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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신행수기 발원문 심사평] 절절한 참회가 희망으로 변화

기자명 고명석

초등생부터 80대까지 참여
가족·동물 등 내용도 다양
맑은 정신 깨우는 귀한 글들
생활발원문으로 확대 필요

발원이란 나 자신은 물론 이웃과 사회의 고통을 향한 자비롭고 맑은 샘물이다. 그 샘물은 나와 온 세상을 아름답게 적시는 일심의 바다와 같다. 그러하기에 발원문을 쓰고 발원문을 읽는다는 것은 내 생명을 깨우고 내가 사는 공동체를 행복과 평화로 물들이는 진심어린 마음의 기도라 할 것이다. 또한 그 발원이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마음의 고백이기도 한 것이다. 거기엔 내가 저지른 죄업에 대한 참회가 담겨 있고 그 죄업을 바꾸어 나와 세상을 청정하게 가꾸려는 원력이 서려 있다.

금번 조계종 신행수기 공모전 발원문 분야에 많은 불자님들이 참여했다. 연령대별로는 생기발랄한 초등학생부터 황혼녘 70~80을 바라보는 어르신까지, 영역별로는 교도소 수감자를 비롯하여 정년퇴임한 교장 선생님이나 대학 교수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정성어린 글월들이 올라왔다. 사전 심사에서 탈락시키기에 아까운 글들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에게 심사를 의뢰한 글들도 역시 옥석을 가려내기가 어렵고 힘들었다. 모두 값진 땀방울로 이뤄진 맑은 정신을 깨우는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선택 받지 못한 발원문들은 마음의 아쉬운 여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대상으론 김영화 보살님의 발원문을 선정했다. 그의 글 속에서 남편과 자식 등 가족에게 가해졌던 진심어린 참회, 그리고 살면서 부지불식간에 저질러진 나 자신의 어리석음과 잘못에 대한 참회가 가슴 절절하게 전해져 왔다. 참회 후 마음은 자비로 꽃피어난다. 남편과 자식을 향한 순수한 초심의 그 지고지순함 속으로 돌아가려는 글월에서 어머니 관세음보살, 그 관세음보살님과 한마음 되려는 모습이 생생히 전해지는 듯했다. 이렇게 마음이 진실하고 아름다우니 글 하나하나가 감동어린 생명의 물결이었다. 발원문의 형식에도 잘 어울렸다.

우수상으론 오용석 불자의 발원문을 꼽았다. 이 발원문에서는 현대판 보현행원을 보는 듯 했다. 일상에서 보살로, 불자로 살아가는 열 가지 발원의 제목을 적어놓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삶의 방향을 적시해 놓았다. 모든 생명을 살리는 삶, 고요한 마음의 개발, 비우고 내려놓는 삶, 보시의 실천, 모든 중생에 대한 평등한 자비,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 본성에 대한 자각, 창조적인 삶 등 오늘날 자각적인 인간이 가야 할 길을 누가 들어도 분명하고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었다. 운문적인 문학성의 결여였지만 이러한 발원문 형식도 매우 호소력이 높다고 생각하였다.

그 밖에 아내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발원문도 눈에 들어왔다. 일생을 같이 했던 사랑하는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났다. 얼마나 허전하고 가슴 아팠을까? 하여 아내에게 살아생전 잘못했던 행위를 참회하고 아내의 극락왕생을 위해 빌고 또 빈다. 아마 남편, 부모님,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여 이러한 발원문을 작성하고 기도드린다면 그와 나 사이에 엉켰던 잘못도 풀리고 감사와 보은으로 새로운 생명을 기약하게 될 거라고 본다.

그밖에 내 주변의 동물들을 살피고 사랑하자는 발원문도 울림이 적지 않았다. 지금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19도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육식으로 말미암은 것일진대, 동물에 대한 우리 불자들의 마음가짐을 잘 살필 수 있었다.
 

고명석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

심사위원들의 바람이 있다면 이러한 발원문이 좀 더 다양해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병상에 있는 아픈 이들의 치유 발원문, 취업, 학업성취, 태아의 건강한 성장, 행복한 결혼, 새 아침을 여는 발원문 등 생활발원문으로 확대되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찰에서도 이러한 발원문 쓰기 신행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를 희망해 본다.


[1540호 / 2020년 6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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