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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공업

기자명 우봉 스님

사람은 항상 선택을 하며 산다. 무엇을 먹고, 구매하며 무엇을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매순간 선택하고 있다. 선택의 근본은 좋음과 싫음[貪, 瞋]이라는 감정에서 시작하기에 모두가 동일하다. 그러나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학습한 “더 좋은 것을 선택하고 싫은 것은 멀리하는 방법과 기준”은 선택자를 다른 사람과 차별되게 한다. 선택의 기준을 가치관이라고 하고 선택하는 행위가 익숙하게 반복되면 습관이라고 한다.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특정한 선택을 반복하면 문화가 된다. 더 좋은 선택을 하는 빈도가 높은 사람을 똑똑하다 하고, 더 좋은 것의 기준이 상생에 있다면 훌륭한 인격자로 칭송받을 것이다. 선택의 기준이 확고하면 주관이 확실하거나 고집이 세다고 할 것이고, 기준이 불분명하면 정체성이 없다거나 귀가 얇다고 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좋은 선택을 보다 많이 하면 선진국이라 부를 것이다.

선택이 반복되며 방향성을 보이면 그 행위를 ‘업(業)’이라고 한다. 순간순간의 기로에서 어떤 기준으로[意業] 어떤 말[口業]과 행동[身業)] 반복하여 택한 결과[果報]가 지금의 나 자신이다. 나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환경(가족, 국가, 생일 등)과 타고난 육체, 성격, 재능 등은 전생업에서 유래하며 이번 생에 형성한 습관들은 금생업이 되고 다음 생에서는 전생업으로 작용할 것이다.

업은 윤회를 반복하게 하는 강력한 사슬이며 생과 생으로 계승이 된다. 그래서 불자들은 자신이 반복하는 행위, 자신의 업에 대해 항상 염두에 두고 관리하려 애쓴다. 불자들이 결국에 귀결하는 발원이 업장소멸인 것도 다겁생의 업력을 관리하기가 얼마니 지중한지를 느껴봤기 때문이리라. 사족으로 초심자들이 자주 착각하는 일을 짚고 싶다. 가끔 돈이 부자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거액 상속 후 패가망신한 사례와 반대로 자수성가한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전생업이건 금생업이건 부자가 될 업이 부자를 만든다. 건강한 것도, 공부를 잘하는 것도, 세련된 외모를 갖추는 것도, 덕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도 다 업의 소치이다. 전생의 업장을 줄이려 발원하고 금생에 노력하며 선업을 쌓으면 그 결과로 부자가 될지언정 갑자기 생긴 돈다발은 나를 부자로 살게 하지 못한다. 

사회가 함께 짓는 공업(共業)도 중요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될 때 우리나라가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효과적인 방역 대책과 함께 국민의 ‘청결 공업’의 덕분이라고 보인다. 사스, 메르스, 미세먼지 등으로 마스크 착용 및 손소독의 반복이 사회적 관습이 되고 방역관념이 공업이 되어 효과를 본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불교는 중생의 생명을 우선하는 호국불교의 전통이 있다. 가장 먼저 코로나19에 대비한 법회 중지 등 종단지침을 전 불교계가 일탈 없이 준수하고 몇몇 사찰은 산문폐쇄를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전통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았다. 

지금은 전국의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봉행하고 있으며 종단의 본말사 소임자 스님들은 국가재난극복지원금을 어려운 국민들에게 기부한다고 한다. 수천 년의 호국불교 공업이 면면이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관리에 관심이 많은 세상이다. 환영할 일이다. 자기관리가 업 관리로 승화되고 사회적인 공업 관리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자기관리에 여러 테크닉이 소개되지만 본질은 간단하다. 좋은 행위를 애써 반복하고 나쁜 행위의 반복을 줄이자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우봉 스님 서울 호압사 주지 wooborn@hanmail.net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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