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단기출가 동자승
사라진 단기출가 동자승
  • 이재형 편집국장
  • 승인 2020.05.08 20:41
  • 호수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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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아이는 귀한 존재
동자승은 전통불교에 기반
코로나로 사찰들 행사 취소

불교에서 동자(童子)는 특별한 존재다. 나이어린 스님을 일컫기도 하지만 열렬한 구도자나 보살로도 표현된다. ‘열반경’의 사구게 중 ‘나고 죽는 그 일마저 사라져 버려야 거기에 고요한 즐거움이 있네’라는 후반부 게송을 듣기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린 설산동자가 대표적이다. 문수보살 가르침을 받고 선지식을 찾아 남쪽으로 순례를 떠난 선재동자도 숭고한 구도의지를 상징한다.

경전에는 동자가 불보살의 화현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향가를 지어 두 해가 뜨는 괴변이 사라지게 했던 신라 월명 스님에 나타난 청의동자와 금산사 진표 스님이 부사의방에서 온몸을 던져 참회수행을 할 때 생명을 구해준 청의동자는 미륵보살의 화신이었다. 고려시대 혜명 스님이 거대한 은진미륵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 동자들이나 지독한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조선 세조가 오대산에서 병이 나을 수 있도록 도와준 동자도 보살의 화현이었다. 이렇듯 동자는 나이는 어리지만 중생이 겪는 고뇌를 해결해주고 어리석음을 깨뜨려 지혜를 완성하도록 이끌어주는 천진무구한 존재다.

매년 4~5월이면 여러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단기출가 동자승’은 불교의 전통적인 동자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1999년 서울 조계사에서 시작돼 이제는 부산 내원정사, 홍법사, 대구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속초 신흥사 등에서도 동자승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동자승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어른들로서도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자승들은 봉축기간 내내 절에서 지내며 각종 법회와 위문행사, 봉축 이벤트, 연등축제에도 참여한다. 워낙 이색적이고 눈길을 끌다보니 일반 언론과 방송에서도 동자승 삭발식이나 공을 갖고 뛰어노는 모습은 빠뜨릴 수 없는 취재거리였다.

동국대 불교아동교육연구소가 2015년 조계사 단기출가 동자승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18일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찰한 내용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준다. ‘불교에 기초한 인성교육프로그램에 관한 연구’(종교교육학연구 제50권)에 소개된 가족들 반응은 동자승 체험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잘 나타난다.

“세현이가 단기출가를 다녀와서 한글 반야심경을 직접 사경하고, 불교 영화나 불교방송을 직접 선택해 시청하고 불자가 아닌 사람도 포교하려고 합니다.”(오세현 고모할머니) “성배는 식습관이 바뀌어 스스로 잘 먹고 많이 먹어 달덩이가 됐습니다. 표현력이 적극적이며 밝아져서 엄마 입장에서 큰 과제를 풀었습니다.”(박성배 엄마) “민규는 출가 전에 동생이 뭐 가지고 가면 밀치기 대장이었는데 이제는 말로 해요. 미운 말도 안하고 화도 안내고 정말 기특합니다.”(오민규 엄마) “출가 이후 차분해진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면서도 기특합니다. 아침이면 일어나서 라디오에 방송된 CD를 들으며 출가 때를 추억합니다. 태현이와 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유태현 엄마)

연구자들이 알아차림과 명상이 몸에 배도록 동자승들에게 걷기명상, 그림명상, 미소명상, 구름명상, 조약돌명상, 음식명상 등을 지도하고, 불교공식 행사도 아이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해 적절히 조율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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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승 단기출가는 유아기에 불교를 만나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고 불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주변을 맑고 밝게 만들고 나쁜 것에 쉽게 물들지 않도록 하는 불교교육의 목적과도 잘 부합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사찰들이 단기출가 동자승 프로그램을 취소한 것은 아이들과 부모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더라도 아이들은 불성을 지닌 천진한 존재이며, 지혜와 자비를 갖춘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어른들 역할이라는 사실까지 망각돼선 안 될 일이다.

mitra@beopbo.com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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