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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환히 웃는 모습 다시 볼 수 있을까요”

  • 상생
  • 입력 2020.05.27 10:37
  • 호수 1540
  • 댓글 2

출산한 둘째딸과 손녀 돌보기 위해 2018년 베트남서 입국
김포 폐기물 재활용 업체서 근무하다가 화제로 전신 화상
피부이식 수술도 4차례…보험 적용 안 되는 중증치료 다수

판반프엉씨는 김포 폐기물 재활용 업체 화재사고로 전신 60%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판반프엉씨는 김포 폐기물 재활용 업체 화재사고로 전신 60%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오늘 오전 경기도 김포의 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에서 불이 났습니다. 폭발과 함께 야적장에서 시작된 불이 건물까지 번지면서 1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5월7일, 베트남 출신 판반프엉(52)씨는 이날도 크레인에 올라 전선 정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하늘로 치솟았다. 폭발의 충격으로 인근 건물 유리창까지 깨졌다.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판반프엉씨의 아내 응우엔후이(49)씨를 비롯한 5명은 급히 공장 밖으로 대피했지만 판반프엉씨는 전선에 몸이 감겨 빠져나올 수 없었다. 다가오는 불길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소방차량 28대, 인원 60여명이 동원돼 9시간 동안 진화작업을 펼친 후에야 불은 꺼졌고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탄 공장 내부 부품들만 남았다.

한 시민의 신고로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판반프엉씨는 화기에 녹아내린 살이 엉겨 붙어 기도를 막았고, 살이 타는 고통에 신음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의료진은 곧바로 기도삽관을 넣어 호흡을 도왔다.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졌으나 팔, 가슴, 얼굴, 머리 등 전신 60%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판반프엉씨는 화기로 탄 살들을 걷어내는 치료와 함께 엉덩이·허벅지에 남은 온전한 살을 이용한 피부이식 수술도 4차례 받았다.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판반프엉씨는 줄곧 수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의식이 있으면 화상의 극심한 통증을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억지로 재운 것이다. 응우엔후이씨는 그런 남편 곁에서 24시간 간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상주 보호자가 1명으로 제한돼 병원 한켠에서 쪽잠을 자고 끼니는 간편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응우엔후이씨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절을 찾아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해왔다”며 “항상 남들을 위해 앞장서 왔던 착한 남편이 왜 사고를 당해 이런 고통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눈물지었다.

판반프엉씨는 세 딸의 아버지다. 그는 베트남에서 건축업 일을 하면서 가족들의 생활비와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첫째 딸의 병원비를 감당했다. 힘들다 소리 한번 해본 적 없이 부지런히 일했지만 생활은 항상 빠듯했다. 2017년, 한국에서 결혼한 둘째 딸 팜티토히엔(23)씨에게 연락이 왔다. 손녀를 출산했다는 소식이었다. 날아갈 듯 기뻤지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한국으로 와달라는 둘째딸의 요청에 근심이 앞섰다. 아는 사람이라곤 둘째딸밖에 없는 타국 생활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판반프엉씨는 2018년에, 그의 아내 응우엔후이씨는 2019년에 각각 한국땅을 밟았다.

판반프엉씨 부부는 둘째딸의 집에서 생활하며 손녀를 돌봤다. 손녀의 재롱에 입가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고 하루하루 행복했다. 손녀도 판반프엉씨와 놀기를 좋아했고 잘 따랐다. 그런 손녀가 커가면서 필요한 돈도 많아졌다. 의류업에 종사하는 사위가 버는 돈으로는 생활하기 쉽지 않았다. 사위는 자신이 더 열심히 해서 돈을 벌겠다며 이국에서 온 장인장모를 안심시켰지만 판반프엉씨는 사위에게 모든 짐을 지어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부부는 지인의 소개로 올해 2월 폐기물 재활용 업체에 취직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반·정리 일을 도맡아 했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생활비를 보탰다.

판반프엉씨 담당 의사는 수술 예후가 나쁘지 않지만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화상은 장기와 전해질 대사 이상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산재처리로 수술비와 치료비는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지만 중증화상치료는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많다. 가족들은 얼마나 더 많은 피부이식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지 가늠할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판반프엉씨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뿐이다.

“손녀딸과 환히 웃으며 노는 남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오랜 시간이 걸려도 괜찮아요. 고통스럽겠지만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게 힘을 주세요.”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40호 / 2020년 6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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