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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문근영의 ‘돌탑’

기자명 신현득

절가는 길가에 하나씩 얹어 만든 돌탑
돌 하나하나 정성과 발원 담긴 소원탑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을 땐
발끝에 차이는 하찮은 돌일 뿐
쌓이고 뭉쳐서 당당한 탑 우뚝
지나는 이 모두 소원 빌며 합장

탑은 탑파의 준말이며, 부처님 사리를 모시기 위해 이루어진 불교 예술품이다. 부처님은 쿠시나가라 사라나무 숲에서 열반하셨다. 다비를 마치고 여덟 나라에서 사리를 똑같이 나누어 탑을 쌓고 사리를 모신 것이 탑의 시작이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100년 뒤 마우리아 제국의 아쇼카 왕이 부처님 법을 널리 펴기 위해 8만4천의 절과 8만4천의 탑을 조성했다는 기록이 있다. 탑은 나무를 재료로 한 목탑, 벽돌 모양인 전(塼)으로 쌓은 전탑, 돌이나 바위를 재료로 한 석탑으로 구분이 된다. 국보 2호인 원각사10층석탑은 서울 종로 파고다공원 3·1만세의 터에 우뚝 서 있다. 국보11호 미륵사지 석탑은 백제의 솜씨로 이룩한 탑이다. 국보 20호 불국사 다보탑은 신라 석공의 솜씨가 이룬 탑으로, 그 모양이 특이하기로 이름이 나 있다. 이처럼 나라의 보물인 국보로 지정된 탑만 해도 한 참을 세어야 한다.
부처님 사리탑에서 시작된 탑의 의미가 세계로 이어지면서 종을 높이 달기 위해 지은 건축물을 종탑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종탑 중에는 이탈리아의 기울러진 종탑, 피사의 탑이 유명하다.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이 열리면서 전파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 각국에서 높이를 가진 전파탑을 세웠다. 우리의 남산타워도 전파탑의 하나다. 국가에서 기념할만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높이가 있는 시설을 만들어 기념탑이라 이름 짓기도 한다. 이 모두가 탑이다. 

탑의 의미가 아주 민속화 된 것이 돌탑 쌓기이다. 절에 가는 사람들이 절 입구나 알맞은 자리에 돌 하나씩을 주워 와서 소원을 빌면서 쌓는다. 이렇게 해서 쌓은 것이 돌탑이다. 전북의 마이산 도립공원에 있는 돌로 쌓은 돌탑 무리는 놀라운 예술품 집합이 되고 있다. 이러한 돌탑 쌓기가 동심에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동시 한 편을 살피면서 생각해보자.

돌탑 / 문근영

비탈길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을 땐
그냥 돌이었지만 

뭉치고 나서 
당당한 
탑이 되었다. 

발끝에 톡톡 차이는 
하찮은 돌에 불과했지만

탑이 되고 나니
사람들이
손을 모우네. 
고개를 숙이네. 
문근영 동시집 ‘앗! 이럴 수가’(2020)에서

절에 이르는 길가에 하나의 돌탑이 이뤄졌다. 돌 하나에 소원 한 가지씩이다. ‘예쁜 아기 두게 해주세요, 부처님.’ ‘셋방 면하게 해주세요, 부처님.’ ‘저는 수학을 못해요, 수학을 좀 잘하게…’ 

모두 부처님을 향한 소원이요. 부탁이다. 부처님께 드리는 부탁 몇 가지가 쌓이면 돌탑 하나가 될까? 작은 돌탑이라도 돌멩이 100개는 모여야 될 것 같다. 100명의 소원이 모인 작은 돌탑!

시에서 말하고 있다. 비탈길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을 때는 그냥 돌일 뿐이었다는 것. 발끝에 툭툭 차이는 하찮은 돌에 불과했다는 것. 쌓여서 뭉치고 나니, 당당한 하나의 탑이 되었다. 모두가 소원을 빌기 위해 손 모아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인다. 소원 하나씩은 빌면서 쌓은 돌탑이 소원을 비는 자리가 된 것이다. 시방상주하시는 부처님이 이 돌탑에 계시면서 소원을 들어주실 것이다.

지나던 할머니가 합장을 한다. ‘우리 손주 3형제 잘 자라게 해주세요.’ 지나던 꼬마가 손을 모은다. ‘우리 할머니 늘 건강하게 해주세요, 부처님!’ 

시의 작자 문근영 시인은 대구 출생(1963)으로 열린시학 신인상(2015)과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부(2027)로 문단에 나와 동시집 ‘연못 유치원’, 시집 ‘안개 해부학’ 등을 내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38호 / 2020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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