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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교론 아닌 비판·중도적 입장서 윤회·윤리 등 불교 핵심 주제 고찰

  • 불서
  • 입력 2020.05.25 13:37
  • 호수 1539
  • 댓글 0

‘불교’ / 데미언 키온 지음·고승학 옮김 / 교유서가

‘불교’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다. 일부분만 알면서 전체를 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비유적으로 이른 이 말이 유래된 진원지는 다름 아닌 불교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한 이야기 중에 있었던 일로, 사왓티의 한 마을 족장이 눈먼 수하들을 모두 모아 몇 개 집단으로 나눈 후 코끼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들은 각기 코끼리의 머리, 몸통, 다리, 꼬리 등을 만지고 그 특성을 말하면서 항아리, 키질하는 도구, 기둥, 집게 등 다양한 모양으로 표현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옳다며 서로 다투기까지 했다.

눈을 뜨고 코끼리를 본 사람이 보고 들을 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겠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그들은 자신들만의 촉감을 믿고 그것이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불교를 놓고 ‘종교인가? 철학인가? 삶의 방식인가? 도덕적 규범인가?’를 논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은 일이다.

런던대학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불교윤리학 담당 명예교수인 데미언 키온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불교를 어느 하나의 관점에서 규정하거나 정의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존의 유신론적 종교 전통의 ‘신과의 합일’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보다 포용적인 비교종교학적 관점에 설 경우 불교를 다양한 차원을 가진 종교로 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 안에는 철학적 요소가 분명히 있음을 인정한 데미언 키온은 불교의 전통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오늘날의 형태로 전개되었는지를 살폈다.

이 책 ‘불교’는 그가 불교의 중심적 가르침들과 수행법들, 그리고 업과 윤회, 명상, 윤리와 같은 핵심 주제들을 설명하면서 아시아와 서구에서 불교가 진화한 것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 물질문화의 중요성, 전쟁과 평화에 대한 윤리까지 짚어본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이처럼 포괄적으로 정의된 불교에는 ‘실천적·의례적 차원’ ‘경험적·정서적 차원’ ‘서사적·신화적 차원’ ‘교리적·철학적 차원’ ‘윤리적·법제적 차원’ ‘사회적·제도적 차원’ ‘물질적 차원’ 등 7가지 차원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저자가 구분한 7가지 차원 중 ‘경험적·정서적 차원’ ‘교리적·철학적 차원’ ‘윤리적·법제적 차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체 9장으로 구성된 책의 제3장부터 제5장까지는 불교의 ‘교리적·철학적 차원’에 해당하는 업, 윤회, 사성제, 대승 등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또한 전근대 시기의 아시아 전역은 물론이고 현대 서구사회에서의 불교의 전파·확산 과정을 다룬 제6장과 제9장을 통해 ‘세계종교’로서의 불교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했다. 

명상을 다룬 제7장과 윤리를 다룬 제8장에서는 종교로서의 불교의 ‘경험적·정서적 차원’과 ‘교리적·철학적 차원’을 상세히 분석했다. 하지만 저자는 불교적 이상과 역사적 현실의 괴리 등도 지적하며 호교론으로 흐르지 않고, 비판적·중도적 자세를 취한다.

불교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치우침 없이 제시하는 것은 물론, 불교의 역사적·지역적 다양성과 현대사회의 여러 이슈들과의 연관성까지 숙고하게 하는 책은 아름다운 지혜의 체계를 갖춘 불교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입문서라 할 수 있다. 1만45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39호 / 2020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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