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통이 보이면 병원이 아니라 방석으로 가라

  • 불서
  • 입력 2020.05.25 13:40
  • 호수 1539
  • 댓글 0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 잭 콘필드 지음·이재석 옮김 / 불광출판사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나름의 혼란과 슬픔을 갖고 산다. 또 그 정도가 심해지면 종교에 의지하거나, 심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으로 향하기도 한다. 이때 일부 종교에서는 괴로움의 원인이 죄 때문이라며 절대자에게 의지해 죄를 멸하도록 이끌기도 하지만, 불교는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마음챙김의 길을 안내한다. 

불교는 오랜 세월 그렇게 마음을 다뤄왔다. 그래서 불교는 궁극적으로 마음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알아차리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심리학 연구에서 동양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하는 서양심리학계 역시 마음 연구의 선구자인 불교 이론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불교에서 출발한 마음챙김 수행이 스트레스와 통증완화, 그리고 분노조절장애와 상실감 치료 등의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양심리학과 불교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양심리학은 “아픔은 치료하고 고통은 받아들이라”고 하는 반면, 불교는 “수치심·우울·불안·슬픔 등을 받아들이는 대신 직면하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통에 직면하면 우선 만나게 되는 것이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이다. 모두 집착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그래서 불교는 그 고통을 마주해 주의 깊은 알아차림과 연민의 마음을 담아 알아차릴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렇게 직면한 다음에 고통 소멸의 길을 안내한다. 여기서 고통을 소멸하는 방법은 집착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더 많이 붙잡을수록 괴로움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주변 사람을 소유하고 통제하려고 애쓸 때 괴로움을 겪고, 자신의 몸과 느낌을 통제하려고 할 때도 그렇다. 불교에서 받아들임과 내려놓음을 강조하는 이유다. 

태국 아잔 차 스님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깨어남의 핵심이 되는 살아있는 원칙으로 제시하라”고 배우고, 스스로 수행하며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체득한 잭 콘필드는 받아들임과 내려놓음을 불교심리학으로 정리했다. 또 불교수행을 보완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분석치료, 게슈탈트, 사이코드라마, 융 등 다양한 치료방법을 배우기까지 한 잭 콘필드는 불교수행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현재의 순간에서 직접 탐구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광대하고 연민에 찬 불교심리학을 오늘날 우리의 삶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을 해왔다. 그리고 그 방법과 요체를 이 책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에 옮겼다.
 

태국 아잔 차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고 승려로 수행한 뒤 명상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잭 콘필드가 불교심리학으로 아픔과 고통을 직시하고 해결할 치유법을 제시했다.
태국 아잔 차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고 승려로 수행한 뒤 명상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잭 콘필드가 불교심리학으로 아픔과 고통을 직시하고 해결할 치유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아픔과 고통의 구분을 당부한다. “아픔을 혼란·상실·좌절·두려움·수치심으로 승화시키는 상태는 이미 고통으로 접어든 단계다. 그때는 병원이 아니라 방석 위로 올라가 호흡을 관찰하면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법”이라고 설명한 저자는 실제 상실·두려움·좌절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00명에 가까운 사례를 통해 전하는 치유방법은 내려놓기, 용서, 연민, 자애 등 다양하다. 그리고 2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의 각 장마다 실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수련 방법을 제시했다.

책에서 잭 콘필드가 말하는 불교심리학의 원리는 ‘모든 인간이 가진 내면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보도록 하라’ ‘연민은 우리의 가장 깊은 본성이다. 모든 존재와 연결되었음을 알아볼 때 연민의 마음이 일어난다’ ‘몸에 대한 마음챙김은 우리를 온전히 살도록 해준다. 몸에 대한 마음챙김은 치유와 지혜, 자유를 가져온다’ ‘지혜는 지금 여기에 어떤 느낌이 존재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그 느낌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머릿속에 그리는 것은 몸과 의식을 변화시킨다. 그러니 자유와 연민을 머릿속에 그려라’ ‘평화로운 가슴은 사랑을 낳는다. 사랑이 고통을 만나면 연민심으로 변하고 사랑이 행복을 만나면 기쁨으로 변한다’ 등 26가지다.

부처님이 “괴로움에 끝이 있다”고 한 것은 ‘더 이상 고통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고통이 휘두르는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책은 불교심리학을 이해하고 아픈 마음을 치유해 고통에 휘둘리지 않는 길을 자세히 일러주고 있다. 3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39호 / 2020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