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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사회화 과정, 서양철학으로 추적

  • 불서
  • 입력 2020.05.11 10:55
  • 호수 1537
  • 댓글 0

‘유식, 마음을 읽다’ / 저자 안환기/올리브그린

‘유식, 마음을 읽다’

마음의 다양한 모습을 가장 세밀하고 광범위하게 분석한 것으로 불교의 유식학을 빼놓을 수 없다. 5위100법의 범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식학은 불교학 중에서도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수행을 통한 마음의 관찰은 극히 주관적인 경험이다. 이런 주관적인 경험들이 어떻게 타인과 공유가 되고 객관적인 경험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책은 이러한 본질적인 의문을 풀어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탄생했다. 저자는 유식학은 인식 대상이 수행 공동체의 규칙에 부합하는 언어로 표현되면서 구성원 간의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인식 대상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는 모두 ‘알라야식’에 존재하는 ‘명언훈습종자’가 변형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 역시 그의 ‘후기이론’에서 사적인 경험이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한 규칙에 부합되는 언어로 표현될 때 그 언어는 소통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언어가 공동체의 삶 속에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입장이다. 유식학과 후기비트겐슈타인 이론 모두 공동체의 관습, 규칙과 부합하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음이 사회화된다고 보고 있다.

저자는 이런 논거들을 현대 신학자인 조지A. 린드벡이 분류한 종교언어이론에 착안해서 유식학에 맞는 인식적-문화적 모델을 새롭게 제안한다. 인식적 모델은 식의 분화에 의해 인식의 주체와 인식의 대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문화적 모델은 언어가 의미를 가지게 되는 과정과 언어에 의해 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식을 언어와 대상 간의 대응관계라고 했을 때 유식에서의 인식은 결국 주관과 객관 모두 식의 분화에 의해 이뤄진다. 인식의 객관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식의 변화일 뿐이다. 따라서 인식 대상을 언어로 표현하여 그것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형성되는 사회적 자아 또한 무아적 존재가 된다. 공동체가 합의한 규칙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언어가 결정되기에 언어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트겐슈타인의 후기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대상에 부여된 명칭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여실히 알게 되면 대상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대상을 파악하는 주체도 무아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행자는 마음에 나타난 모든 존재는 단지 영상일 뿐임을 통찰하고 자신의 존재근거가 완전히 바뀌는 ‘전의’ 경험을 통해 붓다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1만8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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