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두고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를 평가한다면?
“개인적으로 당선을 기뻐하기보다 당의 패배를 걱정하는 마음이 컸다. 우리당의 선거 연패는 절박한 집권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심의 거대한 흐름을 무시했고, 우리당이 추구하는 바를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거나 설득하지도 못했다. 내부분열과 갈등도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 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총선 참패 원인부터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총선백서’ 발간을 시작으로, 조직·정책·인물·홍보·사전준비 등을 모두 차근차근 다시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다.”

- 20대 국회를 두고 부정적인 평가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평가는 여야의 소통부재와 협치에 대한 인식결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회는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 스스로도 국회선진화법을 만들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시작했고, 탄핵과 조기대선을 거치며 정치지형이 수시로 변했다. 그런 상황에서 타협과 양보의 정치를 복원하는 게 급선무였음에도, 잦은 선거로 인해 거듭된 갈등과 반목이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1대 국회는 어느 때보다 책임이 무겁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여당은 야당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야당은 협조할 것은 적극 협조하면서도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가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부처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협치와 소통을 강화하여 국민 통합의 길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20대 국회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낀 점은 무엇이고, 또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20대 국회에서는 아쉬움이 참 많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 탈원전, 대북정책 등을 바로잡지 못했고, 공수처법·공직선거법 개정을 막기 위해 당 내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했지만 결국은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대응 전략을 짜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첫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선정돼 국민들에게 문재인 정권의 잘못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 불자 국회의원이고, 정각회에서도 활동했다. 스스로 불자임을 드러내며 국회 정각회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이번 총선과정에서 도움이 된 측면은 무엇인가?
“선거기간 중 많은 불자들이 도움을 줬다. 불광사, 석가사, 보림사, 동대사, 길상사, 수도사 등의 사찰이 관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 확산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동화사 주지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의 여러 스님들이 대구를 직접 방문해 구호물품을 전달해 준 것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성원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지역주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국회의원, 불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겠다.”

- 개인적으로 국회 정각회에서의 신행활동이 의정활동에 도움을 주는 점은 무엇인가?
“부처님 가르침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정치를 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부처님 가르침인 요익중생, 화쟁사상, 동체대비 등이 바로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자 정치가 지향해야 할 목표다. 평등과 생명을 중요시하는 가르침은 인권사상에 부합하며, 우주만물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일깨우는 연기설은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잠재우고 함께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가 된다. 정각회 활동을 통해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둘 수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20대 국회에서 정각회 활동을 평가한다면?
“정각회 회장을 맡으면서 추진했던 인도 8대 성지와 중국 선종사찰 유적지, 스리랑카 성지순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매주 빠짐없이 법회를 열어 큰스님들을 모시고 법문을 들으며 신행활동을 이어온 것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불자의원들 숫자가 줄어들어 걱정이다. 18대 국회에서는 정각회 회원이 59명이었는데, 20대 국회에서는 42명으로 줄었고, 21대에는 불자의원이 34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이번에 당선된 불자의원들 중에는 평소 불교를 외호하고 신행활동에 적극적인 분들이 많이 있다. 21대 국회가 개원 되면 모든 불자의원들을 모아, 21대 정각회 구성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볼 계획이다.”

- 4‧15총선을 앞두고 정각회 소속이었던 모 국회의원이 기독교 정체성을 가진 모 정당에 가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정각회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보나?
“정각회는 불교계와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하고, 구성원들이 함께 신행활동을 하며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모임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정각회원 모두 부처님 가르침을 받들고 행하는 불제자로서 정법구현과 선양에 솔선수범하면서 불교 외호의 견인차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

- 국립공원 내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불교계의 시급한 현안 가운데 하나다.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조속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정부가 1967년 공원법을 제정하면서 사찰소유의 토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시킨 것에서 비롯됐고, 2007년 공원입장료도 일방적으로 폐지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2011년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보, 보물, 사적 등 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의 환경개선을 용이하게 했고, 입장료도 협의를 통해 징수할 수 있도록 했으나 아직 완전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적극적인 협의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전통사찰을 둘러싼 중첩 규제 법령을 푸는 것도 시급한 불교현안 가운데 하나다. 전통사찰과 관련한 각종 규제 법령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불교문화는 우리 전통민족문화의 뿌리다. 불교문화의 보존과 계승 문제는 불교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접근하고 노력해야 할 과제다. 현재 전국 20개 국립공원에는 사찰이 4000여개가 존재하며 이들은 전체 공원부지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통사찰을 둘러싸고 각종 국가법령들이 중첩돼 있어 민족문화 유산인 전통사찰의 보존, 관리, 활용에 제한적인 상황이다. 조계종은 문화재청 내에 ‘불교문화유산본부’를 신설하거나 국가공원 통합관리를 위한 (가칭)‘국가공원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이를 포함해서 전통사찰보존법과 관계법령의 정비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정각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UN의 대북제재결의에도 불구하고 남북 민간교류는 재개돼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특히 조계종은 남북불교교류와 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신계사를 활용한 ‘신계사 템플스테이 사업’을 비롯해 ‘북측 사찰 주변 산림가꾸기’ ‘북한 내 사찰 및 문화재 공동조사 사업’ 등을 제안해 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의 남북관계와 국제정세를 볼 때, 이 사업들은 당장에 시작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종교적 협력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하루 속히 북한이 열린 자세로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고, 남북관계가 개선돼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러한 사업들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불교계는 산문폐쇄와 법회 중단을 결정했고, 부처님오신날 봉축일정을 조정해 봉축법요식을 한 달 뒤로 변경했다. 그 기간 동안 전국 사찰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기도를 진행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불교계의 선제적 대응을 어떻게 보나?
“한국불교는 이웃에 삶의 희망·용기를 주는 등불이 되어 왔고, 국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호국불교의 정신으로 나라를 지켜왔다. 어려움을 맞았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고 했듯, 불교계는 이번 코로나 사태 때도 초기부터 그 대응에 있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특히 가장 큰 불교명절인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한 달 뒤로 연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우리 사회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진정한 의미의 봉축을 택했다. 지금 우리 불교계는 호국불교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본다.”

- 불교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어린시절 집 근처에 동림사가 있었다. 그 절 마당이 놀이터였고, 당시 동림사 정오 스님이 ‘반야심경’ 한 구절을 외워오면 과자를 주곤 했는데 그렇게 부처님 말씀을 배웠다. 고등학교 때는 종립학교인 대구 능인고로 배정을 받았다. 법조인이 된 뒤에도 불자들에게 법적 자문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됐고,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 늘 새기고 있는 경구가 있다면?
“금강경의 사구게(四句偈)와 임제 스님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디를 가든지 그곳에서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그곳이 진리가 되리라)을 자주자주 생각하며 마음에 새기고 있다.”

-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국가가 큰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우리 불자들이 먼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모두 마음에 지혜의 등불을 밝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뿐 아니라, 사회 대립과 갈등을 치유해 하나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 21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불자의원들이 정치를 하면 우리나라는 그 자체로 정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가 그렇게 되지 않아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정치인들이 불신을 받게 돼 매우 안타깝다. 21대 국회에서는 정각회 의원들이 솔선수범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40호 / 2020년 6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