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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종교 전락 않으려면

기자명 심원 스님

최근 모 TV방송에 ‘꼰대인턴’이라는 제목의 코믹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둘이 모여 복합어가 되기에는 서로가 낯선 ‘꼰대’와 ‘인턴’의 조합에 호기심이 생겨 살펴보니 ‘갑을체인지 복수극’이다.

한때 잘 나가던 시절,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는 꼰대 끝판왕이었던 A는 다니던 직장에서 밀려난 후 시니어 인턴으로 겨우 재취업에 성공한다. 그런데 그를 부하직원으로 맞이한 새 직장의 상사인 B부장은 A가 자행한 꼰대 갑질의 희생물이 되어 갖은 수모와 설움을 당했던 바로 그 인물! 상사와 부하직원의 위치가 뒤바뀐 상황, 이제 어떤 일이 펼쳐질까?

꼰대는 단순히 나이 많은 남자나 직장 상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권위적이고 말이 통하지 않으며 본인만 옳다고 고집할 뿐 아니라 자기의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다. 이러한 꼰대들의 통상적 어법을 풍자하여 인터넷에는 ‘꼰대 감별 육하원칙’까지 등장했다.

“Who(내가 누군 지 알아?), When(나 때는 말이야…), Where(어딜 감히!), What(니가 뭘 안다고!), How(어떻게 나한테!), Why(내가 그걸 왜?)” 평소에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있다면 당신은 영락없이 꼰대인 것이다. 그런데 꼰대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변화’를 거부하거나 변화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가진다는 점이다. 인류의 역사는 변화와 혁신의 역사이고 한 사회의 문화는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문화가 변동할 때 문화요소 간에는 변화 속도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규범이나 제도 등 비물질적인 적응적 문화(adaptive culture)는 기술이나 산업 등 물질문화(material culture)의 급속한 변동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한 미국의 사회학자 W. F. 오그번(Ogburn)은 ‘사회변동론’에서 문화지체이론(Cultural Lag Theory)을 제시했다.

꼰대는 문화지체 현상이 사람에게서 표출된 특수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회 조직과 시스템이 변화하고 이미 그에 맞는 가치관이 새롭게 정립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꼰대는 안간힘을 써가며 버틴다. ‘나 때는 말이야’를 비롯한 6하 원칙을 동원하여 자신에게 익숙한 사고방식을 고집하고 타인의 순종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꼰대는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조직 자체가 꼰대인 집단이 있다. 권위와 위엄이 운영의 핵심 요소인 조직일수록 꼰대 집단이 되기 쉽다. 가장 대표적 경우가 종교다. 교주와 교리는 신앙의 대상으로서 그 교단의 구성원들에게 절대적 권위를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교단의 지도자들이 사회문화의 변화에 유연한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그 종교집단은 자연히 꼰대가 될 수밖에 없다. 

불교는 그런 점에서 매우 자유롭다. 불교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諸行無常]’는 것을 기본교설로 하며, 교조이신 붓다는 결코 당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당신의 가르침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專精思惟] 바르게 알고 수행하라 하셨고, 열반에 즈음하셔서는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으라[自燈明 法燈明]’는 마지막 설법을 남기셨다.  

이러한 교설이 바탕이 되었기에 코로나19로 종교집회가 금지되고 법회나 기도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뀐 상황에서도 큰 혼란 없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타 종교가 집단 감염원이 되어 끊임없이 세간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과 저절로 비교가 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6개월, 우리 불교계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스스로의 장점과 가능성을 보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도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이다. 꼰대종교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늦지 않게 코로나19 이후의 불교를 준비해야 한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전 강사 chsimwon@daum.net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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