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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높이는 사찰음식] 정관 스님 ‘산취·돌나물·오이·초피잎 물김치’

그냥 먹어도 국수를 말아도 좋은 보양식

칼로리 낮고 각종 비타민·무기질 풍부한 봄나물 앙상블
너무 어리면 물러져 조금 억샌 느낌이 나는 것 사용해야

산취·돌나물·오이·초피잎 물김치. 천진암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제철 채소를 활용한 건강한 먹거리인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법보신문은 사찰음식의 대가로 알려진 여섯 명의 스님에게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한 사찰음식’을 주제로 각각 한 가지 음식을 추천받아 소개한다. 편집자

세계 유명 셰프들이 음식을 배우기 위해 찾는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 스님이 추천한 사찰음식은 ‘산취·돌나물·오이·초피잎 물김치’다. 산취·돌나물·오이·초피잎 물김치는 스님이 부처님오신날 즈음 꼭 담가 나누는 사찰식이자 동화사 산내암자 양진암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품은 추억식이다.

이름 그대로 산취와 돌나물, 오이, 초피잎으로 담그는 물김치다. 산취는 전국의 산에서 자생하는 산채로 맛과 향이 뛰어나 널리 사랑받는 나물이다. 봄에 뜯어 나물이나 쌈을 싸 먹으면 독특한 향이 미각을 자극한다. 취나물은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며, 칼륨 함량이 높아 성인병의 원인인 염분을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돌나물은 칼슘 함량이 우유의 두 배이고, 비타민C가 풍부한 식재료다.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이소플라본이 풍부해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 새콤한 맛이 나는 것은 간을 건강하게 하고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C와 인산 때문이다. 수분 함량이 높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좋고, 생즙으로 마시면 체내 독소를 배출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다른 재료인 오이에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함유돼 있어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칼륨과 인, 미네랄 등의 성분은 간을 보호하고 재생 능력을 향상시킨다. 특히 오이에 함유된 비타민 B1, B5, B7 등은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피는 주로 음식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데 쓰이는 식재료다. 음식의 비린내를 제거할 뿐 아니라 산패작용을 막아 음식의 저장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한방에서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덜어준다고 해서 이질, 위염, 설사 등의 증세에 약재로 사용한다. 초피의 매운맛은 체온을 상승시켜 냉증을 완화하고, 우리 몸에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 

산취·돌나물·오이·초피잎 물김치는 우산 산취나물을 깨끗이 씻어 소금물에 중간 정도 절인다. 이때 오이도 어슷어슷 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준비한다. 물김치에 들어갈 홍고추와 청고추를 믹서를 이용해 슬쩍 간다. 보리쌀가루로 풀을 되직하게 쑤어 고춧가루, 간장, 생강즙, 매실청, 깨소금, 고추 간 것을 넣고 양념을 만든다. 찹쌀이 아닌 보리쌀로 풀을 쑤는 것은 겨울을 이겨내고 나온 봄나물은 열이 많아 보리가 그 열을 내려주고 독성을 순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산취나물을 물에 씻어 물기를 빼고 오이도 꼭 짜 물기를 제거한다. 돌나물과 초피잎도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건진다. 준비된 재료를 항아리에 넣어 양념과 버무린 후 되직하고 짭짤할 정도로 물을 넣는다. 채소에서 물이 나와 나중에 싱거워지기 때문이다. 실온에서 3~4일 발효시킨 후 냉장 보관한다.

주의할 점은 주재료가 보드라우면 물러지기 쉽다는 것이다. 산취는 조금 억샌 느낌이 나야하고, 돌나물도 꽃이 피기 전 손가락 하나 정도 자란 것을 사용한다. 초피잎도 독성이 익어가는 4~5월경의 것이 가장 좋다. 오이를 구할 수 없었던 예전에는 저장된 무로 대신하기도 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양진암에서 공부하던 시절 물김치와 관련한 이야기도 전했다. 

“양진암이 위치한 팔공산은 산이 깊고 험해 나물이 귀한 곳입니다. 이즈음 아침에 일어나면 향곡 큰스님은 학인들과 산으로 포행을 자주 하셨어요. 산에 오르며 초피, 당귀, 산취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채취했습니다. 그 재료들로 담근 물김치에 국수를 말아 내놓으면 향곡 스님은 ‘이것이 극락이다’면서 좋아하셨어요. 소박하지만 건강하고 추억까지 담긴 음식입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정관 스님은
백양사 천진암 주지이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 교재 편찬위원, 풋내사찰음식연구소장으로 사찰음식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2015년 10월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고,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2017년 음식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에 스님과 스님의 사찰음식을 소개했다. 이로 인해 베를린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으며, 국내외 유명 셰프들이 스님의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 천진암을 찾아오고 있다. 

 

[1540호 / 2020년 6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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