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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높이는 사찰음식] 선재 스님 ‘느티떡’

푸릇한 봄향 품은 부처님오신날 절식

느티나무에 함유된 ‘카달렌’ 성분 폐 관련 질환에 탁월
과거 사월초파일에는 볶은 콩·미나리강화와 함께 먹어

느티떡.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제철 채소를 활용한 건강한 먹거리인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법보신문은 사찰음식의 대가로 알려진 여섯 명의 스님에게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한 사찰음식’을 주제로 각각 한 가지 음식을 추천받아 소개한다. 편집자

한식진흥원 이사장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에 관한 한 가장 널리 알려진 스님 중 한 명이다. 스님이 추천한 건강한 사찰음식은 ‘느티떡’이다. ‘유엽병(楡葉餠)’ 또는 ‘느티나무잎떡’이라 불리기도 한다. 느티나무는 4월경 어린 새싹이 나오는데 독이 없고 향이 좋아 떡에 섞어 찌면 느티나무잎 향기가 집안에 가득하다. 

지금은 다소 생소한 음식이지만 과거에는 부처님오신날에 먹은 대표적인 절식 중 하나였다. 조선시대 서울지역 민속을 기술한 ‘경도잡지(京都雜志)’에는 “사월초파일 연등을 밝혀 축하하고 느티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 농가의 살림을 노래한 ‘농가월령가’의 ‘사월령에도 “파일(八日) 현등함은 산촌에 불긴(不緊)하니 느티떡 콩찐이는 제때의 별미”라며 부처님오신날 절식 느티떡을 노래했다. 

이와 관련 선재 스님은 “느티나무가 불교와 닮아 부처님오신날 느티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소개했다. 느티나무는 느릅나뭇과 활엽교목으로 높이 26m 지름 3m까지 자라는 거목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비교적 늦은 4월경 싹을 틔우고 10월경 납작한 공 모양의 작고 딱딱한 열매를 맺는다. 스님은 “느티나무는 뿌리와 줄기를 튼튼히 한 후 싹을 틔우기 때문에 크게 자랄 수 있고, 어떠한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넓은 그늘을 드리워준다”며 “한국불교 역시 부처님 가르침이 전래된 이후 튼튼히 뿌리를 내려 흔들리지 않으며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느티나무의 잎과 열매, 껍질은 약재로도 활용된다. 잎은 종기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며, 열매는 해열, 지혈, 눈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 껍질은 강장, 부종, 이뇨, 완화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특히 느티나무에 함유된 카달렌이라는 성분은 산림청 임업연구원과 서울대 수의과대학 독성학연구실의 공동연구를 통해 폐암 치료와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가 폐를 손상시킨다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느티떡 만드는 법은 일반적인 백설기 만들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멥쌀을 하룻밤 정도 불린 다음 건져, 소금을 넣고 가루로 곱게 빻는다. 쌀가루에 물을 섞어 손으로 잘 비벼 고운 체에 내린 후 설탕을 고루 섞는다. 어린 느티나무잎을 골라 끝부분에 붙은 검은 것과 억센 줄기는 떼어낸 후 씻어 물기를 빼고 쌀가루에 버무린다. 팥은 하루 전날 물에 불려 껍질을 벗겨 쪄내고 뜨거울 때 소금을 넣고 찧어 고물을 만든다. 시루에 고물을 넉넉히 넣고 준비해 둔 쌀가루를 두툼하게 넣고 다시 팥고물을 충분하게 얹는다. 계속 반복하며 켜켜이 얹어 20여분간 증기로 쪄낸다.

선재 스님에 따르면 과거 부처님오신날에는 절식으로 느티떡과 함께 볶은 콩과 미나리강회를 먹었다. 볶은 콩은 사월초파일이 지나면 농번기가 시작되는 만큼 단백질을 섭취해 기운을 북돋기 위해서다. 또 나눠준 콩의 수만큼 부처님과 인연을 맺게 하라는 포교의 의미도 담겼다. 미나리강회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부처님오신날 음식으로 인해 탈이 나지 않도록 해독 능력이 탁월한 미나리를 함께 먹도록 한 것이다. 이밖에 부처님오신날이 일러 느티나무잎을 구할 수 없을 때는 쑥으로 대신했고, 너무 늦어 느티나무잎을 먹을 수 없게 되면 상추로 대체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선재 스님은
1995년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해 사찰음식 연구·보급에 앞장서며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국대 객원교수를 지냈고, 중앙승가대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계종 제1호 사찰음식 명장으로 프랑스 르꼬르동블루, 미국 CIA 등에서 강연하며 사찰음식 체계화와 세계화에 기여했다. 서울시 김장문화재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식진흥원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선재 스님의 약이 되는 사찰음식’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등의 저서가 있다.

 

[1540호 / 2020년 6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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