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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제와 불교

부처님은 일찍이 우리들에게 ‘무상(無常)’을 가르쳐 주셨다.

무상. 그것은 말 그대로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렇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잠시도 쉬임없이 변하고 있다. 생명있는 것이건, 생명없는 것이건, 심지어는 생각까지도, 느낌까지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 나라는 1960년대를 고비로 해서 산업사회로 바뀌었고, 1980년대를 고비로 정보사회로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컴퓨터를 모르면 원시인 취급을 받고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으면 석기시대 인간으로 취급당하는 그런 사이버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앞에는 싫건 좋건 ‘삶의 질’을 따지고 ‘삶의 문화’를 따지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는 먹고살기 위해서 일하던 시대가 아니라,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 앞에는 지금 ‘주 5일 근무제’라는 놀라운 제도가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이 ‘주 5일 근무제’는 이미 시행중인 직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금년부터는 급속도로 확산되게 될 것이요, 몇 년 후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주 5일 수업제’를 시행하게 될 것이며 결국은 모든 관공서가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게 될 것이요, 그렇게 되면 우리 나라는 어쩔 수 없이 전면적인 5일 근무제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얼핏 보아서는 1주일이라는 7일 가운데 토요일, 일요일 이틀은 쉬게 되어서 일주일에 하루를 더 쉬게될 뿐이라,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 5일 근무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참으로 우리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맞게될 것이다.

이하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고 놀고 즐기는 시간이 그 만큼 늘어나게 되므로 레져, 스포츠, 여행, 환락, 외식산업이 급격히 확산되고 자연을 찾아 산으로, 강으로, 들로, 바다로 나가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서양의 선진국에서 주 5일 근무제가 보편화되고, 금요일이 ‘주말’이 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곳이 바로 서양종교의 교회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주 5일 근무를 마친 사람들이 금요일 오후만 되면 너도나도 자동차에 가족을 싣고 주말여행을 떠나는 게 보편화되어 일요일에 열리는 종교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 나라도 이 ‘주 5일 근무제’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고, 금요일이 주말이면 똑같은 현상이 어김없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징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우리의 고속도로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생활 형태의 변화를 눈앞에 두고, 과연 우리 불교계는 이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오는 사람 막지 아니하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아니한다”는 소극적, 자세만으로는 주 5일 근무제로 도시를 탈출하는 저 수많은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맞을 수는 없다.

1600여년 동안 선조들로 부터 물려받은 산과 물과 계곡과 사찰, 그리고 그 추녀 끝에 매달려 땡그렁 울리는 풍경소리만으로 삭막한 가슴을 안고 도심을 탈출해 나오는 저 수 많은 사람들을 맞을 수는 없다.

과연 불교계는 사찰의 특성에 맞게 무엇을 마련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종합적인 연구검토가 있어야 한다.

어쩌면 주5일 근무제는 불교포교 역사상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분명 기회는 오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연구와 대비책을 세워 놓지 않으면 혼란과 무질서만 겪게 될지도 모른다.



윤청광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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