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학계와 지계
24. 학계와 지계
  • 정원 스님
  • 승인 2020.06.29 17:26
  • 호수 15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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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변화의 출발은 사소한 언어와 작은 행동

계에 대한 구체적 학습이 학계
청정계체 지키는 노력이 지계
반성·개선 이끄는 장치가 계율
한국불교 장래는 계율에 달려

계를 받는 공덕은 무량하지만 간략히 말하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천룡팔부가 외호하며, 일체 번뇌를 조복하고, 일체 악업을 소멸하며, 일체의 선근을 기르고, 일체의 공덕을 성취하고, 일체의 도과(道果)를 장엄하고, 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며, 항상 인천(人天)의 선취에 태어나며, 생사를 영원히 해탈하며, 구경에는 성불하게 된다.

계법은 모든 중생을 대상으로 평등하게 적용된다. 그래서 계를 받고 나면 십법계에 존재하는 일체의 유정들이 보호하고 아끼는 평등심을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승불교에서는 육식을 찬성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선행이라도 일반인의 선행은 천상에 태어나는 과보를 받는데 그치지만 수계를 받은 이의 선행은 생사해탈과 구경성불의 과보를 가져온다.

계를 받은 후에는 지켜야 할 계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 학습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지키는 것인지, 범하는 것인지, 범했을 경우 참회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학습이 이뤄지면 우리가 받은 청정계체가 훼손되지 않도록 잘 지키려는 노력과 실천이 따라야 한다. 이러한 학계(學戒)와 지계(持戒)의 과정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계체에 수순하여 신구의 삼업을 여법하게 사용함으로써 청정계행이 익어진다. 유식에서는 업종자와 명언종자의 두 가지 인과응보를 이야기 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종자 즉 씨앗의 형태로 아뢰야식에 저장되었다가 조건이 성숙하여 적정 시기에 다다르면 다시 우리가 체험하는 길흉화복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자업자득의 인과응보가 업종자(業種子)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가지는 인지적 성향, 가치관, 세계관, 자아관 등이 씨앗의 형태로 제8아뢰야식에 저장되었다가 미래 혹은 내생에 우리로 하여금 그와 동일한 성향을 가지게 한다는 인과응보이다. 이것은 주로 우리의 언어적 능력과 관계되므로 명언종자(名言種子)라고 한다.

업종자는 정해진 것이므로 바꾸기 힘들지만 명언종자는 현재의 관점에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므로 수행의 주요대상이다. 수계(受戒)를 통해 계체가 형성되고, 학계(學戒)를 통해 계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가치관이 바뀌고, 지계(持戒)의 과정을 통해 계법에 수순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면서 언행에 변화가 생긴다. 진정한 변화의 출발점은 우리가 사용하는 ‘사소한 언어’와 ‘작은 행동’이다. 지금부터 명언종자인 언어와 행동을 바꾸면 사고방식이 바뀌게 되고, 그에 따라 차례로 습관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고, 결국에는 인생이 통째로 바뀐다. 따라서 불법에 입문하여 정말로 크게 변하고 싶다면 지금까지 익숙했던 방식대로 신구의 삼업을 다루지 말고 낯선 방식으로 다루는 노력을 해야 한다.

출가하여 자주 들었던 어른스님들의 말씀이 ‘선 것은 익게 하고 익은 것은 설게 만들라’였다. 이렇게 바꾸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반성과 개선하려는 애씀이 필요한데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가 계율이다. 그래서 진정한 불자의 첫걸음이 삼귀의 오계를 받는 수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출가자라면 누구나 삼귀의 오계를 줄 수 있어야 하고, 신도들도 삼귀의 오계를 받겠노라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계율의 중요성과 실천에 대한 인식과 행법이 한꺼번에 바뀌기는 힘들더라도 관심 있는 누군가부터 하나둘씩 시작하다보면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국불교의 장래가 계율에 달려있다는 어른스님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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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2020-06-29 20:42:01
계율의 숲을 산책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