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따시종 캄파카곰파 7박8일 ‘참’
13. 따시종 캄파카곰파 7박8일 ‘참’
  • 윤소희 교수
  • 승인 2020.06.29 16:07
  • 호수 15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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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도달점과 도달하는 법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설법마당

캄툴린포체가 직접 의례 주제·수많은 수행자 함께하는 모습에 환희심
정화·결계 의식에는 ‘법계엔 본래 장애 존재하지 않는다’ 메시지 담겨
마지막 날, 금강무로 축적된 에너지 법계의 모든 중생에 회향 감동적
캄파카곰파 구루의 춤.

다람살라 맥그로간즈에서 버스로 2~3시간 거리의 따시종(Tashi jong)은 티베트 이주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산골마을이다. 같은 까규파인 헤미스곰파와 캄파카곰파는 제3대 짬빠짜레 린포체 이후 독립된 소종파로 자리 잡았다. 3대 린포체는 불국토에서 다카와 다키니들이 춤추는 것을 보았다. 이때 이마 가운데 지혜의 눈이 있는 놋쇠가면을 쓴 다키니는 바즈라 만트라를 암송하며 “몸과 음성과 마음의 문을 열어 붓다의 가피를 받으라”고 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헤미스곰파와 캄파카곰파 모두 놋쇠가면을 쓴 다키니의 춤이 있다.

캄파카곰파는 까규의 8소파(小派) 가운데 ‘둑’파이다. ‘둑’은 티베트어로 ‘용’을 뜻하는데, 이는 린포체가 법문할 때 9마리의 용이 승천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1대 캄툴린포체 깔마땐팰(1560~1628)은 유랑 수행 중 사나운 개들이 덤벼들자 금강 참무를 추어 물리쳤다는 일화가 있다. 1958년 인도로 망명한 제8대 캄툴린포체인 깔쌍돈쥬니마(1931~1980)는 7~8년간 유랑하며 깔링풍, 다질링, 부노리 등지에서 법회를 열던 중 히마찰주 깡그라 지역의 산 중턱에 정착하였다. 이곳을 “길상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따시종’이라 이름 짓고 길상원만법륜림을 형성하며 캄파카곰파를 창건하였다. 
 

파드마 바즈라와 구루들. 무문관 수행자인 독댄과 제자들이 구루들을 모시고 있다.

캄툴린포체8세는 경학 수행에 정통하였고, 법요의식, 라마댄싱에도 뛰어나 사찰 창건을 위해 탁발할 때도 법무(法舞)를 추었다. 따시종에 정착한 이후 무문관 수행을 강행하여 신통이 뛰어난 독댄들이 다수에 이르렀고, 이들은 때로 법열에 취하여 밤새도록 춤을 추었다. 따시종에서 언덕 하나를 넘어가면 캄툴린포체로부터 수행 지도를 받아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부처가 되리라’를 쓴 텐진빠모와 그녀가 세운 비구니 수행도량이 있다. 1980년 티베트력 1월18일(양력 2월15일) 캄툴린포체8세가 열반하였고, 그해 11월23일에 환생처를 찾아내었다. 1982년 9월22일 제9대 캄툴린포체 착좌식을 하였을 당시는 돌이 막 지난 때였다. 얼마 뒤 어린 캄툴린포체가 텐진빠모를 만났을 때 “서로 알아보고 지난 얘기를 나누었다”는 일화가 있다.

캄파카곰파에서는 티베트력 2월10일에 참을 설하는데, 학기 중이라 의례 참여를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리하여 캄파카곰파에서 촬영해둔 동영상과 의례 지도법사인 푼촉라마와 이 의례를 지켜본 한국 스님들의 도움으로 ‘참’의 절차와 내용을 파악하였다. 여러 자료를 보니, 캄툴린포체가 직접 법상에 앉아 롤모로 의례를 주제하고, 샤낙모와 법의를 입고 법무를 추는가 하면 긴 머리카락을 틀어 올린 둑댄(무문관 수행자)을 비롯한 수많은 수행자들이 의례를 수반하는 모습에 환희심이 절로 났다.

