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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근본적 수용과 위빠사나 명상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의식하라

순간순간 일어남 정확히 알아차리고
가장 깊은 본성 깨어있음 인식해야
어머니 사랑처럼 고통 감싸 안으며
변화하는 삶 자체를 소중히 여겨야

근본적 수용이란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친절함과 사랑의 마음으로 분명히 인식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어느 순간이든 몸과 마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통제·판단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의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본적 수용의 첫 번째 날개는 마음챙김이다. 순간순간의 경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조절하려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으면서 이 모든 것을 의식하는 것이다. 주의는 모든 조건에서 자유롭게 열려있는 상태이다. 명확히 볼 수 없다면 경험을 진실하게 수용할 수 없다. 일어났다 사라지는 생각과 느낌의 물결을 붙잡고 변화시키려하거나 저항하지 말고 마음챙김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챙김을 통해 가장 깊은 원래의 본성이 깨어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깊은 본성이 끝없는 자비의 바다임을 인식하게 된다. 

근본적 수용의 두 번째 날개는 자비이다. 두려움이나 슬픔의 감정에 저항하는 대신에 아이를 보듬는 어머니의 사랑처럼 자신의 고통을 감싸 안는 것이다. 자비는 우리가 지각한 것을 부드럽고 호의적인 방식으로 관계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 순간의 삶과 있는 그대로 친해지게 한다. 자비는 분노나 실망을 밀어내거나 판단하지 않는 대신에 부드럽고 친절하게 자신의 아픈 상처와 함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마음챙김과 자비는 거대한 새의 두 날개만큼이나 상호의존적이다. 두 날개는 함께할 때 우리를 날 수 있게 하고 자유롭게 해준다. 그들은 함께 기능하며 서로를 강화시키기에 참된 치유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마음챙김과 자비가 함께해야 한다. 근본적 수용의 두 날개는 늘 변화하는 삶, 그 자체로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도록 만들어준다.

이제 마음챙김 능력을 기르는 불교 수행인 위빠사나 명상을 통해 근본적 수용을 체험해 보자. 먼저 의식을 또렷이 하고 자리에 편안히 앉는다. 등을 바로 펴고 몸의 긴장을 내려놓는다.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마음의 눈으로 부드럽게 천천히 살펴본다. 심호흡을 두 세 차례 한 후 자연스럽게 호흡하면서 숨이 코에서 들어오고 나갈 때의 감각을 지켜본다. 콧구멍 주위나 인중 근처에서 숨이 드나드는 것은 비교적 느끼기 쉽다. 혹은 가슴의 움직임이나 배가 불렀다가 꺼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이때 호흡이 가장 뚜렷하게 느껴지는 한 곳을 정해 그 호흡의 감각에 주의를 둔다. 호흡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거나 불필요하게 집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호흡을 바라본다. 편안하되 깨어있는 의식으로 매순간 호흡에 따른 감각의 변화를 알아차린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계속 떠오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생각들을 쫓아낼 필요는 없다.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그것을 그대로 무심하게 바라본다. 그래도 계속 떠오르면 “생각, 생각”이라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마음속으로 이름을 붙여본다. 그런 다음 아무런 판단 없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온다. 

만약 어떤 특정한 감각이 강해져 계속 신경이 쓰인다면, 호흡 대신 이 감각을 바라보며 마음챙김을 해도 된다. 따뜻하거나, 차갑거나, 따끔거리거나, 후끈거리는 느낌일 수도 있다. 부드럽고 열린 의식으로 감각을 단지 있는 그대로 느끼며 그것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차려 본다. 같은 방식으로 두려움, 슬픔, 행복, 흥분 등의 강한 감정을 마음챙김할 수도 있다. 떠오르는 감정에 매달리거나 저항하지 말고, 또렷이 깨어서 그저 바라본다. 그런 감각과 감정들이 누그러지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온다. 

마음챙김을 훈련할 때 일어나는 생각이나, 신체적 감각, 정서적 느낌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근본적 수용을 연습하며 씨앗을 심는 과정일 뿐이다. 이렇듯 위빠사나 명상을 하다 보면 점차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과 부드럽고 명료하게 관계 맺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36호 / 2020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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