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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중생련(火中生連)

봉축과 연등 하나 더 달기 의미

영가 스님의 ‘증도가’에 화중생련(火中生連)이라는 말이 있다. “불 속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뜻이다. 불속에서 연꽃이 핀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중생이 사는 세상, 즉 색계, 욕계, 무색계 이 삼계(三界)가 불타는 집, 화택(火宅)이라는 가르침을 생각한다면 화중생련(火中生連)의 의미는 명료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구촌은 불타는 집과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죽어가고 있다. 화탕지옥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런 화염 속 지옥 같은 세상에서 연꽃처럼 피어나 세상을 밝게 비추는 이들 또한 또렷하게 드러났다. 감염 우려의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도 분초를 아껴 헌신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행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 국민들의 노력 또한 화택 속에서 핀 연꽃이었다.  

이런 노력들로 코로나19는 극복되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10여명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불교계의 역할도 컸다. 법회와 불교대학, 템플스테이를 가장 선도적으로 중지했으며,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후원금 전달과 사찰음식 도시락 배달,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와 소독제 제공 등 남다른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몇 달째 계속된 법회 중단으로 사찰은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사찰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경비마저 빠듯해 시름이 깊다. 불교계 가장 큰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이 왔음에도 사찰 마당에 가득 이름 없는 연등들이 나부끼고 있다. 도량이 유지돼야 수행자를 길러낼 수 있고 포교는 물론 부처님의 가르침을 후대로 전승할 수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신도회를 비롯해 재가단체들은 한등 더 켜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화중생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서원을 담은 아름다운 연등이 사찰 마당 가득히 달리는 것, 그것은 불자들이 신심으로 일궈낸 또 다른 화중생련의 현장이 될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36호 / 2020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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