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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몬 작가의 ‘데이빗’ - 하

기자명 유응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서커스 단장이 돼지 데이빗에
“자신만의 삶 연출하라” 당부
불교는 자기를 배워나가는 것
주인공 원한다면 “깨어 있어라”

돼지 데이빗의 삶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돼지 데이빗의 삶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웹툰 ‘데이빗’은 가독성이 높은데, 그 이유는 데이빗의 삶 속에 성공과 시련이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그림체도 이국적인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

데이빗이 시골 마을을 탈출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농장 울타리에 틀어박혀 있으면 영영 돼지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조지의 말 때문이다. 조지의 말을 듣고서 데이빗은 축사에 있던 자신의 친모가 떠오르고, 그러자 엄마가 살던 콘크리트 축사나 자신이 사는 집이나 똑같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데이빗은 조지와 함께 야반도주해 서커스단에 입단한 뒤 대도시인 빅요크로 가는 기차에 오른다. 조지가 따뜻한 1등석에서 술을 즐길 때 데이빗은 빛조차 들지 않는 화물칸에 실려 간다. 하지만 빅요크에 도착하자 둘의 처지는 정반대로 바뀐다. 단장이 조지에게 무대에 오를 수 없다고 말한 뒤 이렇게 덧붙인다.

“현실을 직시하지 그러나? 자네는 그저 데이빗을 고용하는 데 따라 붙은 ‘덤’일 뿐이야.”

결국 무대에 오르지 못한 조지는 데이빗의 매니저를 자처한다. 무대 밖에서 데이빗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호사가들과 자신의 상품에 데이빗의 얼굴을 싣기 위해 줄을 서는 기업들로 조지도 쉴 틈이 없었다.

마지막 공연을 앞둔 상황에서 조지는 단장에게 “앞으로는 당신에게 어떠한 권리도 없다”고 말한다. 단장은 “데이빗을 빼고 나면 자네한테 뭐가 남지?” 

작품 속에서 서커스단 단장은 선이 곧은 인물로 그려진다. 단장은 데이빗에게나 조지에게나 멘토의 역할을 한다. 마지막 무대를 마친 뒤 단장이 데이빗에게 건넨 말은 인상적이다

“데이빗. 저 앞에 객석을 보게. 텅 비어있지? 언제 그렇게 붐볐냐는 듯 말이야. 인생도 마찬가지일세. (중략) 인생의 객석을 얼마만큼 채우느냐는 자네  하는 것에 달려 있어. 그리고 그 연극의 연출 역시 모두 자네 몫이야. 남들이 뭐라 하든지 자네만의 삶을 연출하게.”

단장이 데이빗과 조지에게 건네 말을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매일 같은 자문자답을 한 중국의 서암 스님이 떠오르게 된다. 그 자문자답인즉슨 아래와 같다. 

“주인공아!” 
“네.” 
“깨어있어라!”
“네.”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말라!” 
“네!” 

스피릿이라는 인권단체의 캐서린도 데이빗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될 것을 주문한다. 어릴 적 입양됐다가 친자식이 생기자 양부모로부터 파양된 캐서린은 곰팡이 핀 보호소에서 돌아오지 않는 양부모를 기다리며 ‘나는 누구인가? 누구한테 났고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하는 근원적인 화두를 갖게 된다. 결국 캐서린은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밟고 지나온 발자국’임을 깨닫는다. 이 작품이 불교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이유도 ‘존재론적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은 ‘말과 침묵’이라는 글에서 “불교를 배운다는 것은 곧 자기를 배움이다. 해탈된 자기란 본래적인 자기, 전체인 자기를 가리킴이다”고 설했다. 기실,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 “너는 누구냐?”라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다름과 같음을 말하는 것은 거울 속의 영상에 분별하는 것과 같다. 거울 밖에 법이 없고 그와 나는 하나이다”라는 ‘종경록’의 구절을 깨닫고 있을 테니까.

유응오 소설가 arche442@hanmail.net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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