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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

코로나19와 개신교 마녀사냥

이태원 클럽을 통한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젊은이들의 치기로 보기에는 피해의 정도가 너무 크다. 특히 영업을 재개한 상인들이나 학교에 갈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학생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의 코로나19 감염확산의 현장에서 우리는 마녀사냥의 광기를 함께 보고 있다. 개신교 신문인 국민일보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동성애 클럽을 다녀갔다고 보도하면서 성소수자를 향한 분노와 혐오가 일고 있다. 국민일보의 보도는 인권보호를 위해 감염경로 정보를 최소화해 알리는 보도준칙을 어긴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의 성소수자에 대한 테러이며 범죄행위다. 특히 감염자를 확인해야하는 정부로서는 사회적 낙인에 따른 두려움으로 음지로 숨어버린 성소수자들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나이와 연령, 성별, 성적취향을 구별 않는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을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몰고 가는 것은 대중의 분노나 절망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잔인한 폭력으로 해소했던 중세기독교의 광기어린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 국민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은 신천지의 광신과 물욕에 눈 멀어 집회를 강행했던 교회들의 일탈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조장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적인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동성을 사랑하든 이성을 사랑하든 범죄행위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은 사랑고백의 순간이, 손잡고 걷는 행위가 목숨 건 도전이며, 결국은 폭력과 저주의 가시밭길을 걸어야하는 야만이 이 땅에서는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는 ‘천수경’에 나온다. “죄는 본래 실체가 없어 마음을 따라 일어난다”는 뜻이다. 개인의 성적취향은 죄가 아니다. 이것을 죄로 몰아가는 사악한 종교적 신념이 차별과 혐오라는 악질 범죄의 시작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38호 / 2020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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