하면 ‘들뜸’이거나 ‘미혹’에 든다. 그래서 ‘진각어록’에서 “‘개는 왜 불성이 없는가?’를 단지 보되 어둡지 않아야 하고 ‘보는 것이 있고 없고’를 짓지 말고 진실로 ‘앎이 없다’고도 하지 말라”하고, ‘대혜어록’은 “원통법수(1027~1090)가 지금까지 ‘묵조선’을 하는 사람들은 ‘귀신 굴’에서 긴 시간을 앉아 있도다”라고 하니, 또렷하고 분명하지 않은 ‘참선’을 경계한 것이다. 

19장은 “공부가 걸어가면서도 걷는 줄 모르고 앉아 있으면서도 앉는 줄 모르게 되면, 이때가 되어서 수많은 ‘마군’의 무리가 ‘안‧이‧비‧설‧신’의 앞에 지키고 있다가 마음을 따라서 움직인다. 마음이 만일 움직이지 않으면 무슨 상관이겠는가?”이다. 모든 경전에서 ‘마군(魔軍, mara)’은 부처님이 ‘성불’하기 전에 극복한 ‘장애’다. 

‘대지도론’에서는 “보살이 번뇌 마장을 극복하고 성불한다”고 하며, 고봉(1238~1295)의 ‘선요’에서도 “간절히 정진하되 마치 ‘구멍 없는 쇠망치’ 같이 의심의 주체와 객체, 속마음과 바깥 경계가 모두 없어져 버려야 ‘없고 없다는 것도 없는 것’에 도달한다”고 했다. 

해석하시길 “‘마(魔)’는 ‘생사’를 좋아하는 ‘귀신’이다. ‘팔만사천 마군’은 중생의 ‘수많은 번뇌’다. ‘마군’은 본래 종자가 없는데 수행 중에 ‘생각(念)’을 잃어서 근원(마음)을 벗어난 것이다. 중생은 경계를 따르기 때문에 순응하고, ‘도인(선사)’은 경계를 거슬리기 때문에 따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도’가 높아질수록 ‘마’가 성해진다. ‘참선’ 중에 혹은 ‘효자’를 보고 자기 다리를 찍으며, 혹은 ‘돼지’를 보고 자기 코를 잡는 것도 스스로 마음에 견해를 일으켜 외부의 경계를 ‘마군’으로 감지하는 것이다. 마음이 생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기량도 도리어 ‘물을 베고 빛을 부는 것’이다. 그래서 고인이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불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침입한다’고 하셨다.”

‘서장’에서 “선정과 지혜 힘으로 마장을 이기면 스스로 소멸한다”고 하니, 그래서 백장(720∼814)이 ‘청규’에서 “‘정념’이 현전하면 일체 장애가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청정도론’에서 ‘정념(正念)’은 ‘선’을 기억해서 ‘선행’을 하고 ‘악행’을 버리는 것이라고 하고 그 기억이 이어지는 것이 ‘수념(隨念)’인데, ‘정토’에서 ‘염불’은 ‘불수념(佛隨念)’이고, ‘선종’의 ‘간화선’은 ‘일념(一念)’으로 ‘화두’를 잊지 않는 것이다. 

‘마장’의 예화는 영명연수(904~975)의 ‘종경록’에서 ‘천마외도란 아주 작은 견해라도 있으면 모두 외도다. 자기 마음이 변화하여 나타난 현상이니 바른 선정을 닦아야 한다’고 한 내용이다. 게송은 ‘법구경’설이다. ‘대집경’에서는 “만일 마음에 틈이 없으면 모든 상이 원만하고, 상이 원만하기 때문에 공성이 원만해서 보살이 마를 초월한다”고 한 것이다.

선응 스님 동국대 불교학 박사 sarvajna@naver.com

 

[1535호 / 2020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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