캄파카곰파의 ‘참’은 파드마삼바바의 탄생일 이틀 전인 2월8일 예행연습을 시작한다. 율주스님이 북을 치면 의례를 봉행할 스님들이 집결하여 각각 맡을 역할을 배정받아 준비를 한다. 스님들은 의례를 원만히 설행하기 위한 기도와 내적인 마음의 정화를 중시하였다. 다음날 아침인 2월9일 정화와 결계의 날이 밝았다. 아침 9시경 관세음보살께 의례 설행을 위한 기도를 한 다음 무복을 차려 입은 후 보리심의 서원을 다지며 도제풀바(Vajrakilaya) 수행을 하는데 그 모습이 진중하고 성스러웠다.

도제풀바 수행이 마무리될 즈음 마당에서 나팔을 불고, 법기를 두드리며 무승들을 마당으로 초대하였다. 무승들은 외적으로는 의례 공간인 마당, 내적으로는 마음을 정화하는 보호륜의 춤을 추는데 이 춤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법계에는 본래 장애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서 깨달음 성취에 대한 만다라를 관하는 망가라춤을 추는데, 이 춤의 마무리는 금강 바즈라 망치로 풀바를 내려쳐 모든 유정들의 부정적인 업을 제거하고 윤회계에서 방황하는 근본적 원인이 사라졌음을 나타낸다. 이어서 무승들은 자신들이 쌓아온 수행 공덕을 일체 중생에게 회향하기를 발원하고, 본래의 순수 법계 상태를 회복한 청정 공간을 열어둔 채로 무대를 떠남으로써 하루 절차가 마무리된다. 
 

놋쇠가면의 춤.
캄파카곰파의 샤낙춤.
캄파카곰파의 샤낙춤.

제2일인 10일에는 파드마삼바바 탄생 축하 법무회(法舞會)의 날이다. 나팔과 법고 소리를 듣고 샤낙승들이 마당을 돌며 춤을 추는 것으로 시작된 이날의 절차는 헤미스곰파의 첫째날 오전 의식에 해당한다. 따시종 구루의 모습과 구성은 헤미스곰파와 마찬가지로 8구루(사자후음, 태양광, 지혜승, 파드마 바즈라, 해생금강, 파드마삼바바, 연화왕, 석가사자, 분노금강)로 구성되었다. 이날의 절차 중에 수행·헌신하는 이들이 구루를 향해 외적·내적 공양을 올리는 것은 헤미스에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매우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남성과 여성으로 분한 두 수행자는 칠지좌법(七支坐法)의 자세로 공중 부양하여 착좌한 후 자성공을 관(觀)하였다. 이러한 자세는 수행의 내공이 그야말로 금강과 같이 견고하지 않으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기에 마당에 둘러앉은 관중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구루와 무승(舞僧)들에 대한 존숭과 귀의심이 충만해진다.

이어지는 나흘간의 내용은 헤미스곰파에서 여러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춤추던 것이 모두 독립된 절차로 진행되었다. 제3일(2월11일)은 13위의 문수명주(文殊命主), 감로공양, 4묘지지기(四尼陀林主), 사방문여신(四女門神), 검은 까마귀와 노란 올빼미, 각 2수씩 수사슴과 수소, 분노존과 그 권속들의 춤에 이어 모든 장애를 부수는 의식과 헌공 후에 분노존과 여타 권속이 정화된 법계로 돌아왔다. 제4일(2월12일)은 사자탈을 쓴 남녀 호신과 그 권속, 원숭이탈과 그 예하 여러 동물의 춤, 제5일(2월13일)은 밀행 신비와 위력을 널리 펴는 춤(施防呪術), 제6일(2월14일)은 염라왕과 그 권속들의 춤, 각각 8명으로 구성된 얍(勇父)과 염(勇母)이 길상의 푸른색을 칠한 북을 들고 깃발과 발에 지혜의 눈을 표하며 춤추는데 헤미스곰파의 얍과 염의 춤에 비하면 그 줄거리와 표현이 매우 장대하고 구체적이었다. 

