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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도선율사의 계율관

기자명 정원 스님

사분율 한계 대비해 경율론 근거한 합리적 기준 제시

계행, 사분율 기준 삼을 것 확립
사분율 명료 않으면 다른 율 채용
원칙만 고수 않는 원융적인 입장
계율 제정 목적 새기는 게 관건

중국에 네 가지 율장이 동시에 존립하던 상황에서 율장마다 조금씩 다른 지범개차의 기준은 일상에서 계율을 실천하는데 혼란과 충돌을 일으켰다. 도선율사는 어느 율장에 의거하여 구족계를 받았는가에 따라 계체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계체이론을 근거로 수계 이후의 계행을 판단하는 기준을 결정하였다. 그는 중국의 구족계 수계가 처음부터 사분갈마법에 의해 이뤄졌으므로 ‘계행’도 사분율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소의율장의 원칙을 확립하였다. 그러나 실제 적용함에 있어서는 사분율장만으로 일처리를 온전하게 할 수 없는 한계를 인식한 그는 일의 성취를 위해 경율론 삼장에 근거한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가 정립한 기본원칙에 따르면 사분율에 율문과 뜻이 충족되어 있을 경우에는 사분율을 사용해야 한다. 만약 사분율에 율문이나 뜻 가운데 어느 하나가 결여되어 있거나 명료하지 않은 경우에는 우선 타 부의 율을 검토하여 상관관계가 높은 것을 채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나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는 계율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대소승의 경론을 근거로 출가자의 법에 장애가 되는지, 꾸짖어야 하는 일인지, 선근을 증장하여 출가사문의 과위를 이룰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원융적 입장을 취한다.

첫째, 사분율에 율문은 있으나 상황에 대한 설명부족으로 율문이 명료하지 않거나 그 속에 담긴 뜻이 불명확하거나 누락이 있는 경우에는 타 부의 율을 채용하여 보완한다. 채용여부의 기준은 율문이 가진 의리와 형세가 사분율과 관계가 있으면 취하고, 완급경중(緩急輕重) 및 시비(是非)가 서로 다르면 취하지 않는다. 율문과 뜻이 두 개의 율장에 모두 명확하게 나타나 있고 그 방식이 모두 정법에 부합하면 임의로 취사할 수 있다.

둘째, 사분율 안에 어떤 일에 대한 규정이 있었으나 훗날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앞의 가르침을 폐기한 경우다. 예를 들어 사분율에 의거하여 운율을 넣어 포살하자 재가자들의 비난이 있자 도선율사는 오분율에 따라 직설로 포살하도록 제안하였다.

셋째, 의리(義理)는 있는데 율문은 없는 경우이다. 사분율에서는 사계의 행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말뜻을 아는 사람 앞에서 계를 내놓는다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사분율’ 권44 ‘첨파건도’에 갈마작법을 함께 할 수 없는 비구 가운데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미친 사람이나 수면 중인 사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도선율사는 관련 율문이 분명한 십송율을 차용하여 율문을 보완한다.

넷째, 율문은 없지만 일은 명백하게 발생한 경우이다. 사분율에 비구는 반드시 삼의를 수지해야 하고, 비시약·잔숙·불수식을 범한 음식을 청정한 방식으로 먹기 위해서는 가법(加法)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가사작법이나 약에 대한 가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분율에는 명문규정이 없다. 도선율사는 십송율에서 가사의 작법문을 채용하고, 약에 대한 가법문은 여타의 율장에도 없어서 의리에 입각하여 직접 만들었다.

도선율사가 ‘행사초’에서 제시한 기준은 율장에 언급되거나 규정되지 않은 복잡한 상황과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신 근본목적을 중심에 두고 해법을 찾아야 함을 알려준다. 이런 접근법은 현대사회에서 새로이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공한다. 어떤 선택이든지 개인과 승단의 번뇌를 없애고, 아집과 법집을 줄이며, 해탈열반을 이루고, 중생에게 이익을 주고, 승단의 청정과 화합을 통해 정법을 이어갈 수 있는 방식으로 계율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많은 수행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행결과를 성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요익중생이 가능하려면 율장에 담긴 계율정신의 이해와 실천을 담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앞서야 한다. 이것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출가자의 몫이며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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