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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 그쳐야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5월 초, 서울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며칠간 나오지 않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황금연휴 시기, 이태원 클럽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감염과 함께 확산되고 있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다. 이달 초 한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 클럽에 성소수자들이 집중적으로 모인다는 소문과 함께 ‘이태원 게이 클럽’이라는 표현으로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다.

이들에 대한 혐오는 기독교 계열 언론사가 노골적으로 성소수자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시작됐다. 이후 ‘게이 클럽’ ‘블랙 수면방’ 등 감염 예방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정보들이 자극적으로 전파되면서 성소수자 혐오가 촉발됐고, 지방자치단체는 클럽의 상호를 포함한 재난 문자 발송 등을 통해 혐오를 확산했다. 이후 ‘성소수자들이 방역체계를 무너뜨린 주범’이라며 성소수자 전체에 대한 비난이 터져 나왔다. 검사를 독려해야 할 시기에 성소수자들이 음지로 내몰리면서 진단이나 방역과는 무관하게 성소수자가 이슈가 됐고 이는 자발적 진단검사와 방역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동성애자를 아프게 하는 것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라는 것이 과학적 상식이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는 동성애 혐오가 만연해 있다. 의학계에서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고 오래전 정리돼 더 이상 논쟁조차 되지 않는 내용이지만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들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팔리어 율장에는 성전환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이 출가한 사실이 기재돼있다. 물론 출가 이후 이들이 성적 범계행위를 일으킨 경우 승단은 그들을 추방했다. 부처님께서 성소수자에 대해 출가까지 허락하셨다면 현재를 사는 사부대중이 성소수자의 인권보호에 힘을 실어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 종교계마저 품지 않고 외면하면 그들은 설 자리가 없다.

‘화엄경’에 따르면 이 세상은 수많은 꽃들이 어우러져 있고, 그 꽃들이 장엄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에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러니 혐오와 차별은 존재할 수 없다.
 

임은호 기자

지난 5월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이었다. 우리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긍정적 태도 변화가 국제사회에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중지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공동체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unholic@beopbo.com

 

[1538호 / 2020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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