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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방회‧황룡혜남을 제자로 길러낸 석상초원선사 가르침 국내 첫 발간

  • 불서
  • 입력 2020.06.29 13:18
  • 호수 1543
  • 댓글 0

‘석상초원선사어록’ / 영곡 스님 역주 / 민족사

‘석상초원선사어록’

임제선사는 후세 사람들이 ‘임제장군(臨濟將軍)’이라고 평할 만큼 기존 가치관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자유로운 선풍(禪風)을 만들어 냈다. 특히 제자를 가르칠 때 몽둥이를 사용한 덕산과 더불어 ‘덕산방 임제할’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제자를 받아들이고 다루는 자세가 신랄하고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의 어록인 ‘임제록’에 수록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돼라. 지금 있는 그곳이 진리의 자리이다)’은 수행자는 물론 불자들에게 삶의 지남이 되는 가르침으로 남아 있다.

그 임제선사가 종문을 연 임제종은 한때 쇠락의 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분양선소(947∼1024)에 이르러 다시 큰 변화를 겪으며 부흥의 계기를 맞이했다. 이어 제자들인 파초곡천‧대우수지‧나양혜각‧법화전거‧자명초원 등에 의해 널리 확산됐다. 그중에서 자명초원은 호남성을 중심으로 남방으로 크게 선풍을 드날려 분양선소가 일으킨 임제선의 불길을 더욱 확산시키며, 임제종이 선종의 주류로 명맥을 유지하고 1000여년을 지속적으로 꽃피워갈 수 있는 탄탄한 기초를 닦았다.

이 책 ‘석상초원어록’은 그 자명초원이 남긴 가르침이다. 자명 스님은 수행할 때 졸음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정진했다는 수행담을 남긴 주인공이다. 뒷날 크게 깨달아 분양선소의 뒤를 이어 임제종 도풍을 천하에 크게 떨쳐 ‘서하사자(西河獅子)’라고 불렸다. 이전에 ‘임제할 덕산방’이 있었다면 자명에겐 ‘자명매(慈明罵)’가 있었다. 자신이 행각할 때 선배들에게 욕을 먹으면서 다녔고 스승인 분양선소에게도 욕을 먹고 망신당하며 깨달음이 열렸듯이, 자신 또한 제자들에게 준열한 기봉으로 자비의 꾸짖음을 사용했다.

책을 번역하고 주를 단 역주자 영곡 스님은 “금강안정을 완벽하게 갖춘 그의 선적 경계는 전반에 걸쳐 치소(緇素) 따위는 어디론가 쓸어버리고 털끝만큼의 휴흠(虧欠)조차 몰래 숨겨버렸다. 이어 조사선의 찬란한 마니구슬을 기나긴 장공에 가득히 주렁주렁 매달아 서로서로 잘 비추게 하고 있다. 스님은 콧구멍 안이나 발바닥 아래에 몸을 숨기고서 한마디 내뱉거나 한 가닥 흰 명주실이 되어 인다라망을 펼치고 고색 넘치는 옛 사당 안의 향로가 되어 제방의 하늘 끝까지 향기를 피워 내보낸다”고 자명 스님을 평가했다. 영곡 스님은 특히 자명 스님이 고고한 임제의 가풍을 저자거리로 끌고 나아감으로써 선의 대중화를 시도한 최초의 선사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자명초원 스님이 후세에 끼친 가장 큰 영향으로 황룡파와 양기파의 두 파가 생겨나게 됨으로써 선문에서 오가칠종을 형성케 한 점, 견실한 기초를 닦음으로써 임제종의 광범위한 전파를 이룬 점, 멀리 고려와 일본에까지 널리 전파해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선종이 성행하게 한 점 등을 꼽았다.

영곡 스님의 국내 첫 번역을 통해 송대 사대부들과도 교류하며 사대부들이 선풍을 즐기도록 함으로써 역사상 선종이 가장 크게 꽃피게 하고, 계층 구분 없이 사회 전반에 선이 영향을 미치도록 노력한 자명초원 스님의 가르침을 만나볼 수 있다. 3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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