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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교도, 같은 날 붓다 오신 날을 기념하자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0.05.13 11:30
  • 수정 2020.05.13 11:36
  • 호수 1538
  • 댓글 12

기고-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 초빙교수

붓다 탄신 연원은 욕불일…인도력 2월이 중국역법 따라 4월로
각국 불교문화 존중하되 불탄기념일 통일로 일불제자 드러내야

스리랑카 웨삭 축제. 출처=샨티트래블
스리랑카 웨삭 축제. 출처=샨티트래블

지난달 30일은 한국불교에서 부처님오신날로 기념하는 사월초파일이었다. 조계종 등 불교종단들은 코로나19 전염병으로 5월30일 윤4월8일에 봉축법요식을 열기로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리고 음력 사월초파일에는 광화문에 설치한 봉축 탑등에 불을 밝혔다. 불교의 발상지 인도나 인근 남방지역에서는 인도력 2월 보름을 붓다 탄생일로 기념하고 있으며, 유엔에서도 그에 의지해 1999년부터 음력 4월 보름 ‘웨삭데이’를 세계의 성스러운 날인 홀리데이(Holy day, 聖日)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붓다 탄신 기념일의 통일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4월8일은 붓다의 탄생을 기념하는 욕불일로 출발했다는 기록이 의미 있다. 조상해서 모시고 있는 불상을 청소하고 붓다 오신 날까지 기도하며 축하하고, 보름날 달 밝은 밤에 공터 등에 모여 붓다님 탄생과 성도 열반의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인도력 2월 보름이 중국의 역법에 따라 4월 보름이 되고, 그날의 일주일 전 8일의 재일에 목욕재계하고 기도를 시작하는 축제의 첫날이 4월 초파일이었다. 후대 욕불일이 불탄일로 변용되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또 일본불교는 명치유신 이후 양력 4월8일을 불탄일로 기념하고 있듯이, 붓다 성탄일은 당시의 정치 사회 문화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불교가 하나의 꽃이라는 추상적인 주장이나 접근보다 단 하나도 하나일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해서 붓다아카데미에서는 세계불교도가 함께 할 수 있는 인사 칭명 ‘나모붓다야’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세계불교일화의 차원에서 붓다 탄생 기념일의 통일을 제안한다. 각국 불교에서 전승해온 고유의 불교문화는 존중하되, 불기처럼 불탄 기념일도 통일해 전 불교도가 일불제자임을 드러내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초파일 법요를 한 달 뒤로 미루는 것이 어렵지 않게 합의되었듯이 붓다 탄생 기념일의 통일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재의 관습만을 중시하면 어렵겠지만 진정한 불교운동을 바란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이 같은 주장들을 평지풍파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왜인가. 알고 보면 붓다의 출현이야말로 가장 ‘유의미한 평지풍파’의 하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붓다의 깨침이 경천동지 아닌가. 우리 불교계는 조금만 기존과 다른 견해가 나오면 일단 부정하고 거부하는 속성이 강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불교를 하는 데 오히려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인습과 관습이 무조건 부정될 것은 아니지만 유용하지 않으면 버리거나 고칠 수 있어야 한다.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천해 간다. 그것이 반드시 옳은 길이라고 단언할 수 없을지 몰라도 옳은 길로 나아가려는 속성 또한 강하다. 붓다는 깨친 이다. 깨친 이가 볼 때 중생들은 고통 속에 빠져 있다. 그것이 고통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붓다의 탄생 기념은 그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나를 알기 위한 여정의 출발이 붓다 탄생을 기념하는 진정한 의미라면, 붓다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날이 1년 12달 365일이면 어떤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인간은 다시 매너리즘에 빠져서 의미를 잃어버리고 다시 중생으로 돌아간다. 붓다님 오신 날이 매일이어야 하지만 다시 한 날을 정하는 것은, 그분의 오심을 자각하고 기념하며, 보시 등의 선행을 무차(無遮)로 하고 공덕을 짓고 공덕을 나누며 일체중생이 하나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자는 것이 아닌가.

이성운 교수
이성운 교수

세계불교도가 붓다님 오신 날을 같은 날에 기념하는 그런 때가 왔으면 좋겠다. 조금은 현실과 거리가 있을지 몰라도 뜻있는 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다면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붓다님 이 땅에 오신 것은 이 땅의 만 생명이 다 고귀한 주인이라는 것을 선언한 것이니 만 인류가 같은 날 기념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한다. 나모붓다야

[1538호 / 2020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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