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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역사 증언한 ‘삼국유사’가 현대인에게 전한 메시지를 만나다

  • 불서
  • 입력 2020.05.11 11:03
  • 호수 1537
  • 댓글 0

‘모든 책 위의 책 : 삼국유사로 오늘을 읽는다’ / 고운기 지음 / 현암사

‘모든 책 위의 책 : 삼국유사로 오늘을 읽는다’

신라 승려 혜통은 당나라 공주의 병을 고쳐주고 급하게 귀국했다. 공주의 몸 안에 있다가 쫓겨나 이무기로 변한 괴질이 신라로 도망쳐 사람들을 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혜통이 신라에 돌아와 쫓아냈으나, 이무기는 다시 버드나무에 스며들어 사람의 마음을 조정했다. 이때 벌어진 모든 일들은 괴질이 깔아놓은 대로 흘러갔다. 몇 차례나 혜통에게 당한 괴질은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혜통과 왕을 이간질하기도 했으나, 결국 혜통과 왕의 지혜와 절제가 불행한 사태를 막아냈다.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이야기로 여기서 괴질은 오늘날의 전염병이다. ‘삼국유사’는 멀고 오랜 역사이고 당대를 증언하면서도, 이처럼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하나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 그러한 ‘삼국유사’ 속 이야기가 오늘날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헤아리고 이야기로 풀어내 ‘모든 책 위의 책 : 삼국유사로 오늘을 읽는다’로 엮은이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일연과 삼국유사의 시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일연을 묻는다’를 펴낸데 이어, 2007년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한국고전문학과 ‘삼국유사’를 강의한 후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시리즈’를 기획하고 ‘삼국유사 글쓰기 감각’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 등을 펴낸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다.

책은 오랜 세월 ‘삼국유사’에 천착하며 “정녕 우리 역사를 지식인의 역사에서 민중의 역사로, 사대의 역사에서 자주의 역사로 바꿔놓았고, 우리 문학을 지식인의 문학에서 민중의 문학으로, 사대의 문학에서 자주의 문학으로 바꿔놓은 책”이라고 평했던 저자가 ‘삼국유사’ 속에서 깊이 공감하며 읽을 만한 이야기, 다사다난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삶의 지혜와 위로를 주는 이야기를 현대 이야기와 함께 엮어낸 역사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먼저 ‘삼국유사’로 ‘오늘’을 읽는다. ‘삼국유사’ 속 이야기의 어느 한 대목과 이에 견주는 지금의 이야기 한 대목을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읽도록 이끌면서 일연 스님의 심정을 한발 더 들어가 헤아리게 함으로써 옛날과 오늘이 이야기를 통해 만나도록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삼국유사’를 사자성어로 읽게 한다. 원효 스님과 혜공 스님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뒤를 봤을 때 혜공에게서 물고기가 산채로 나와 시냇물을 헤엄쳐 간 이야기를 ‘여시오어(汝屎吾漁, 너는 똥이나 나는 물고기)’로 제시하고, 일연 스님이 ‘조신의 꿈’ 이야기를 전하면서 끝에 한 줄 붙인 ‘수고로운 인생, 일순간 꿈인 걸 알겠네’를 줄여서 ‘노생일몽(勞生一夢, 수고로운 일생, 한순간 꿈)’으로 표현한 것처럼 전체 40편에서 각각 이야기의 키워드를 ‘삼국유사’ 원문 가운데서 뽑아 새로운 사자성어로 만들어냈다. 덕분에 더 깊고 자세하게 읽을 수 있다.

“일연의 ‘삼국유사 저술’은 세속의 입방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제 ‘삼국유사’는 모든 논의의 저 위에서 의연히 자기 자리를 잡았다. ‘삼국유사’는 모든 책 위의 책”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우리를 속 깊게 품어 위로해주는 이야기를 모아 엮어낸 책을 통해 ‘삼국유사’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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