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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건법’으로 본 민주주의와 마음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0.05.26 11:02
  • 수정 2020.05.27 16:17
  • 호수 1540
  • 댓글 4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민주주의는 역지사지하며 갈등 창조적으로 끌어안는 실험
다양성 인정하는 공감확장 없었다면 민주주의 성장 불가능
비건법은 생명존중·생태계보호·윤리적 소비 보호하고 격려
정부, 지속가능한 소비패턴 위해선 ‘비거니즘’에 주목해야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생산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 환경에 미친 부수적 피해는 원칙적으로 무시된다. 지구도 더 이상 인간활동을 흡수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지구 자체의 존립이 인간으로 인해 위협받는 소위 인류세 시대에 이르렀다. 인류는 산업문명 전체에 대해 적절한 전 지구적 질문을 던져야 하고 환경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첫째. 법체계가 지구와 지구 생명체의 권리를 통합하는 것이다. 소위 생명권이나 지구권을 헌법에 명시하게 되면 경제개발 시 생태적 상쇄효과도 자연스레 고려하게 될 뿐 아니라 생태적 악화가 경제발전으로 가장될 때 시민들이 법에 호소도 가능하게 된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외부비용을 내부화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그런데 가능할까?

둘째. 기존 법체계에서 민주주의를 통찰하는 것이다. 예컨대 진보는 헌법 조항을 당위로 보고 이 당위를 존재가 되게 노력하는 반면, 보수는 어떤 체제이든 현재의 존재 자체에 안주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좌파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좌파는 인간의 무의식 즉 자신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 안의 이미지들에 갇혀있고 그 이미지들을 따라 깊이 바라보길 꺼리는 것을 보지 못한다. 만약 우파에 대한 좌파의 비판이 사실이라면 우파는 인간의 잠재력과 민주주의에 대해 살피고 숙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보수든 진보든 모두가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갖는 힘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성차별, 인종차별 등의 개선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항상 좀 더 선한 인간의 본성을 기억하며 반대편을 포옹하려는 긴 인고의 노력이 있었다. 즉 민주주의 성취의 핵심은 마음이다.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습관 즉 공감의 확장이 없었다면 민주주의 헌법 조항에 담긴 당위와 현실, 그 사이의 자신의 세대뿐만 아니라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수도 있는 비극적 간극을 시민공동체의 창조적 형성 쪽으로 메꿔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효율성을 성패의 궁극적인 척도로 삼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란 마음의 가능성을 살리는 문화이자 끊임없이 역지사지하며 갈등을 창조적으로 끌어안는 실험인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민주주의를 통해서만 가능한 법이다.

채식을 장려하는 비건법도 마찬가지다. 정부역할 중 하나인 보조금 제도만 살펴보자. 유엔에 따르면 환경에 미치는 외부효과가 1, 2위인 축산업과 화력발전이 가장 보조금이 많다. 축산업이나 화학농의 보조금을 소농 위주의 유기농을 장려하는 방향에 쓰면 우리의 건강과 기후, 자연 이 세 가지를 모두 보호할 수 있다. 환경부 예산에 비해 환경파괴에 지원한 보조금만 수십 배 많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축산업도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환경 및 건강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불러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사육자들은 그저 더 많은 생산에 보상을 주는 이런 시스템에 갇힌 것뿐이고 이를 개선하고 전업을 돕는다면 이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정부가 지속가능한 소비패턴으로 소비자를 이동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전 지구의 과시적 소비경쟁과 소비지상 문화의 해체를 선도하는 생명존중·생태계보호·윤리적 소비의 비거니즘에 주목해야 한다. 누구보다 정부의 역할을 돕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의 25%가량이 채식이나 비건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채식 인구가 이미 150만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온다.

고용석 대표
고용석 대표

비건법은 이들을 보호하며 격려한다. 또한 상호의존성의 문화를 북돋아 마음의 가능성을 살린다. 법률 조세 보조금 등 시민들의 선택을 조정하는 정부의 오랜 역할도 돕고 정상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된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선택은 기본 옵션이 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이러한 지속가능한 문화의 배양에 중심이어야 한다. 비건법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1540호 / 2020년 6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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