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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여론조사

  • 데스크칼럼
  • 입력 2020.04.30 21:36
  • 수정 2020.05.06 11:28
  • 호수 1356
  • 댓글 2

2010년대 중반 이후 감소
현실 읽으려면 통계 필요
불자 여론조사도 진행돼야

통계는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지식을 만드는 도구다. 숫자로 나타내는 통계의 특성은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융합과 통섭 시대의 대표 학문이 통계학이라고 할 정도로 데이터와 그 해석 방법이 새로운 학문과 산업의 영역으로 부각된 지 오래다.

세상이 통계와 빅데이터로 흘러가는 것과 달리 불교계 통계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지던 불교계 여론조사 기관의 활동이 멈추고 통계를 활용한 자료들도 현격히 줄었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가 실시한 대국민여론조사가 뜻깊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사회연구소는 2011년, 2014년, 2015년 인구센서스를 기반으로 ‘한국사회의 문제와 행복’ ‘한국종교의 현실과 과제’ ‘불교에 대한 인식과 과제’ ‘한국인의 종교생활’ ‘우리사회 종교가 미치는 영향력’ 등 폭넓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민들이 불교계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는 한국불교가 시대의 흐름을 주시하고 나갈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었다.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 스님)가 최근 공개한 ‘종단의 미래 설계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보고’는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5년 만에 이뤄진 여론조사라는 점도 그렇지만 조계종 스님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돼 승가 내부의 인식지평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의미가 크다.

이번 보고서는 불교사회연구소와 중앙승가대 불교사회과학연구소에 의해 만들어졌다. 연구용역을 의뢰 받은 불교사회과학연구소는 박사 스님들로 구성된 연구자 모임에서 설문 문항 하나하나 토론을 거쳐 확정하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최종 설문지를 완성했다. 난관은 100문항이 넘는 대형 설문에 참여할 응답자 확보였다.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동안거 결제기간 동안 이뤄졌고 때마침 포살법회가 전국적으로 시작됐다. 연구용역 책임자인 유승무 교수가 밝혔듯 30년 가까운 세월을 대학 강단에 섰던 게 큰 도움이 됐다. 문도 중진스님들이 여론조사원으로 참여하고 인연 있는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흔쾌히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1만여명 스님에 배포된 설문지 중 1845부를 회수했고, 응답내용이 충실한 1685부의 설문지를 최종 통계 처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를 의뢰한 불교사회연구소의 적극적인 지원과 설문항목 설정부터 보고서 작성까지의 끈끈한 협업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많은 노력과 우여곡절 끝에 나온 조사결과는 전법과 수행 현장에서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풀어온 스님들에게 듣는 생생한 여론이었다. 종단의 중장기 과제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무게감은 실로 지대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조계종 스님들은 종단이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불평등 구조개선’과 ‘고령화 대비’를 꼽고 있음이 뚜렷이 확인됐다. 미래 한국불교가 추구해야할 가치로는 불교의 사회참여를 대단히 중시 여겼고, 신도수 감소 대안으로 ‘실생활에 유용한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스님들이 답했다. 또 스님들의 청정성에 낮은 점수를 준 것이나 주지 정년을 70살로 제한하고 주지직 공개채용에 대다수 스님들이 공감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이 같은 여론조사는 정기적으로 진행돼야 하고 설문 문항에 대한 보완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재가불자들이 생각하는 불교에 대한 인식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불자들은 어떤 이유로 절에 나오며, 어떤 스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찰운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신행활동 중 힘든 것은 무엇이고, 어떤 때 불교가 자랑스럽고, 불교를 떠나고 싶을 때는 언제인지를 유의미한 수치로 환산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 하나하나가 사부대중이 바로 서고 바로 갈 수 있도록 만드는 자산이다. 불교가 통계를 가까이할수록 현실을 정확히 읽고 대중을 깊이 헤아릴 수 있다.

mitra@beopbo.com

[1536호 / 2020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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