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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딸의 증언 “학대는 없었다”

  • 교계
  • 입력 2020.06.23 19:11
  • 수정 2020.07.04 21:58
  • 호수 1543
  • 댓글 10

나눔의집 강일출 할머니 딸 씽이엔링씨 인터뷰

2003년 어머니 따라 중국서 한국으로 이주
한 달에 25일 나눔의집에서 어머니와 생활
2018년 담석·2019년 위암 입원 때도 ‘무료’
조리사가 어머니 좋아하는 음식 매끼 챙겨
이제 의혹·갈등 벗어나 할머니들 편안하길

강일출 할머니(사진 왼쪽)와 딸 씽얀린 씨.
강일출 할머니(사진 왼쪽)와 딸 씽이엔링씨.

“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악화되면서 2018년부터는 아예 나눔의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어머니를 돌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조리사 분들이 할머니들을 홀대하고 학대한다고 느낀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는 강일출(94) 할머니의 딸 씽이엔링(邢燕玲·59)씨는 6월22일 오후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나눔의집에서 제기되고 있는 할머니들에게 막말을 하고 음식비용을 아끼기 위해 드시고 싶은 것을 주지 않는다는 등의 의혹은 내가 지켜본 사실과 다르다”며 “요양보호사·조리사 등은 할머니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늘 신경을 쓰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는 2016년 치매증세가 심해졌고, 2018년 추석 무렵 할머니는 서울 구로에 사는 큰아들 집을 방문했다가 길을 잃은 사고를 당한 뒤부터는 딸과 함께 나눔의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 달에 25일을 시설에서 생활한다는 씽이엔링씨는 “본가에 내려가 시설을 잠시 비울 때 요양보호사가 어머니의 식사와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며 “조리사도 저를 대신해 방 냉장고에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과일과 간식거리를 항상 준비하고 육류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매끼 고기반찬을 꼭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이는 후원금이 할머니에게 쓰이지 않았고 홀대했다는 일부 직원들의 의혹제기와는 상반되는 증언이다.

씽이엔링씨는 특히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의 가족들 중 한명 이상이 항상 시설에 상주해왔던 것으로 안다”며 “고 김순옥 할머니 따님, 고 박옥련 할머니 따님을 거쳐 지금 내가 돌봄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할머니들을 학대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강 할머니 의료비 지원과 관련해 “어머니는 3개월에 한 번씩 서울 잠실 아산병원에서 당뇨병 검사를 진행하고 약을 처방받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의료비와 약값은 단 한 차례도 내가 부담한적 없다”고 밝혔다. 또 “어머니가 2018년 12월 담석과 2019년 2월 위암으로 두 차례 입원했을 때 수술비와 치료비도 무료였다”고 덧붙였다.

강일출 할머니는 192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16살 되던 해인 1943년 중국 심양을 거쳐 장춘, 당단강의 ‘위안소’에 연행돼 ‘위안부’ 피해를 당했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장티푸스를 심하게 앓아 부대 밖으로 이송돼 생사를 헤매던 중 조선독립군들에 구출돼 가까스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나눔의집 강일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딸 씽얀린(사진 오른쪽) 씨.
나눔의집 강일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딸 씽이엔링(사진 오른쪽) 씨.

이후 강 할머니는 중국 길림성에서 결혼해 살면서 두 아들과 딸을 낳았다. 1990년대 후반 할머니는 한국의 스님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집을 개설했고, 할머니를 시설로 모시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상을 알리고 일본의 참회를 이끌어내는 데 동참하겠다고 결심하고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와 나눔의집에서 삶을 시작했다.

강 할머니는 나눔의집 생활에 크게 만족했던 것으로 전한다. 씽이엔링씨는 “당시 몸이 건강하던 어머니와 항상 함께 생활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시설 내에서의 생활을 물어본 적 있다”며 “다른 할머님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 즐겁고 좋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생활에 만족한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고 말했다.

씽이엔링씨는 나눔의집 스님들과 관련해서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아무런 관심과 지원이 없던 때 스님들이 나서서 나눔의집을 세우고 운영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어머니도 항상 스님들에게 고마워하셨고, 가끔 스님들과 만날 때에는 (스님들이)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머니가) 사주겠다는 농담도 건넸다”고 말했다.

씽이엔링씨는 이어 “내부에서 소란스러운 일이 지속되면 할머니들의 정서에도 좋을 수 없다”며 “이제는 나눔의집이 하루빨리 의혹과 갈등에서 벗어나 할머니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씽이엔링씨는 이번 인터뷰를 위해 큰 용기를 내야했다고 털어놨다. 같이 생활했던 조리사가 무릎을 꿇고 일부 직원들이 손가락질하고 소리치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두려웠고, 인터뷰로 인해 일부 직원들의 차가운 시선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럼에도 씽이엔링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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