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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한국전쟁 상처 딛고 해원·상생 발원”

  • 교계
  • 입력 2020.06.08 12:19
  • 수정 2020.06.08 19:24
  • 호수 1541
  • 댓글 2

6월7일 한국전쟁 70주년 수륙재 봉행
국군·유엔군·북한군·중공군·민간인 등
모든 전쟁 희생자 위한 첫 천도의식
“남북겨레 화합·평화 위한 마중물 되길”

법보종찰 합천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는 6월7일 대적광전 앞마당에서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국군을 비롯해 유엔군, 북한군, 중공군, 남북민간인 등 138만명의 넋을 위로·천도하고 해원과 상생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법보종찰 합천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는 6월7일 대적광전 앞마당에서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국군을 비롯해 유엔군, 북한군, 중공군, 남북민간인 등 138만명의 넋을 위로·천도하고 해원과 상생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한국전쟁 희생자들이시여, 지금 부처님 보살핌을 받고 법의 가피력에 의지해 이미 걸림 없는 이 자리에 이르렀으니, 수륙대재의 법식을 통해 모든 한과 미움을 풀고 천상극락의 세계에 왕생하소서.”

법보종찰 합천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는 6월7일 대적광전 앞마당에서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국군을 비롯해 유엔군, 북한군, 중공군, 남북민간인 등 138만명의 넋을 위로·천도하고 해원과 상생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모든 넋을 한 곳에 모아 천도의식을 봉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50~53년 3년여간의 한국전쟁으로 대한민국 국군과 경찰 14만1000명, 미국·터키·프랑스·네덜란드·콜롬비아·태국 등 16개국 유엔군 3만8000명, 북한군 52만명, 중국군 14만9000명, 남북 민간인 52만명 등 모두 138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인사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정치적 이념을 떠나 인도적․종교적 차원에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피아를 가리지 않고 희생된 모든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번 수륙대재를 마련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부터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국군·유엔군·북한군·중국군·남북민간인을 상징하는 오색 10만 연등을 도량에 내걸어 모든 희생자들을 추모해왔다.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 스님과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분향 및 헌화하고 있다.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 스님과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분향 및 헌화하고 있다.

이날 수륙대재는 법고와 명종타종에 이어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 총무원장 원행, 호계원장 무상, 교육원장 진우 스님 등과 한국전쟁 주요참전국 대사 등이 희생자 영단에 분향·헌화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대적광전 앞 3층 석탑에 마련된 영단은 참전국 군인과 민간인 희생자들을 각각 5개 방향으로 위패를 모은 오로단(五路壇)으로 설치됐다.

공군교육사령부 군악대의 트럼펫 연주로 희생영가를 깨우고, 해인총림 전계사 무관 대종사와 선룡 대종사(산중원로), 해인총림 율주 경성, 팔만대장연구원장 경암 스님이 증명법사단으로 참여한 가운데 희생영가의 몸을 씻는 관욕으로 천도의식은 진행됐다. 이어 참전 군인과 민간인 희생자를 재현한 영가들은 각각의 영단에 착석한 데 이어 해인사 대중 종밀·능허·광해·만봉 스님의 집전으로 위령·천도의식이 진행됐다. 이날 위령·천도의식은 모두 한글로 진행돼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부대중과 공감대를 넓혔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조계종 군종교구장 혜자 스님
조계종 군종교구장 혜자 스님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은 이날 천도법어를 통해 “6·25때 유엔군과 한국군 그리고 북한군과 중국군이 삼팔선을 사이에 두고 진퇴를 거듭하며 138만여 명의 희생자를 내면서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찔렀으니 이 어찌 산하대지가 대성통곡할 일이 아니겠느냐”며 “이후 70성상이 흐른 지금 현충일을 맞아 그동안의 분노와 갈등이라는 공업을 치유하고자 해인사에서 수륙대재를 봉행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께서는 온 국민의 해원 염원을 담은 정성스런 수륙대재 공양을 받고 본심으로 돌아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을 누리라”며 “아울러 이 인연으로 남북한 동포들과 더불어 세계 사람들이 소통하고 상생하고 발전해 세계에 평화가 깃들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추도사에서 “해인사 수륙대재는 어둠을 걷어내고 아직 치유되지 않은 많은 전쟁의 희생자를 천도해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불교계의 다짐이며,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야단법석”이라며 “오늘 참석한 사부대중 모두는 참전 희생자를 위로하는 지극한 발원으로 영령들을 고통 없는 열반으로 인도하고자 한다. 이 땅에 지혜와 자비의 등불을 밝혀 세계일화의 꽃을 피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한마음 돌이키며 우리는 모두 하나다. 하나 된 그 자리에 옳음과 그름은 무엇이며, 나와 남은 또 무엇이겠냐”며 “꿈속의 그림자와 같은 망상의 흔적들을 지우고 평등무애한 정신을 오늘에 되살릴 때, 우리 모두는 공생과 화합의 새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군종교구장 혜자 스님은 “70년 전 한반도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처참했다. 이유 없이 죽어간 시민들과 전쟁에 뛰어 들어 희생된 군인들은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였다”며 “안타까운 죽음으로 천도 받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영혼들은 물론이고 땅과 바다에 사는 모든 미물들까지도 오늘 수륙대재를 통해 이고득락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진선미·정희용·김영배 국회의원·문준희 합천군수 등도 추모메시지를 통해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군인과 민간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해원과 상생의 염원을 모으기 위해 수륙대재를 봉행한 해인사에 고마움을 표했다. 또 에르신 에르친 주한터키대사,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대사, 후안 카를로스 카이산로세로 주한콜롬비아대사, 롬마니 카나누락 주한태국대사,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대사, 취환 한중문화우호협회장 등 한국전쟁 당시 주요 참전국 대표들의 위령 및 평화메시지도 발표됐다.

대적광전 앞 3층 석탑에 마련된 영단은 참전국 군인과 민간인 희생자들을 각각 5개 방향으로 위패를 모은 오로단(五路壇)으로 설치됐으며 희생영가들을 재현한 군인들이 각각의 위패 앞에 앉아 있다.
대적광전 앞 3층 석탑에 마련된 영단은 참전국 군인과 민간인 희생자들을 각각 5개 방향으로 위패를 모은 오로단(五路壇)으로 설치됐으며 희생영가들을 재현한 군인들이 각각의 위패 앞에 앉아 있다.
영가의 위패를 사르는 소전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영가의 위패를 사르는 소전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수륙대재로 회한을 달랜 전쟁희생 영가들이 정토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수륙대재로 회한을 달랜 전쟁희생 영가들이 정토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조계종 불교음악원, 봉은국악합주단, 혜명무용단은 진혼곡과 진혼무를 통해 전쟁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으며, 참석대중들은 한국전쟁의 상처를 딛고 상생·평화를 발원했다. 수륙대재는 오로단에 안치된 희생영가들의 위패를 사르는 소전 의식과 수륙대재를 통해 회한을 달랜 희생영가들이 부처님 법에 의지해 정토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의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이번 수륙대재는 국군과 유엔군 뿐 아니라 전쟁 당사자인 북한군과 중국군, 남북 민간인 희생자들을 천도하고 70년을 이어온 동족상잔의 아픔과 원한 씻어내 해원과 상생을 이루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이를 통해 남북겨레의 화합과 평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해인사는 수륙대재에 앞서 6월6일 선림원 템플스테이 특설무대에서 한국전쟁 70주년 추모음악회도 진행했다.

합천=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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