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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역사의 첫걸음 ‘인류애’

기자명 금해 스님

기득권자·비기득권자 속 불평등
평등은 이기거나 지는 것 아닌
둘이 하나 될 때 흐름 바뀌는 것

세상의 불평등함은 존재의 시작과 함께 해 왔습니다. 모든 생명들이 다르게 태어났기에, 불평등이 평등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생명의 근원인 자연은 만물에 평등합니다. 수많은 생명들이 각자 근기에 맞게 가져갈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평등과 불평등의 기준은 모호합니다. 의식주를 비롯해 부(富)와 명예, 권력 등 모든 것이 각자의 욕망에 따라 ‘평등’과 ‘불평등’의 이름이 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등과 불평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합니다. 

불평등에는 기득권자와 비기득권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인 최초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은 기득권자와 비기득권자가 하나되어야 합니다. 겉보기에는 이기거나 지는 싸움인 듯하지만, 결국에는 둘이 하나가 되어야 물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꿉니다.

1863년 미국,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이 그랬습니다. 흑인들이 열렬하게 원했지만, 링컨은 백인이자 최상의 권력자인 대통령이었습니다. 그와 그를 돕는 백인들이 없었다면 평등의 시작은 없었을 것입니다. 

캐서린 존슨은 흑인이면서 NASA의 첫 여성 수학자였습니다. 그녀는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을 가능하게 했던 아폴로 11호의 궤도를 설계한 천재적인 인물입니다. 당시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의 극명한 차별 속에서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작은 틈을 열어준 사람은 백인이며 남자들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과 루시 스톤은 미국 여성선거권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입니다. 1870년 수정 헌법 제15조가 통과되고, 1920년 투표권을 얻기까지 50년이 걸렸습니다. 이는 기득권자인 남성들의 법적인 승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이러했습니다. 

인류 역사에는 수많은 이들이 처음을 시도하고, 처음을 결정하고, 처음을 완성했습니다. 새로운 삶의 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갑니다. 그것은 이득과 손해, 실패와 성공,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될 때 가능합니다.

의식주와 부(富), 권력, 사회적 권리, 교육과 의료의 기회, 자연의 풍요로움 등 평등한 기회를 열망하는 비기득권자들에게는 그저 ‘열망’일 뿐입니다. 차별된 수많은 것을 나누는 실천 행의 문을 여는 열쇠는 기득권자에게 있습니다. 

온갖 차별의 역사 속에서, 부처님은 자그마치 2600년 전에 신분과 성별을 뛰어넘는 평등을 실천하고 펼친 최초의 인물입니다. 부처님은 인도의 절대적인 기득권자인 왕족 크샤트리아 계급이었습니다. 부처님의 결정은 불교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종교로 만들었습니다.

비기득권자들의 열망과 기득권자 가운데 뛰어난 사람들의 용기 있는 허용이 없었다면, 인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평등과 불평등의 이름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붙여지지만, 역사에 남는 위대한 첫걸음은 서로를 구제하고 감싸는 인류애에 의해 완성됩니다.
 

어렵고 고단한 시대의 시작인 2020년대, 자비와 헌신·인류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성취하고 모든 생명을 행복하게 할 위대한 이름들이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잇는 한국 불교의 역사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이름을 기다립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36호 / 2020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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