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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높이는 사찰음식] 대안 스님 ‘연꽃 구절판’

부처님 가르침·오방색 의미 담은 건강식

오방색 기반 쓰고·달고·짜고·시고·매운 다섯 맛으로 구성
연꽃 위에 폐와 위장 원기회복에 도움 되는 식재료들 올려

연꽃 구절판. 금수암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제철 채소를 활용한 건강한 먹거리인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법보신문은 사찰음식의 대가로 알려진 여섯 명의 스님에게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한 사찰음식’을 주제로 각각 한 가지 음식을 추천받아 소개한다. 편집자

연꽃은 불교를 대표하는 꽃이면서 깨달음을 상징한다. 싯다르타 태자가 룸비니동산에서 태어나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씩 걸을 때마다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태자를 떠받들었다는 데서 불교의 상징이 됐다. 또한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말처럼 더러운 곳에 있어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한다. 해서 오탁악세에서도 중생심에 물들지 않는 수행자의 면모를 떠올리게 한다.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대안 스님이 추천하는 사찰음식은 ‘연꽃 구절판’이다. 연꽃 구절판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사찰음식전문점 발우공양에서 사찰음식의 의미를 종합해 탄생한 연과채라는 이름의 일품요리다. 연꽃 음식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오방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연자의 씨앗 안 연심에서 시작된 연꽃의 생명은 뿌리인 연근과 꽃을 만들고 그 꽃이 지고나면 연자를 품은 연밥이 자라 다시 시작하는 연자가 만들어진다. 윤회를 뜻한다. 

연꽃 구절판의 근원은 흰색으로 폐와 장에 좋은 재료다. 연근은 맛이 달고 지혈작용이 탁월하며 위장장애, 기침, 치질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어깨 결림 등의 증상에 연근을 갈아 파스처럼 붙이고 따뜻하게 온포하면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소화기능이 허약해 설사가 잦고,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연자를 불려 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 연자 속 녹색의 종자는 심장의 열을 삭히는데 도움을 준다. 연잎은 출혈, 치질, 설사, 요통, 야뇨증에 도움이 되며 차로 마시면 더욱 효과적이다. 

연꽃 구절판은 연꽃을 겹치지 않게 잘 펴놓은 다음 오방색의 채소와 버섯으로 꾸미를 만들어 올린 음식이다. 흰색의 밤채와 잣을 얹고, 황색의 당근채, 검은색의 석이버섯채, 청색의 애호박채와 취나물을 무쳐 얹어낸다. 연근 속 찰밥을 넣고 찐 다음 잘라서 송이장아찌를 곁들여 낸다.

흰색은 쓴맛을 상징한다. 심장과 위가 약한 사람에게 좋으며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탁월함이 있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과식하면 의식이 흐려진다. 황색은 단맛을 의미하며 대부분의 과일과 야채류가 여기에 속한다. 화를 낮춰 기분을 전환하고, 특유의 식감은 소화에 도움을 준다. 다만 지나치면 변덕스러워질 수 있다. 

흑색은 짠맛을 나타낸다. 음식의 간을 느끼게 해주는 짠맛은 신장에 이롭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뭉친 것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마음을 부드럽고 겸손하게 하는 성질 때문에 지나치면 의지가 약해지는 역효과를 부른다. 청색은 신맛으로 긴장을 줄이고 눈과 소화에 도움을 주어 피곤하고 지칠 때 먹으면 생기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과하면 어리석은 마음이 커진다. 적색의 매운맛은 우울증을 발산시켜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혈액순환과 소화액 분비를 활성화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지나치면 성질이 급해진다. 대안 스님은 쓰고 달고 짜고 시고 매운 다섯 가지 맛을 섬세하게 느끼며 느리게 먹는 게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했다. 

“음식을 만들면서부터 감사함을 느끼고, 상을 차리면서 한 번 더 느끼며, 눈으로 먼저 먹고, 손으로 먹고, 입으로 먹으며 천천히 촉감과 이 사이로 씹히는 질감을 느낍니다. 목으로 넘어갈 때의 느낌, 배 속에서 주는 포만감, 마음으로 느끼는 만족감으로 음식을 대해야 합니다.”

이렇게 음식을 접하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심신의 건강은 물론 차별심을 여의고 평정심을 일깨워 덕을 쌓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대안 스님은
출가해 해인사에서 채공(菜供) 소임을 맡으며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일 사찰음식 비교’로 석사, ‘한‧중‧일 선종사찰의 식문화 비교’로 박사학위를 받으며 전문지식을 함양했다. 1998년부터 사찰음식 관련 전시와 교육, 행사 등을 통해 사찰음식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 금당사찰음식연구원 이사장으로 ‘식탁 위의 명상’ ‘열두 달 절집밥상’ ‘마음 설레는 레시피’를 저술하는 등 사찰음식 대중화를 실천한 점을 인정받아 2019년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으로 지정됐다.

 

[1540호 / 2020년 6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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