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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김미영의 ‘개미 장’

기자명 신현득

조상들이 개미활동에서 알아낸 사실
‘개미 장’ 낱말 사랑하란 뜻 담은 시

개미떼가 움직이면 장마 조짐
개미 장은 비오기 전 식량준비
개미의 행동은 사람들에게도
논밭둑‧냇둑 튼튼히 하란 교훈

우리나라 속담에는 개미가 많이 등장한다.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칭찬할 때에 ‘개미처럼 부지런한 사람’이라 한다. 부지런히 일해서 크게 이루는 일을 ‘개미 금탑 쌓기’라 한다. 개미에게는 사람이 본받아야 할 점이 많다. 개미는 부지런하다. 이것을 사람이 배워야 한다. 사람은 개미로부터 협동을 배워야 하고, 질서 지키기를 본받아야 한다.

이러한 개미는 지구촌 어디에나 떼를 지어 살고 있다. 그 종류는 5천 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만 100여종이 살고 있다. 개미의 일가족은 수천이다. 일개미·수캐미·여왕개미의 계급이 있다. 개미 왕국에서는 이 계급의 질서를 어기는 개미가 없다. 여왕개미는 결혼 비행을 마치고 땅으로 내려와 날개를 떼어 버린 다음 작은 구멍을 파고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깬 애벌레는 여왕개미가 입에서 내어주는 먹이를 먹고 자라서 번데기가 된다. 

일개미가 나오기 시작하고 수가 많아지면 여왕개미는 더 이상 애벌레를 기르지 않고 알만 낳는다. 일개미가 맡은 일은 아기 키우기와 여왕 돌보기, 먹이 모우기이다. 개미 왕국은 수많은 방이 통로로 이어져 있다. 먹이 저장고와 아가 키우는 방이다. 하던 일이 되풀이 될 때를 견주어서 쓰는 속담에 ‘개미 쳇바퀴 돌기’라는 말이 있다. 조그만 실수로 큰 손해를 보았을 때에는 ‘개미 구멍 때문에 공든 탑이 무너졌다’라는 속담을 쓴다. 그런가 하면 ‘개미가 거둥하면 비가 온다’는 속담이 있다. 동시 한 편을 살피면서 생각해보자.

 

개미 장 / 김미영

곧 장마가 질 거야.
얼른 먹이를 구해야 해.
다같이 힘을 모우자. 

장 보러 가는  
개미들
마음 걸음 바쁘다. 
(개미 장 : 장마가 지기 전에 개미들이 줄을 지어 먹이를 나르는 것) 

김미영 순 우리말 동시집 ‘말모이’ (2020)

 

날이 궂으려 하면 개미떼 수천 마리가 굴밖에 나와서 땅을 까맣게 덮고 몰려다닌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런 개미의 행동을 “개미 장보러 간다”고 말해왔다. 

이 동시는 옛날 옛적, 우리말에 자리잡은 ‘개미 장보러간다’에서 ‘개미 장’ 한 낱말을 내세우기 위해서 쓴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순 우리말만을 글감으로 시집을 엮고 제호를 ‘말모이’라 했다. ‘순 우리말 모음’이란 뜻이다. 

우리 속담에 있는 ‘개미가 거둥하면 비가 온다’에서 ‘개미 장’을 두고 작품 한 편을 쓴 것이다. 개미가 집밖에 나와서 장을 보러 가면 비가 온다는 말은 조상 때부터 경험으로 알아낸 사실이므로, 우리는 ‘개미 장’ 한 낱말을 사랑하고 아끼자는 뜻을 담은 동시 한 편이다.  

시골학교 아이라면 자주 보는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개미 떼가 줄을 이었다. “개미 장보러가네” 하고 한 아이가 소리친다. 같이 가던 아이들이 “장마가 오려나봐” 한다. 그러고 하늘을 보니,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장마가 올 것을 먼저 알고 개미가 장마에 대한 준비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곧 장마가 질 거야/ 얼른 먹이를 구해야 해/ 다같이 힘을 모우자.’ 시의 첫 연 3행은 개미 화자(話者)들이 하는 말이다. 장마가 올 것을 알고 식량 준비를 서두르자는 말이다. 그러면서 장보러가는 개미들은 걸음이 바쁘다. 

개미의 행동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다. 장마에 앞서 논밭둑 냇둑을 튼튼히 하라고 개미가 이르고 있다.

시의 작자 김미영(金美英)시인은 경기 평택 출신으로 1996년 아동문예 동시문학상에 뽑혀 등단했으며, ‘잠자리와 헤리콥타’ ‘손수건에게’등 동시집을 내었다. 수원문학상, 서덕출 문학상 등을 받았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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