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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통증과 마음챙김

마음챙김, 삶의 균형감 있는 자각·통제권 선사

괴로움은 통증에 저항할 때 발생
있는 그대로 두면 저절로 사라져
차분하게 통증 관찰하는 법 알면
서서히 줄어 결국 자유로워질 것

통증(pain)은 부상, 진행 중인 질병, 혹은 신경계 자체의 변화로부터 두뇌로 전달되는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정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통증에 켜켜이 쌓인 육체적이고 정서적인 것이 합쳐진 상태를 느낀다. 이것을 1차 통증에 대한 마음의 반응이라고 한다. 전통적 개념에서는 신체 손상을 알리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면 뇌는 그것을 수동적으로 인식할 뿐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뇌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느끼기 전에 몸에 전달되는 정보뿐 아니라 마음에서 전달되는 정보도 함께 결합한다. 이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의 마음을 통해 흘러가는 생각과 감정들이 괴로움의 강도에 극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신젠 영이 만든 괴로움과 통증, 저항에 관한 공식인 ‘괴로움(suffering)=통증(pain)×저항(resistance)’에 따르면, 괴로움은 고통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통증(P)에 저항(R)할 때 괴로움(S)이 발생한다. 괴로움은 기체와 같아서 고통에 대한 저항이 사라지면 괴로움 역시 사라진다. 만약 통증을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있도록 허용하면 종국에는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신체적 통증을 바꾸려 하고, 그것에 맞서 싸우고 저항할 때 통증(괴로움)은 더욱 심해진다. 

손가락이 베이면 상처 부위를 깨끗이 소독한 다음 붕대를 감아 치료한다. 이것이 바로 타고난 자기연민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서가 위험에 처하거나 불쾌한 감정과 맞닥뜨릴 때, 우리는 그것이 마치 외부의 적이라도 되는 양 본능적으로 맞서 싸운다. 하지만 이러한 내면의 다툼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호랑이한테서 살아남는 데는 효과적인 대처법이었을지 모르지만, 일상적인 정서 생활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 불안과 맞붙어 싸우면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고, 슬픔을 억누르면 만성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르며, 잠들려 애쓰면 밤을 꼬박 새울 수도 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통증에 저항하는 것은 현실이라는 벽에 머리를 처박는 것과 같다.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해 더 많이 저항할수록 우리는 더 많이 고통받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면 고통에 쉽게 빠져드는 길이 마음속에 다져진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뇌는 통증을 더 신속히 더 강도 높게 감지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미세하게 조정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통증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조절하는 볼륨 조절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마음이 그저 통증을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거기에 담긴 정보를 함께 처리하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지금 이 순간’을 판단하지 않고 알아차리기 시작하고, 잔물결 없는 투명한 웅덩이처럼 일어나는 것들을 왜곡 없이 비출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 묶음으로 마음에 전달 된 서로 다른 통증들을 가닥가닥 나누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또한 통증에 휩쓸리기보다는 차분하게 통증을 관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자신의 마음과 몸이 활동하는 모습을 봄으로써 아픈 감각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고 그 아픔과의 싸움을 내려놓을 수 있다. 통증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때 역설적으로 그 크기가 점차 줄어들어 마침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통증이란 원래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최근 실험에 따르면 마음챙김에 의한 통증 불쾌도 감소 수준은 평균 57퍼센트였고, 숙련된 명상가의 경우 최고 93퍼센트까지 감소했다. 마음챙김이 통증의 볼륨 조절 스위치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마음챙김이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에 대한 자기연민을 갖추어 온전히 현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삶에 대한 균형감 있는 자각과 더 나은 통제권을 선사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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