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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수기 당선작] 두 차례 심정지 남편에게 목숨꽃 피워주신 관세음보살님

기자명 법보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상 - 이정원

갑자기 쓰러진 남편이 심혈관 모두 막혀 생사기로 헤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관음정근 5000독‧참회진언 108독
저절로 혈관 뚫리는 가피 체험…아들도 불교 귀의 정진

그림=허재경
그림=허재경

지난 해 추석 이틀 전(9월11일)이었다. 남편은 정년퇴직 후 전원생활을 시작해 6년여를 시골생활 중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올 정도로 정성을 기울여 800여 평 농장을 가꾸면서 전원생활의 꿈을 실현해가고 있었다.

그 날, 추석 전날 온다고 했었는데 웬일인지 전전날 오후 4시쯤 귀가해서는 소화가 안 된다며 누웠다. 동네 한의원에 가보라는 말에 선뜻 일어나 나간 지 한 시간 쯤 뒤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의원에서 집으로 오다가 쓰러졌는데 누군가 일으켜줘 벤치에 앉아있다고 했다. 마침 아들이 집에 있는 저녁시간이어서 먼저 뛰어가고 뒤늦게 쫓아가니 남편이 사람들 가운데 의식 없이 쓰러져있었다. 아들이 급하게 입 속 피를 빨아내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당황해서 허둥거리기만 할 때 한 남자분이 달려들었고, 곧 119 구급차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하며 본격적인 심폐소생술에 돌입했다. 대원 한 분이 “심정지예요”라고 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관세음보살님 살려주세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나도 모르게 염불이 터져 나왔다.

숨이 돌아오고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기다리는 몇 시간은 공포의 극치였다. 검사 끝에 만난 의사의 말은 절망적이었다.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 가닥 관상동맥 중 왼쪽 두 가닥은 이미 완전히 막혀 전혀 보이지 않고, 오른 쪽 한 가닥마저 막혀 이 사태가 난 것이라고 했다. 뇌에도 이상이 있는지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었다.

병명은 급성심근경색. 중환자실로 옮겨진 남편은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고 삽관하는 중에 이빨도 부러진 채 심정지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인공호흡기는 물론 산소통, 에크모, 링거줄을 주렁주렁 매달고 혈액을 투석하는 등,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차디찬 팔다리를 어루만지며 나는 오열했다.  

그날 밤 중환자실 앞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기도에 매달렸지만 기도도 일념이 되지 않았다. 관음주력을 하다가 약사여래불을 부르다가 광명진언도 외우다가 갈피도 없고 두서도 없었으나 쉴 수는 없었다. 아침에 봉녕사 주지스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무조건 일념으로 관음주력을 하라”는 말씀이셨다. 그때부터 아들과 나는 중환자실 앞을 지키며 관세음보살님께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가 저녁 7시 면회 때까지 염주를 돌리고 또 돌렸다. 의식 없는 남편 귀에 염불을 들려주며 “당신은 관세음보살께서 꼭 살려주실 거야. 관세음보살님만 생각해야 해”라고 주문처럼 되풀이했다. 

힘겨운 날들이었다.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일어나 절이나 관음주력을 했다. 아침에 나가기 전 5000독, 눕기 전 5000독, 참회진언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108독은 기본이고 하루 종일 염불에 매달렸다. 그렇게 닷새 후쯤 아침 일찍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가족을 찾는다고…. 그 순간 “관세음보살님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수없이 감사의 말이 나왔다. 

남편은 사고 며칠 전부터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져있었다. 의료진은 모든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해 당장 수술이 어렵고 다른 장기의 안정이 우선이라며 계속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2주간 중환자실 생활은 수없이 희비가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어 에크모도 제거하고 삽관도 제거해가면서 희망을 가지려하면 다시 열이 오르거나 상태가 나빠지기도 하고 나중에는 섬망증으로 환청과 환시, 인지장애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래도 기도의 끈은 놓지 않았다. 관세음보살님께서 꼭 낫게 해주시리라는 믿음으로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면서 일반병실로 옮길 수 있는 날을 맞을 수 있었다.

남편에게도 가족에게도 한결 안정적인 일반병실에서의 생활이었으나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약 열흘이 지나 관상동맥 우회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혈관조영술을 실시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완전히 막혔던 혈관 세 개중 두 개가 저절로 뚫려 혈이 돌고 있다는 것이었다. 환희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분명 불보살님께서 가피를 내리셨구나 생각하니 뛸 듯이 기쁘고 감사했다. 스텐트 시술만으로 충분하다며 주치의도 좀체 볼 수 없었던 일이라고 감탄했다.

10월7일 스텐트 시술날, 가벼운 마음으로 시술실 앞에서 관음주력을 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스피커에서 “코드 불루(code blue)”라는 멘트에 이어 수십 명의 의료진이 다급히 시술실로 들어갔다.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건지기는 했지만, 스텐트 시술 중 또 다시 혈전이 생겨 심정지가 왔었던 것이다.

