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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버지 죽이고 괴로워한 자

“잘못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부왕 살해한 아들 아자따삿뚜
본인도 아들에 의해 살해당해
진정으로 참회한 아자따삿뚜에
부처님 “잘못된 습관 버려야” 

왕으로서 첫 번째 재가신자가 된 사람은 마가다국의 왕 빔비사라(Bimbisāra)이다. 그는 부처님의 제자가 된 이후 37년간 승가의 외호자로서 큰 역할을 했으며 부처님을 깊이 존경하고 그 가르침을 잘 따르는 것은 물론 여러가지 좋은 제안을 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포살제도를 부처님께 제안한 사람도 빔비사라왕이었다.
 
그러나 신심 깊고 정의로운 왕이었던 빔비사라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아들 아자따삿뚜(Ajātasattu)에게 폐위당하고 결국 죽임을 당하게 된다. 빔비사라왕의 비극적인 죽음은 부처님에게도 큰 아픔이었다. 아자따삿뚜는 부왕이 죽은 후에야 크게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마가다국 왕가의 비극의 시작이기도 했다. 아자따삿뚜 역시 자신의 아들 우다야밧다카(Udayabhaddaka)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고대 국가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마가다국의 연이은 비극은 권력에 대한 탐욕의 잔인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비극의 주인공인 아자따삿뚜를 부처님은 어떻게 교화하셨을까? 아자따삿뚜는 어느 날 밤 다음과 같은 시를 읊으면서 부처님에게 한 발짝 다가선다.

“달빛 밝은 밤은 참으로 즐겁구나! 달빛 밝은 밤은 참으로 멋지구나! 달빛 밝은 밤은 참으로 편안하구나! 달빛 밝은 밤은 참으로 상서롭구나! 오늘 같은 밤에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을 친견하면 마음에 깨끗한 믿음이 생겨날까?” (DN.I, p.47)

이에 대신들은 아자따삿뚜에게 6사 외도를 추천했지만 왕은 침묵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주치의이자 부처님의 신심 깊은 제자인 지와까에게 ‘그대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라고 물었다.

이에 지와까는 부처님을 찾아뵈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마침 그날이 포살의 날이었는데 왕은 바로 부처님을 뵈러 가게 된다. 그리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세존이시여!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술 분야들이 있습니다. 즉 말몰이꾼, 궁수, 왕자, 용사, 요리사, 이발사, 정원사, 염색인 등이 있습니다. 그런 기술의 결실은 지금 여기서 스스로 보아 알 수 있으며 그들은 그런 결실로 살아갑니다. 그들은 그것으로 자신과 부모 처자식, 친구와 동료를 행복하게 하고 만족하게 하며, 사문 바라문들에게 많은 보시를 합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도 이와 같이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보아 알 수 있는 출가생활의 결실을 천명하실 수 있습니까?”(DN.I, p.52)

이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다양한 비유로 출가 생활의 결실을 설명해 주셨다. 그 내용은 계율, 감각기관의 단속, 정념정지(正念正知), 만족[少欲知足], 다섯 장애의 극복, 선정, 6신통 등의 가르침이었다. 이것은 인과의 이치를 정확히 밝혀주는 것으로 아자따삿뚜가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게 하고 참회할 수 있도록 이끄는 가르침이었다. 아자따삿뚜는 그 자리에서 부처님께 귀의하겠다고 선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세존이시여! 저는 잘못을 범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어리석고 미혹하고 신중하지 못해서 어진 법왕이셨던 아버지를 권력 때문에 시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제가 미래에 스스로를 단속할 수 있도록 제 잘못에 대한 참회를 받아 주시옵소서.”(DN.I, p.85)

부처님은 아자따삿뚜의 진심어린 참회를 받아들이며 참회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셨다. 잘못을 범한 사람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부처님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과의 이치와 참회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잘못된 생각과 습관을 명확하게 자각하게 한다. 그래서 그러한 것들과의 완전한 단절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아자따삿뚜는 과거의 악업과 단절함과 동시에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용기 또한 얻음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39호 / 2020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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