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자살 부르는 말과 댓글 폭력
68. 자살 부르는 말과 댓글 폭력
  • 법장 스님
  • 승인 2020.05.25 15:20
  • 호수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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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혹시 인터넷 세상의 지킬박사 아닌가요

어디서든 상대 비방한다는 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폭력
어떤 말이라도 상대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해야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근거 없이 비방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자신들의 공약을 내세워 국민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과거의 일까지 드러내며 헐뜯기 바쁘고 때로는 사실이 아닌 일을 마치 정말 있었던 것처럼 말하여 사람들을 선동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상대를 비방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경험할 수 있기도 하다. 회사나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른 누군가의 뒷이야기를 하거나 소문으로만 들은 것을 마치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것과 같이 상대방의 입장과 피해는 전혀 개의치 않고 무차별적으로 헐뜯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자의 말이야말로 결국 스스로 ‘구업(口業)’만을 늘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렇기에 불교에서는 타인을 해하는 행동을 엄격하게 금하고 때로는 근거도 없이 상대를 헐뜯는 것을 죄로 규정하여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범망경’ 제13경계인 ‘무근방훼계(無根謗毁戒)’에서는 고의로 어떤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이나 법사, 스님, 국왕, 귀한 사람 등을 비방하고 그들이 칠역죄나 10중계를 어겼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사회적 지위나 역할과는 무관하게 어떤 사람이라도 비방해서는 안 되고 더욱이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꾸며서 말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에 더욱 문제가 되는 폭력 중에는 직접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 댓글이나 각종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언어폭력을 하는 일도 더욱 증가했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에 실린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기사에 단순히 자신의 화풀이식으로 욕설과 근거도 없는 비방의 말들을 적어놓고 일상생활에선 아무 일도 없다는 식으로 태연하게 살아간다. 마치 지킬박사의 양면성과 같이 현실세계에서는 너무나 평범하게 생활하지만 인터넷 세계에서는 폭력배로 변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언어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으나 이 또한 타인에 대한 엄연한 폭력이다. 그 증거로 최근 인터넷상의 악플로 인해 자살하거나 그것이 현실세계로 옮겨와 사회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상대를 비방한다는 것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 폭력이고 반드시 그 대가와 악업을 받게 된다. 불교는 보살의 마음으로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추구하는 종교이다. 내가 누군가를 욕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나 자신도 욕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인과라는 관계성 속에 유지되고 있다. 그 안에서 나 하나는 상관없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것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불교의 보살행이란 철저히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그들로 인하여 우리 자신도 더불어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런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는 불교인들이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거나 비방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스스로 불교인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금강경’에서 부처님께서 모든 중생을 제도하였으나 단 한 명의 중생도 제도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신다. 이는 ‘금강경’의 가르침인 어떠한 상(相, saññā)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시는 것으로, 비록 중생을 제도하였다고 하지만 사실 그 안에 나(부처)라고 할 것도 중생(타인)이라고 할 것도 없는, 어떠한 구별과 차별도 없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비록 중생제도라고 하는 좋은 일이더라도 벌써 나와 중생을 구별하고 있기에 그런 생각조차도 없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을 설하는 불교이기에 단순히 심심풀이로 상대를 비방하거나 나와 무관하기에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하는 것을 엄격하게 주의시키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작은 말 한 마디일지라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전해질 때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무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라도 다시금 우리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며 항상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39호 / 2020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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