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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채식 장려하는‘비건법’ 가능할까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0.05.20 13:41
  • 수정 2020.05.25 11:03
  • 호수 1539
  • 댓글 9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인간중심이 지속가능성 위기
뭇 생명도 법률에 통합 필요
인간성 회복의 혁명적 징표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은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와 인류의 삶을 위협할 상수로 존재할 것이다. 설사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다른 형태의 전염병으로 다시 나타나고 그 주기도 점점 더 짧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10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서면 기후변화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되어 더 이상 인류가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음을 경고했다. 탄소예산을 검토하면 임계점까지 8~9년이 남아있는 셈이다.

민주주의 헌법은 그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자유, 평등,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의 천부인권을 담고 있다. 인류사회는 민주주의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민주주의적 이상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간다. 여성, 인종,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향상이 그 방증이다. 문제는 이 이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한계점에 왔고 오늘날 지속가능성에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 위기는 인간 본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세계관 즉 자연과 생명과 분리된 인간중심주의에 기인한다.

이제 뭇 생명이나 지구공동체도 인간의 법률에 통합되어야 할 근본적 권리를 갖고 있음을 천명함으로써 새로운 인간관과 그에 따른 자각적 실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놓고 인간 본연의 연민과 자각을 축소하고 마비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동물권 헌법 명시나 소위 지구권 또한 그 시도의 하나이다. 예부터 모든 영적 전통과 문화도 인간 속에 하늘과 땅이 조화롭고 서로가 의존하고 있음을 말해왔다. 요즘 아이들도 배우는 것이 지정학이 아닌 생물권 정치이다. 이들은 인간과 동물, 식물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대기권까지 뻗어 있는 생물권 전체를 멸종위기에 놓인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이 모든 생명체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건법은 첫째, 채식선택권 같은 인권이나 동물권은 물론, 지구공동체도 인간의 법률에 통합되어야 할 근본적 권리를 가짐으로써 건강 복지를 비롯한 모든 측면에서 인간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닌 모두에게 이로운 길을 찾을 것을 명시한다. 뭇 생명과 공생하는 인간성 회복의 혁명적 징표가 될 것이다.

둘째, 비건의 기후변화와 전염병 창궐 및 만성질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고려하며 일상의 밥상에서 생물권과 지구 경제에 미치는 유의미한 관계를 확인하고 실천함으로써 시민적 역량의 강화와 함께 시민권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공동체의 범위를 확대한다. 생활 속의 시민권 행사는 커다란 이슈들에도 지렛대 역할을 하며 민주주의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셋째, 보조금과 탄소세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좋은 선택은 장려하면서 나쁜 선택은 억제하는 ‘선택편집’이라 알려진 정부의 오랜 역할에도 혁신을 가져온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흔히 법과 도덕은 한 뿌리를 가진 같은 나무에 있고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자 최대한으로도 불린다. 도덕이 자랄 수 있는 울타리로서 최소한의 법이 필요한 한편, 이러한 법적 수단을 통하여 도덕을 실현한다는 면에서는 최대한이다. 이는 인간 본성과 마음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도 부합한다. 표면적으로 선악이 뒤섞여 복잡해 보여도 그것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잘 관리함을 통해 내면 깊숙한 공감과 연결 즉 본래적 선함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주의는 살림의 문화라 할 수 있다. 소위 비건법은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외면해왔지만, 민주주의 성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북돋우며 지속가능성을 여는 법이 될 것이다.

[1539호 / 2020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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