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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타령의 폐단

‘부처님오신날’을 맞을 때마다 참으로 많은 감회가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만났기에 나라는 존재가 그래도 이 만큼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큰 감사의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쁨과 감사의 마음, 거기에는 언제나 부끄러움과 죄송함이 함께한다. 그 귀한 가르침을 받고도 제대로 실천 못하는 자신에 대해, 그래서 그 가르침을 사회적으로 회향해 이 세상을 불국토로 가꾸어 가지 못하는 나와 우리 불자들에 대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위 없는 진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그 위 없는 가르침이 왜 세상의 주도적 이념이 되지 못하고 있는가?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힘으로 작동하며, 모든 사람을 이끌어가지 못하는 것인가? 아무리 말로 뛰어난 진리라고 외쳐봐야 공허할 뿐이다. 그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불자들이요, 현실의 불교이다. 결국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펴내지 못하고, 우리 불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역할이 부족하여, 여러 현실적인 여건과 역사적 조건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변명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그 근본에 깔려있지 않은가 싶다. 그것이 해를 가리는 구름처럼 불교의 본 면목을 뒤덮는 가시덤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시덤불을 걷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온 누리에 펼 수 없을 것 같다.

무슨 가시덤불인가? 바로 잘못된 마음타령이라고 할 수 있는 가시덤불이다. 부처님이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하여 의심을 표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보리심을 내어야 깨달음을 이룰 수 있기에, 그 마음이 부처의 씨앗이다. 그렇게 중요한 마음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그 마음에 대한 강조가 마음을 절대화하고 비연기적(非緣起的)인 방식으로 이해하는 데 이르면 치명적이 병통이 된다. 모든 것을 마음에서 해결하려 한다. 세상의 실제적인 괴로움도 마음먹기 달렸다는 식으로 말해버린다.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지 않고 “마음에 달린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현실을 바꾸려 하지 않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 힘을 쏟는다. 마음과 세상이 연기적임을 잊고, 오로지 모든 것을 마음으로 환원한다. 이 얼마나 큰 병인가?

이 마음타령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바로 깨달음의 문제로 전염된다. 오로지 마음만 깨달으면 모든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단다. ‘팔정도’라는 삶 전체를 통해 올바른 길을 추구하며, 그것을 통해 괴로움을 없애는 길은 실종되고 마음 하나에서 모든 것을 구하려 한다. 마음병이 깨달음 병으로 번지게 되면 참으로 불치병이 된다. 깨닫기 전에는 무엇이 진리인지 모르니 어떻게 실천을 할 수 있느냐는 데까지 참으로 약이 없다. 중생과 부처가 연기적이라는 관점은 아예 실종된다.

마음을 슬며시 정신이라는 것과 같은 것으로 놓고, 이 정신을 물질과 대비시키면 아주 멋진 법문들(?)이 생산된다. 물질문명의 폐해를 벗어나 불교의 진리로 돌아오라는 투의 말 속에는 물질과 정신을 연기적으로 보지 못하는 잘못된 관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도 마음타령이 전염된 결과이다.

다산 정약용은 “불교의 마음 닦는 법은 마음 닦는 것을 일로 삼지만, 우리(유교)의 마음 닦는 법은 일을 통해 마음을 닦는다”라고 말한다. 이 비판이 온당한 것은 아니다. 행주좌와가 모두 선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마음타령이라는 가시덤불에 뒤덮인 불교의 모습에 대한 정말 아픈 채찍이라는 것을 부정할 도리가 없다. 불교 전체를 뒤덮는 이 마음타령 병을 벗기기만 해도 우리 불교가, 우리 불자들이 부처님 앞에 좀 더 떳떳해지고, ‘부처님오신날’이 더욱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39호 / 2020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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