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니사경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기록·추모하다

  • 문화
  • 입력 2020.05.27 10:31
  • 호수 1540
  • 댓글 0

정향자 원장, 2×2m 초대형 작품 조성
희생자 명단·변상도 담아 극락왕생 기원

“광주시민들은 깨어있는 양심과 열린 눈으로 불의에 굴하지 않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항하였다. 고귀한 생명을 바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희생자들의 이름과 영혼을 위로하는 추모의 글을 감자금니사경에 담아 기록함으로써 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후손들에게 영원히 전하고자 한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정향자 난원사경연구원장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가로 2m, 세로 2m의 대형 사경작품 ‘5·18 민주항쟁 희생자 추모 감지금니장엄경 현대사경’을 조성했다. 2017년 난원사경연구원을 개원하며 5·18 희생자 추모작품을 계획한지 2여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작품은 감지 바탕위에 금분과 은분, 진주분, 석채, 녹교, 증류수를 사용해 희생자 784명의 이름을 담았다. 여기에 극락세계를 표현한 변상도를 넣어 영가를 위로하고 천도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변상도는 고려시대에 조성돼 현재 일본 지은원이 소장한 ‘관경십육관 변상도’를 모본으로 제작됐다. 극락세계에는 밝은 해에 삼족오가 살고 있고, 연꽃이 만발한 연못에는 꽃비가 내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있다. 사방 가장자리 금강저는 이 작품이 후대에 영원히 보존될 수 있도록 지켜달라는 서원의 상징적 표현이다.

정향자 원장은 “1980년 5월 생에 처음으로 참혹하고 무서운 일들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몸소 겪었다”며 “세월이 지나도 당시의 일은 잊히지 않고 더욱 생생히 의무감 또는 강박감으로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호 선생께 사경을 배우면서 ‘사경의 의미는 전법과 기도, 수행과 참선,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고 현세의 선업을 짓는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추모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5·18기념공원과 민주묘역을 답사하고 기념재단을 찾아 관련 자료와 명단을 수집했다. 수없이 많은 날들을 눈물로 지새우며 관련 서적과 자료를 살폈고, 추모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5·18 관련 행사와 작품전, 사진전 등을 찾아 다녔다.

정 원장은 “후손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전하고자 희생자 명단과 변상도, 그리고 추모글을 함께 조성했다”며 “천명을 다하지 못하고 억울하고 처참하게 희생당한 영가를 위로하고 천도하며 기도하겠다는 발원을 완수한 것은 일생의 보람이자 천명을 완수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40호 / 2020년 5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