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과 신흥사, 학계와 속초시민 힘 모아 기적 이뤄내

  • 성보
  • 입력 2020.06.26 20:55
  • 수정 2020.06.26 21:09
  • 호수 1543
  • 댓글 0

신흥사 영산회상도 환수 의미

2007년 발견 당시 6개 조각 나뉘어 심한 훼손 상태
박지선‧정우택 교수 등 미국 상주하며 보존처리 착수
속초시민들, 활용방안 제시 등 환수 위한 여론조성도

전쟁 직후 미국으로 반출됐다가 6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신흥사 ‘영산회상도’의 보전 처리 전 모습. (가로 4.064m*세로 3.353m) 문화재청 제공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환수는 조계종의 환수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로 성보 문화재 환수를 위한 조계종의 다양한 노력뿐 아니라 사단법인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이사장 이상래)를 비롯해 지자체와 NGO 등이 협력해 일군 결과이기에 더욱 뜻깊다. 또한 심하게 훼손됐던 ‘영산회상도’를 복원하는데 수년간 힘을 아끼지 않은 전문가들의 노력과 미국 LA카운티미술관(이하 라크마)의 한국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보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흥사가 위치한 지역은 한국전쟁 때 산문이 폐쇄된 채 미군정이 설치된 곳이다. 총든 군인들이 한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던 격동의 시기, 성보문화재도 그 비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54년 산문이 다시 열렸을 때 ‘영산회상도’는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미군이 가져갔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확인할 방법도 회수할 묘안도 없었다.

‘영산회상도’가 다시금 모습을 나타낸 것은 2007년이다. 라크마에 부임한 한국인 큐레이터에 의해 발견된 불화는 ‘석가여래설법도’로 불리며 발견 당시 6개 큰 조각과 파편들로 잘려 훼손이 심한 상태였다. ‘석가여래설법도’의 가치를 판별해 달라는 라크마 측의 요청을 받은 정우택 동국대 교수가 화기를 통해 신흥사가 원소장처였다는 점을 확인했다.

라크마는 1998년 LA에 거주하는 한국미술 전문 딜러에게 여섯 조각으로 나누어진 ‘석가여래설법도’를 구입한 것으로 전한다. 구입 직후 라크마 역시 화기를 확인했고 신흥사에 원소장처 문의를 공문 형식으로 보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신흥사에서 이 공문을 받은 사람이 없었고, 전시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이 심했던 ‘석가여래설법도’는 오랫동안 라크마 수장고에 잠들어 있었다.

‘석가여래설법도’ 복원은 2010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지선 용인대 교수가 연구원들과 함께 조각난 부분을 접합해 보존처리했으며 정우택 동국대 교수도 미국에 상주하며 학술자문을 했다. 1년에 걸친 복원작업이 끝나고 마침내 2011년 11월11일 ‘석가여래설법도’는 라크마 한국관에서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1950년 어느 날, 신흥사 극락보전에서 찍힌 ‘영산회상도’ 모습 그대로였다.

폴 뷰포드 팬처씨가 1954년 5~6월 경 촬영한 신흥사 극락보전과 명부전에는 영산회상도(사진 위 왼쪽)와 시왕도 3점(사진 위 오른쪽)이 존재하지만, 같은해 10월 리차드 브루스 락웰씨가 찍은 사진에는 영산회상도(사진 아래 왼쪽)와 시왕도 5점(사진 아래 오른쪽) 모두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신흥사 ‘영산회상도’가 문제없이 환수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의 힘도 한몫했다. 속초 시민과 신흥사 사부대중이 2017년 발족한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는 2018년부터 ‘영산회상도’와 ‘시왕도’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학술조사 발표회를 꾸준히 개최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속초 신흥사 대표문화재 영산회상도 환수 촉진 세미나’를 열고 ‘영산회상도’ 환수를 위해 적극 나섰다. 이들은 ‘영산회상도’ 환수를 위한 대국민 여론조성과 활용방안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했다. 2019년에는 신흥사가 ‘제반문’ 목판을 환수할 당시 미국에 함께 가 ‘영산회상도’ 환수를 염원하며 만든 영문 책자와 동영상 자료를 라크마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상래 이사장은 “시민의 뜻을 모아 소중한 문화재를 되찾아 오는 큰 성과를 거두게 됐다”며 “앞으로도 밀반출된 다른 문화재에 대한 일제 조사를 거쳐 환수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20년 4월1일 기준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는 21개국, 19만3136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8만1889점(42.4%)이 일본에 있으며, 두 번째로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미국에 5만3141점(27.5%)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