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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길어 올린 생의 아름다움을 펼치다

  • 불서
  • 입력 2020.05.06 10:43
  • 호수 1536
  • 댓글 0

‘꽃을 사랑한다’ / 현진 스님 지음 / 모과나무

‘꽃을 사랑한다’

도심 속 작은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2층 카페가 있고, 찻집이 들어앉은 마당은 꽃과 나무, 벤치 등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아담한 도량이 있다. 대웅전 있는 곳은 주변 숲과 어우러져 정결한 멋을 더해 비어 있으면서도 꽉 찬 듯한 묘미가 돋보이는 곳이다. 

청주 마야사에서는 뜰의 매화와 산수유가 제일 먼저 봄의 신비를 풀어 놓는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에 숲이 깨어나면 온갖 나무들이 연둣빛 물감을 마음껏 풀어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화를 남기고, 가을 산책길에 밤 줍다보면 어느새 호주머니가 불룩해진다. 또 눈 내린 마야사를 마주할 때면 영락없는 산사임을 깨닫게 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을 가꾸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주지 현진 스님은 그 꽃들을 들여다 볼 때마다 메마른 마음에 수액이 흐르는 기분을 느낀다. 

그곳에서 봄이면 꽃을 심고 여름이면 김매고 가을엔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을 쓸어내고 겨울이면 살을 에는 추위 속에 다음해 봄을 기다리는 스님이, 그 평범한 생활 속에서 문득 문득 깨달은 생의 아름다움을 옮긴 글을 모아 엮었다. 글의 대부분이 꽃 심고 김매고 마당 쓸며 생활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지만, 비바람을 견뎌내고 꽃이 피어나는 그 찰나의 순간에서 백 마디 법문보다 절절하게 와 닿는 부처님 법음을 느낄 수 있다.

“꽃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건 그 때를 달리하여 피기 때문이다. 인생이 신비로운 것도 사람마다 지닌 개성과 재주의 쓰임새가 다른 까닭이다. 누구에게나 절정의 때는 따로 있다.”
“어제의 결정이 오늘은 불행일 수 있고, 오늘의 선택이 내일은 행복이 될 수 있는 게 세상일이다. 그러므로 눈 감는 순간까지 배우고, 고치고, 도전하며 사는 거다.”
“정갈하게 치우는 것은 몇 시간이 걸리지만 다시 흩트리는 것은 잠시의 일이더라. 다른 때 같으면 청소했던 일이 억울해서 속상했을 법도 했을 터인데 이번에는 날씨와 다투지 않기로 했다.”
 

청주 마야사 현진 스님이 꽃 심고 김매고 마당 쓰는 생활에서 길어올린 부처님 법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엮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의 삶이 다르듯,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계절이 있고 삶이 만개할 꽃 피는 시절 또한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벚꽃이 터지는 봄날엔 구절초가 피지 않고, 국화 만발한 날에는 개나리가 숨죽이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차례차례 피는 꽃이라서 조화로운 것이다. 스님이 꽃 심고 김매고 마당 쓸며 시시때때로 느꼈던 감정을 풀어놓은 글에는 바로 그 진리가 담겨 있다. 

여기에 긴 세월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 수행자로 살아온 스님이 노래, 시, 영화, 연극, 잡지, 책 등에서 부처님 가르침에 맞닿아 있는 내용들을 함께 곁들인 이야기들은 풍파 가득한 이 세상을 견디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자 축원에 다름 아니다. 덕분에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되면서 오늘의 봄날을 다시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연(奇緣)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시절, 마음에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는 훈훈함이 더해진다. 1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36호 / 2020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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