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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무엇이 마음챙김 명상인가 

삶의 매 순간과 친밀하게 접촉하는 것

심신의 초월적능력 계발하는 것 아닌
마음이 작용하는 방식 깊이 이해하고
현존 감각 비판단적으로 경험하는 것

마음챙김 명상하면, 우리는 보통 생각을 비워내어 텅 비게 하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비우려 해도 생각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마음챙김 명상은 마음이 작용하는 방식을 깊이 이해하게 하고, 생각 및 감정과 더 조화로운 관계를 맺게 도와주는 것이다.

수련하다 보면 가끔은 생각이 좀 줄어든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는 떠오르는 생각과 덜 다투기 때문이다. 흔히 마음챙김 명상하면 평범한 생활과는 거리가 있고 다른 의식상태를 추구하거나, 정신이나 육체의 초월적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라고 오해한다. 심지어 일상적인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마음챙김 명상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해 늘 깨어 있는 상태이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아무리 사소하고 시시하더라도 삶의 매 순간과 친밀하게 접촉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환상에 빠져들게 이끄는 상상여행이 아니다. 마음챙김은 생각이나 감정, 감각뿐만 아니라 몸·마음과도 매 순간 연결이 되어 자신의 삶 속에 현존하는 감각을 비판단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상태는 우리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현존의 상태에서 바로 인식하게 해 준다.

마음챙김 명상은 단순히 아픔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상황일지라도 현재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매 순간을 삶으로 껴안고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태도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건강하게 해 준다. 마음챙김과 수용하는 태도로 상황은 확실히 더 나아지지만, 그것은 아픔을 회피하지 않는 법을 배움으로써 가능하다. 

아픔이란 성난 황소와 같다. 좁은 마구간에 갇히면 마구 흥분해 날뛰며 도망치려 한다. 아픔이라는 황소가 훤히 트인 들판에 있게 되면 흥분은 자연스레 가라앉을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음챙김 명상은 아픔을 위한 정서적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건 마음챙김 명상이 어려운 상황과 불리한 환경을 수동적으로 견디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와는 반대로, 개인생활과 직장생활에 있어서 불공평하거나 불쾌한 상황을 좀 더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행동 방침을 결정할 수 있게 돕는다. 

마음챙김 명상은 이제 더 이상 종교가 아니다. 2500년 이상 스님들이 주로 마음챙김을 수행해왔으나 순간순간의 경험에 대한 자각을 키우는 목적의식을 가진 활동이라면 어떤 것이든 마음챙김 명상이 될 수 있다. 종교의 일부로서든 아니든 우리는 마음챙김 명상을 할 수 있다. 생각과 감정을 비판단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마음챙김 능력을 계발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는 근육 강화 운동과 비슷하다. 운동하지 않을 때 근육이 약해지거나 위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챙기는 능력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약화될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을 계속하면 판단이라는 여과기를 통한 경험이 아닌 더 자유롭고 넓은 시각으로 우리 삶의 요소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에 물을 주고 돌볼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삶의 멋진 순간뿐만 아니라 어려운 순간까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껴안을 수 있게 됨으로써 삶의 정원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그러다보면 외부의 환경이나 자극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풍부한 지혜의 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하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며, 현재에 있지 못함으로 인해 일상적인 삶의 풍요로운 경험을 놓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향한 깊은 친절과 관대함을 함양하여 풍요로운 삶을 가꿔가기를 기원한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39호 / 2020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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