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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신행 문화의 변화 필요하다

“절에 올 날만 기다렸습니다.”

2개월 만에 공식 법회가 재개된 4월23일, 부산의 한 도심 사찰에서 마주한 음력 4월 초하루 법회의 풍경은 많은 변화가 함께했다. 불자들의 법복에 마스크가 추가됐다. 한복 자태의 다도반, 합창단도 모두 마스크를 썼다. 도량 입구에서는 불자들이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위해 줄을 섰다. 명단도 일일이 기록했다. 좌복은 평소보다 간격을 넓혔다. 넓히다 보니 수용 인원에 한계가 생겼다. 다른 법당에도 좌복을 배치해 불자들이 넓게 앉도록 했다. 어간 끝에는 삼각대에 고정한 카메라가 자리했다. 온라인상에 올릴 법회 영상을 촬영하기 위함이었다. 

대중 공양실은 여전히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공양을 위해서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고, 전염 우려가 크기 때문이었다. 스님들은 연신 불자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고 양해를 구했다. 

몇 개월 동안 사실상 도량문을 닫다시피 사찰이 운영되다 보니, 스님들에게는 “지난달 절에서 일하시는 분의 월급을 겨우 맞췄습니다”라는 넋두리가 흘러나왔다. 회비 받는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자니 불자들도 힘들 거라 몇 번을 망설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스님들에게 오히려 불자들은 “공양은 제때 챙겨 드셔야 합니다” “기도비 보낼 계좌번호 알고 싶습니다”라며 염려했다. 한 노보살은 아껴둔 용돈을 조심스레 내밀었고, 스님은 숙연해했다. 스님도, 신도도 서로의 소중함을 이번 코로나 사태로 새삼 발견한 것이다. 

2개월 만에 산문에 들어선 불자들은 밝은 미소로 불자의 자긍심을 표현했다. “절에 오고 싶었어요.” “기도가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습니다.” “다른 종교의 대처를 보니 안타깝습니다.” “불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스님의 목탁 소리에도 무게가 실렸다. 염불성은 더 또렷했고, 행자 스님부터 사중 노스님까지 법석을 함께했다.

어느 스님의 말처럼 “이제 코로나 이전의 법회 방식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돌아가기를 기다릴 시간이 있으면 이 변화에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능동적으로 모색하고 실천하는 게 우선이다. 좌충우돌하며 유튜브 영상 법회를 시도하는 스님과 재가 법사님이 상당하다. ‘온라인 불전함’이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공양 대신 떡 나눔도 정착됐다. 신도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회사를 찾아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사례도 늘었다. 소극적이기만 했던 불교가 이제는 앞장서서 변화를 모색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강 건너편 불처럼 여기는 곳도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주영미 기자

코로나19와 상관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의 신앙심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 법회와 신행, 나아가 사찰 운영 전반의 점검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스님과 재가불자가 존중과 배려로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변화를 모색할 때다.

ez001@beopbo.com

 

[1536호 / 2020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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