또 다시 중환자실에서 줄줄이 기계장치를 달고 누워있게 돼 우리의 절망감은 깊었으나, 이 또한 불보살님 가피였다. 주치의마저 남편이 그 위험한 순간을 두 번 씩이나 이겨낸 불사조라며 대단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곧 병원 측에서 혈액은행에 저장된 혈액이 없다고 지정헌혈을 요구했다. 직계존비속은 물론 6촌 이내 친인척이 제외되고 혈액형도 일치해야하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동분서주하여 다행히 전혈 6개, 혈소판 4개를 구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혈전으로 막힐 뻔한 혈관에 또 한 번 스텐트 시술을 했으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게다가 고강도의 혈액용해제 투여로 인해 혹시라도 뇌혈관이 터질 수 있어 12시간을 지켜볼 때는 정말 피가 마르는 듯 했다.

두 번째 중환자실 생활은 더 힘들었는지, 수면제 투여도 효과가 없이 다시 섬망증이 시작됐다. 다행히 중환자실과 연계시켜 모니터링을 하기로 하고 일반병실로 옮기게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일어서고 휠체어를 타고 보행기에 의지해 조금씩 걷게 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그러나 몸의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혈관 두 가닥은 살아났지만 나머지 혈관 한 가닥이 문제였다. 몸이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기에 일단 퇴원 후 건강을 회복해 다시 재입원하기로 했다. 

10월31일, 50일 만에 퇴원해 집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 가족은 서로 얼싸안고 엉엉 울었다. 감격과 서러움, 감사함이 뒤얽힌 복합적인 감정의 울음이었다. 언제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 올까봐 노심초사 한 날들이었지만, 온 식구가 기도에 전념했다. 그리고 12월17일 드디어 재입원이 결정됐다. 아침 일찍부터 온종일 여러 검사에 들어갔다. 매일 기도로 최선을 다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모든 검사를 마친 이튿날 아침, 주치의 선생님이 ‘그동안 꽉 막혀 포기했던 혈관이 다시 뚫려 혈행이 원활하다’고 했다. 수술이나 시술 아무 것도 할 필요 없다며, 자신도 이런 기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한 병원옥상에서 하염없이 염주를 굴리던 때로부터 세 번의 계절을 거쳤다. 피가 마르고 애가 타는 시간이었지만 잃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평소 잊고 살았던 남편의 소중함을, 나아가 생명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특히 가족과 형제자매의 끈끈한 정이며 주변인들의 세세한 마음 씀씀이가 사무치게 와 닿았다. ‘죽음’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고 그저 평범한 일상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았다. 주지스님을 비롯한 지인들의 간절한 기도, 특히 올케에게도 깊이 감사한다. 50이 넘은 제자들은 헌혈을 위해 달려왔고 자녀들까지 내세워 지정헌혈에 동참해 주었다. 처음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도운 부부, 의료진의 성심성의를 다한 치료, 내 몸 같이 돌봐준 간병인, 사고소식을 접하고 농장을 알뜰히 돌봐준 이웃 등 이렇게 감사한 일이 내 주변에 넘칠 줄이야. 

그러나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불보살님의 가피력이다. 불보살님의 가피 아니고는 일어날 수 없는 기적들이었다. 골든타임 안에 모든 일이 신속히 이루어져 생명을 건질 수 있었고 여러 가지 험난한 고비가 있었음에도 그때마다 수술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음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관세음보살님이 나투신 것이 분명하다. 우리 가족에게 불교라는 든든한 귀의처가 있어 시련을 잘 극복해낼 수 있었던 것 역시 크나큰 가피다. 

더욱 감사한 일은 아들 일이다. 사건이 일어난 후 의연하게 모든 일을 처리했고, 자라면서 불교에 대해 시큰둥하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추운 병실 복도에서 쉬지 않고 관음주력을 했으며 아침저녁으로 108배를 올리는 등 불심을 되찾았다. 108배기도 100일 회향을 마치고 지금은 ‘금강경’을 매일 독송하고 있다. 이런 아들의 간절함 또한 불보살님께 닿았으리라. 

오늘도 남편과 함께 집 앞 공원을 걸으며 회복에 전념한다. 천지사방에 봄꽃이 흐드러졌다. 그러나 저 찬란한 꽃잎도 지고 나면 그뿐, 사람의 목숨도 어찌 다르랴. 코로나 때문에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목숨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생과 사가 한 호흡 간에 있다는 스님들 법문이 떠오른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꽃 아니랴. 기적으로 다시 핀 ‘목숨꽃’이기에 그 소중함이 사무친다. 결코 헛기도는 없다는 것을 생생한 체험으로 깨달아 더욱 기도에 정진할 것을 맹세한다. 매일 관음주력과 함께 ‘금강경’ 10독을 하며 ‘이 공덕을 법계 일체중생의 발보리심과 해탈과 복에 회향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생지옥을 겪는 모든 이들이 하루 빨리 고통을 여의고 행복해지기를, 이 역병이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축원 드리며 우주법계에 가득하신 불보살님께 감사의 절을 올린다.

 

[1540호 / 2020년 6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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