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작은 행동에도 배려가 먼저
69. 작은 행동에도 배려가 먼저
  • 법장 스님
  • 승인 2020.06.16 09:41
  • 호수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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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주의하고 경계한 ‘방화손생계’를 아시나요

강원도 고성 산불 발생으로
많은 사람들 재산피해 입어
부처님 계율정신 배려 강조
일상서 배려 깃든 계행 실천

얼마 전 다시 강원도 고성에 큰 산불이 발생해 수많은 재산피해와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한순간의 방심이 불러온 산불이라는 재난은 수십 수백 년을 가꾸어온 자연을 훼손시키고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준다. 게다가 산불의 원인이 쓰레기 불법 소각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소식에 한 사람으로서 자연에게 너무나 창피하고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재앙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인근 5개 시, 군에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될 정도로 큰 국가재난이 되어 수많은 이들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갔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856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딘 노트르담 대성당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인한 화재에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대상이며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곳도 이런 화재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화재는 단 한 사람의 방심으로 인해 생겨나지만 그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는 그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자연을 훼손시키고 수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을 잃게 만드는 것은 마치 그들을 지옥으로 내모는 것과 같은 행동인 것이다. 그렇기에 불교에서는 불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계율로 정하여 그 행동과 의도를 주의시키고 있다. 특히 ‘범망경’ 제14경계인 ‘방화손생계(放火損生戒)’에서는 농사를 위해 논밭에 불을 내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설사 주인이 없는 땅이나 산에 불을 낸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라의 것이기에 어떠한 경우라도 함부로 불을 내거나 불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유명 관광지나 사찰 등은 주로 산속에 위치해 있기에 특히 불을 다루는 것에 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등산객이 점차 늘어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도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으로 산에서 흡연을 하거나 취사 등을 하는 것은 이미 그 생각에서 다른 이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우리 선조들로부터 정성껏 가꾸어져 내려온 우리나라의 아름답고 푸른 자연이 오히려 현대의 우리들로 인해 수없이 훼손되어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느끼고 있는 자연도 결코 지금 우리의 것이 아니다.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우리 자녀들과 후대에게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전해주어야 하는 유산인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무책임한 행동으로 손상시켜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렇기에 불교에서는 단순히 화재로 인한 피해만이 아닌 그 이후의 아픔에 대해서도 염려하여 이러한 계율을 제정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나쁜 마음을 갖고 고의로 화재를 일으킨 것이라면 더욱 무거운 죄를 받게 된다. 순간의 방심에 의한 화재도 이처럼 엄격하게 다루지만 고의로 낸 화재는 단순히 방화의 죄만이 아닌 그로 인한 살생도 일어날 수 있고, 다른 이의 재산을 빼앗는 것과도 마찬가지이기에 그 하나의 행동에 살생계와 투도계까지 적용하여 중죄로서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방화손생계’와 같이 불교에서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생겨날 수 있는 화재나 사고 등의 가능성조차도 염려하여 계율을 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불교에서 추구하는 자비심과 보살행과 깊은 관련이 있다. 불교에서는 우리의 삶을 화합을 추구하는 공동체로 보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존재이기도 하지만, 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의 의지처가 되어주고 더불어 화합하여 살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 한 명의 편의를 위한 가벼운 행동을 주의시키고 자신의 권리를 누리지만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독선적인 편의는 자칫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자리이타의 보살행이란 이런 작은 생활 속의 행동에서도 타인과 사회를 배려하는 생각과 그것의 실천 속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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