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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덕행 ③

기자명 박희택

불교·도교·유교·기독교 모두 삼덕 개진

불교의 지비용과 유교 지인용 
도교의 자검후·기독교 신망애 
삼덕론, 솥발같이 균형 이루는 
이상적 인간상 정립의 덕행론

불교의 삼덕인 지비용(智悲勇)과 유비되는 것이 유교의 삼덕인 지인용(知仁勇)이다. ‘지(知)’는 ‘지(智)’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비(悲)’가 ‘인(仁)’과 상통한다고 볼 때 불교삼덕과 유교삼덕은 일치점을 갖는다. 공자는 ‘논어’에서 지덕과 인덕과 용덕을 균형적으로 갖춘 이를 군자(君子)라며, 유교의 이상적 인간상으로 정형화하였다. 지인용은 육군사관학교 교훈이기도 하다.

군자는 ‘군주의 아들’이란 의미를 가진 유위지인(有位之人), 곧 지위가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다 덕치주의를 심화해가면서 지위보다는 덕이 있는 사람, 곧 유덕지인(有德之人)을 군자로 칭하게 된다. ‘논어’에는 군자가 107회나 언급되고 있는데, 그 중 군자 삼덕론을 살펴보기로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의 도가 세 가지인데, 나는 하나도 잘하는 것이 없다.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은 현혹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子曰. 君子道者三, 我無能焉.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

헌문편 제30장에 나오는 이른바 군자삼도(君子三道)이다. 여기서 ‘도(道)’는 삶의 도리로서 곧 ‘덕(德)’을 말한다. 공자께서 인덕-지덕-용덕의 순서로 삼덕을 설하신 것이다. 한편 자한편 제28장에서는 같은 내용을 지덕-인덕-용덕의 순서로 설하고 있다. 설한 시공간에 따라 지덕을 앞세우기도 하고 인덕을 앞세우기도 한 것이다. 지인용 삼덕의 공능으로 지덕은 불혹(不惑)을, 인덕은 불우(不憂)를, 용덕은 불구(不懼)를 제시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단혹(斷惑)을 지덕이 아닌 용덕의 공능으로 보는 점이 다르고, 지덕의 공능으로는 전미(轉迷)로, 비덕의 공능으로는 이고(離苦)로 보는 점이 상이하다고 하겠다. 이렇게 공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불교가 인간의 고(苦)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고를 해탈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번뇌를 지식(止息)시켜 나가는 수행관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유교는 다만 인간의 본성[性]을 인식하면서 진실하고자 함(誠之者)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노자는 삼덕이란 용어 대신 삼보(三寶)를 사용한다. 세 가지 보배로운 덕행이란 의미이다. ‘도덕경’ 제67장에는 자검후(慈儉後)의 삼덕이 설해져 있다. 이를 도교의 삼덕이라 할 수 있다. 자애로움과 검박함과 앞서지 않음을 말한다. 검박함과 앞서지 않음은 노자 특유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철학이 덕목으로 표현된 것이다. 노자는 자애롭기에 용기를 낼 수 있고, 검박하기에 널리 나눌 수 있으며, 앞서지 않기에 큰 리더가 된다고 그 공능을 밝힌다. 말하자면 능용(能勇)과 능광(能廣)과 능성(能成)이다. 경문을 보도록 한다.

“나는 세 가지 보배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을 지니고 보존해 나간다. 첫째는 자애로움이고, 둘째는 검박함이며, 셋째는 감히 천하 사람들을 앞서지 않음이다. 자애롭기에 능히 용기를 낼 수 있고, 검박하기에 능히 널리 나눌 수 있으며, 감히 천하 사람들을 앞서지 않기에 능히 큰 리더가 된다(我有三寶, 持而保之.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爲天下先. 慈故能勇, 儉故能廣, 不敢爲天下先故能成器長).”

이렇게 본다면 앞서 언급한 기독교를 포함해서 사가(四家)는 한결같이 삼덕론을 개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불교의 지비용(智悲勇)과 유교의 지인용(知仁勇), 도교의 자검후(慈儉後)와 기독교의 신망애(信望愛)가 그것이다.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하나는 인류의 높고 보편적인 가르침에서 하나같이 삼덕론을 설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의 유사점과 상이점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하나같이 삼덕론을 설하는 까닭은 동양에서는 우주와 세계의 기본요소인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와 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는 시처인(時處人) 삼원(三元)의 관념이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신과 자신과 이웃을 삼관(三關)으로 본다. 신을 전제로 한 일신교의 전통이라 하겠다. 삼덕론은 기본적으로 세 솥발 같이 절대균형을 이루는 정립(鼎立)의 덕행론이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35호 / 2020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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