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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습(薰習)

비대면의 시대 불교의 위기

훈습(薰習)은 불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다. 범어(梵語) ‘바사나(vāsanā)’를 한역한 것으로 어떤 냄새가 몸에 배는 것을 뜻한다. 좋은 향을 피우면 좋은 향기가 몸에 배고, 생선과 함께 있으면 생선의 비린내가 몸에 배는 이치가 훈습이다.


훈습의 의미는 가치중립적이다. 맑고 투명한 마음과 선하고 진솔한 행동들은 좋은 습관으로 이어져 훈습돼 몸에 쌓인다. 나쁜 마음과 독한 행동들은 또 그대로 쌓여 그 사람의 졸렬한 인격과 못된 습관들을 형성한다. 그런데 훈습은 꼭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훈습은 자기 스스로의 의도적 노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타고난 환경에 따른 훈습은 개개인의 노력을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 가난하고 폭력적인 환경에 태어난 사람에게 훌륭한 인격과 선한 마음이 훈습되기는 어렵다. 불교에서는 이런 억울한 훈습에 대해 전생의 업에 의한 습기(習氣)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부처님을 닮아가는 과정이다. 이것 또한 일종의 훈습(薰習)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공부하고 실천하며 조금씩 나쁜 습기들을 제거하고 참되고 바른 노력들을 계속적으로 몸에 새겨가는 과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불교가 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특별한 날에도 절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절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참석여부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사찰에서 이뤄지는 기도와 수행, 교리 공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보살행까지 모든 것이 멈춰선 것이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교리를 공부하고 사찰에서의 법회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훈습은 눈으로 익히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체득하고 몸에 배이게 하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에서 뛰어난 무술의 고수라도 그 고수의 민첩성과 빼어난 근육은 실제 나의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극복될 때까지 조심은 필수적이다. 그렇더라도 신행은 몸과 마음에 새기는 것이지 눈에 새기는 것이 아님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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