캄파카곰파의 참 절차 중 헤미스곰파에서 보지 못했던 인상적인 장면을 들면, 까마귀와 올빼미의 춤, 사슴의 춤, 파드마삼바바의 높은 수행 단계를 표현한 춤이었다. 낮을 상징하는 까마귀와 밤을 상징하는 올빼미는 낮과 밤이 맞물려 돌듯 빙빙돌며 춤추다 일상의 번뇌를 쓸어버리는 동작을 취하였다. 두 수사슴은 에고를 상징하는 표적을 칼로 찍어서 마구 먹어 치웠다. 이는 에고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개념을 먹어 치우는 행위다. 사슴이 에고를 소화시키고 나면 순수한 법계와 밀승(密僧) 수행자만이 남는데 바로 그 순간 사슴의 손에 든 활과 화살의 위치가 바뀐다. 상대적 진리를 완전히 타파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오른손의 활은 궁극의 진리를 깨달음으로 생긴 숭고한 감사의 뜻을 나타낸다.
 

자성공양을 관(觀)하고 있는 수행자들.
호법영웅들의 춤.

한 가지 더 중요한 순서는 사악한 마라(mara, 더러움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와 그 부하들을 물리치는 여왕의 춤이었다. 이는 파드마삼바바의 제자들이 겪는 최상승의 수행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라는 깨달음을 성취하기 직전의 수행자들을 괴롭히는 존재들이다. 여러 가지 가면을 쓰고 수행자들의 나약함과 아만을 찾아 공략하는 마라 일당은 무색계의 영역까지 감쪽같이 숨어들어 수행자들을 교란시켰다. 이들의 유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승리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견해 없는 견해의 완벽한 지혜와 자비 연민의 결합에 있다. 여왕은 붉은 가면을 쓴 파드마삼바바의 화신 제자들과 함께 악령들을 물리치는 춤을 추고 호법신들도 주변을 돌며 춤을 추는데, 그들의 머리 위에는 깃발이 있고 제3의 눈이 장식되어 있다. 무승들은 뒷꿈치를 들고 앞뒤로 움직이지만 발은 비틀거리는 일이 없으며, 눈은 모든 것을 보고 있다. 마지막 날은 7일간의 금강무로 축적된 충만한 에너지를 법계의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는 춤으로 하루를 보낸다.

7박8일간 행해진 캄파카곰파의 참무는 다소 직선적인 춤사위를 보였던 중국령 라브랑시보다 훨씬 유연한 동작인데다 빙글빙글 도는 원무가 많아 티베트 특유의 꼬라(원형순행) 문화가 느껴졌다. 신성한 ‘가르참’의 스텝과 동작, 각 절차에 수반된 금강무의 수행 관법은 파드마삼바바에 의해 전래된 초기 인도 불교 텍스트 ‘예세 감록(Yeshe Ngam-log)’에 기초한 것이다. 이를 계승한 캄파카곰파의 참은 3대 캄툴린포체 악왕 꾼가땐진(1680~1728)에 의해 정립됐다. 

따시종 7박8일의 ‘참’에는 금강저를 비롯한 수많은 의물과 무구(舞具)가 수반되고, 각 절차의 복식과 탈, 춤 동작은 철저하게 호법 만다라의 상징체계에 맞추어져 있다. 또한 각각의 춤은 허공, 바람, 물, 불, 땅, 단(壇城), 혈(血), 사방(四方), 고루(骷髏)가 지닌 비의(秘意)들이 의궤의 치밀한 설계 위에 재현된다. 금강저를 비롯한 각종 호법 무구를 휘두르는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가 있다고 여기는 망상과 스스로 만든 견해와 에고의 장애를 혁파하는 것이지 외부를 향한 투쟁이 아니다. 따시종의 참은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수행의 몸짓으로 증거해 보이는 행법이었다. 따라서 따시종의 참무는 깨달음의 도달점과 거기에 이르는 방법을 세세하고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설법의 마당이다. 

윤소희 음악인류학 박사·위덕대 연구교수 ysh3586@hanmail.net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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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원륜 2020-07-04 23:19:40
밀교는 비밀전교가 아니라 수행의 방법 그 자체임을
의례를 통해 증명하는 참법의 세계를 알게되었습니다.

찬드라 2020-07-01 14:48:41
이것이 진정한 불교의식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