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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통에 미국 유출된 신흥사 영산회상도 66년 만에 귀환

  • 성보
  • 입력 2020.06.25 15:01
  • 수정 2020.06.26 21:11
  • 호수 1543
  • 댓글 1

한국전쟁 후 행방 묘연했던 초대형 불화
미국 떠돌다 LA카운티박물관 수장고서 발견
조계종, 2015년부터 적극 나서 반환 체결
신흥사, 8월 고불식‧9월 수륙재 봉행 예정

신흥사 영산회상도 보존처리전 모습. 문화재청 제공.
신흥사 영산회상도 보존처리 전 모습. 문화재청 제공.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미국으로 유출됐던 설악산 신흥사 ‘영산회상도’ 1점과 ‘시왕도’ 3점이 66년 만에 원소장처로 돌아온다. 전쟁 혼란기를 틈타 유출된 문화재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되돌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6월25일 “LA카운티박물관(LACMA, 이하 라크마)과 설악산 신흥사가 성보 반환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954년 유출된 신흥사 ‘영산회상도’ 1점과 ‘시왕도’ 3점이 신흥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계종은 2015년부터 라크마와 교류 관계를 맺고 다양한 조사 연구를 진행하며 ‘영산회상도’ 환수를 추진해왔다. 이번 환수는 약탈 문화재 이양이 소장 박물관과의 협의 하에 선의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신흥사 영산회상도 현재 모습. 335.2 × 406.4cm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설한 법회 모습을 그린 불화다. 이는 신흥사 대웅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보물 제1721호)의 후불화로 모시기 위해 1755년(영조 31, 건륭 20년) 가로 4.064m, 세로 3.353m의 초대형 불화로 조성됐다. 강원도에서 현존하는 후불화 가운데 제작 시기가 이를 뿐 아니라 불화의 규격과 화격(畫格)에 있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귀중한 가치를 지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흥사 시왕도 현재 모습. 

‘영산회상도’와 함께 돌아오는 ‘시왕도’는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10명의 대왕을 그려 명부전에 모셨던 불화로 1798년(정조 22) 제작됐다. 명부전에는 ‘지장보살도’를 중심으로 왼쪽에 1, 3, 5, 7, 9대왕이 오른쪽에 2, 4, 6, 8, 10대왕이 그려진 불화가 걸린다. 이번에 돌아오는 불화는 명부전 왼쪽에 걸렸던 3, 5대왕도 1폭과 9대왕도 1폭, 오른쪽에 걸렸던 2, 4, 6대왕도 1폭이다.

폴 뷰포드 팬처 촬영 사진. (극락보전 내부,1954.5~6)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당초 신흥사 극락전과 명부전에 모셔졌던 ‘영상회상도’와 ‘시왕도’는 1954년 6월까지 신흥사에 봉안돼 있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6~10월 사이 속초지역 미군정에서 철수하던 군인들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 통신장교 폴 뷰포드 팬쳐씨와 해병대 장교 리차드 브루스 락웰씨가 촬영한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54년 5월경 폴 뷰포드 팬쳐씨가 촬영한 사진에는 불화가 각 법당에 봉안된 것이 담겨 있으며 리차드 브루스 락웰씨가 같은 해 10월 경 촬영한 사진들에서는 법당 안 불화가 사라져있다.

폴 뷰포드 팬처 촬영 사진. (명부전 내부,1954.5~6)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한국전쟁 이후 자취를 감췄던 신흥사 ‘영산회상도’가 모습을 나타낸 것은 2007년이다. LA카운티박물관 측에서 수장고에 있던 ‘석가여래설법도’의 가치를 판별해 달라고 정우택 동국대 교수에게 요청한 것이다. ‘석가여래설법도’는 6개 큰 조각과 파편들로 잘려 훼손이 심한 상태였다. 정 교수는 화기를 통해 불화가 신흥사 소장이었던 ‘영산회상도’임을 확인했다.

리차드 브루스 락웰 촬영 사진. (극락보전 내부,1954.10)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리차드 브루스 락웰 촬영 사진. (명부전,1954.10)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LA카운티박물관는 한국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10~11년 2년에 걸쳐 복원했다. 복원은 국내 보전처리 전문가인 박지선 용인대 교수와 정재문화재보전연구소가 맡았다. 복원작업이 끝난 뒤 마침내 2011년 11월11일, ‘석가여래설법도’는 LA카운티박물관 한국관에서 완벽한 모습을 드러냈다. 1950년 초반의 어느 날, 신흥사 극락보전에서 찍힌 ‘영산회상도’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번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환수는 조계종의 환수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로 성보 문화재 환수를 위한 종단의 다양한 노력에 의해 이룬 성과다. 종단뿐 아니라 2017년 출범한 사단법인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이사장 이상래) 등 지자체와 NGO 등이 협력해 일군 결과이기에 더욱 뜻깊다.

신흥사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영산회상도 환수 협상을 이끌어왔던 지상 스님은 “성보문화재는 문화재이기 이전에 성보로서 예경의 대상인 만큼 박물관 수장고가 아닌 원 소장처인 사찰에 있을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난다”면서 “양 국가 간의 상호 이해로 한국전쟁 혼란기를 틈타 무단 반출됐던 소중한 성보가 환수된 만큼 다른 문화재들이 환지본처 하는 데 선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문화부도 “앞으로 한국불교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해외에 흩어진 성보문화재의 현황 조사 및 연구를 위해 해외 여러 기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올해 7월 중 미국에서 한국에 들어온다. 신흥사는 8월 중 봉행될 환수 고불식과 9월 예정인 수륙재를 통해 이를 일반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당분간 유물기념관에 보관되며 이후 조성될 새 전각에 모셔질 예정이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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