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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참(cham) (끝)

기자명 정혜진

샤머니즘적 의식에 불교 가미된 티베트 전통무용

사원 건립 방해한 악령 물리치기 위한 의식 금강무서 유래
티베트 사찰에서 매년 공연…액운 막고 질병퇴치‧행복 기원
종교의식이지만 익살·해학 담겨…우리나라 ‘처용무’와 닮아

참은 액운을 물리치고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매년 사찰에서 공연된다. 출처 삼예사원
참은 액운을 물리치고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매년 사찰에서 공연된다. 출처 삼예사원

부릅뜬 두 눈에는 핏발이 서있고, 커다란 이빨은 송곳니처럼 날카롭고, 머리털과 눈썹과 수염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듯 적황색의 화염상(火焰狀)에, 머리에는 오골관까지 쓴 분노의 신이 악마를 제압하는 모습은 신화에 머물러 있지 않다. 티베트 최초의 사찰인 삼예사원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토착교의 방해가 심하자 그 흉신들을 물리치는 장면이 금강무(金剛舞)로부터 이어져 지금도 티베트의 불교무용인 참(Cham)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중앙아시아의 무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샤머니즘과 불교에 각각 연원한다. 불교의식에서는 보다 형식이 있는 공연예술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는데 참이 그 좋은 예이다. 불교사원에서 거행되는 참은 예로부터 내려오던 티베트의 샤머니즘적 의식무용에서 출발한 것으로 시대와 더불어 점차 불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변모했다. 

티베트의 불교무용은 747년 인도에서 온 아미타불의 화신인 파드마 삼바바(蓮華生)에 의해 시작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티베트 왕 트리송 데첸이 불교사원 건립을 허락하지 않는 악령을 없애기 위해 파드마 삼바바를 불러 의식을 거행한다. 그는 바즈라킬라야(vajrakilaya)라는 금강무를 추었고 악령의 방해를 없앴다. 이후 오랜 기간 동안 변용을 거쳐 지금에 이른 참은 티베트, 네팔, 부탄, 인도, 몽골 등지의 불교 사원(gumpa)에서 연행, 전승되어 온 제의적 가면무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는 참이 악령의 세력을 정화하는 행위에서 시작되었다는 샤머니즘 유래설의 근거이자, 토착의 본교와 외래의 인도불교(밀교)의 영향이 짙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도승이 행한 명상의 한 형태이기도 하며 신들에게 바치는 춤이기도 한 참은 달라이라마의 역할이 상당했다. 제5대 달라이라마(Gyalwa Lobsang Gyatso, 1618~1682)가 그 중 하나로, 종교적 춤에 관한 책(‘Chams Yig’)에서 참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였고, 제13대 달라이 라마(Thupten Gyatso, 1876~1933)는 영국의 티베트 침략 당시 몽골로 피신해 꿈을 꾼 뒤, 꿈을 바탕으로 ‘몽골에서 온 백인’이라는 참을 만들었다 전한다.

참은 티베트 불교권 사람들의 피안 이미지를 구현하는 춤으로서 신이나 신격화된 인물 혹은 동물을 상징하는 탈을 쓴 춤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탈은 입을 벌리고 송곳니가 있으며 혀가 보이는 것이 많다. 동물가면 외에 흔히 보이는 가면은 세 개의 눈을 가진 분노한 신의 얼굴을 한 가면이다. 이들의 머리 위 다섯 개의 타래 장식은 인간의 오죄(탐욕·시샘·어리석음·유치함·욕정)에 대한 극복의 상징이다. 또 눈썹이나 턱의 불꽃 장식에는 신앙을 정화시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티베트의 우화와 역사 및 신성을 상징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담아낸 것이다. 무섭게 고안된 가면은 무서울수록 신자들을 보호하는데 효과적이라는 믿음으로 제작이 되었다. 이른바 “악마의 가면”이라고 불리는 가면은 신자들을 해로부터 구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분노에 찬 수호신들의 얼굴이다. 

춤은 가면을 쓴 승려 자체가 본존불이 되어 독경이나 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정해진 단계를 밟아 추어진다. 춤의 몸짓은 엄밀히 규정되어 있어 하나하나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색도 마찬가지다. 흰 가면은 ‘식재(息災)’, 노란색은 ‘증익(增益)’, 빨간색은 ‘경애(敬愛)’, 검은색은 불적을 멸망시키는 ‘조복(調伏)’을 나타낸다. 액을 막고, 이익을 늘리고, 신에 대한 경배와 악을 물리치는 것 등, 춤을 추는 목적이 가면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참에서의 춤은 모든 것을 정복하는 신비스러운 능력, 즉 깨우친 사람들의 가르침을 뜻하는 ‘달마’를 보여준다고 알려진다.

참에 등장하는 신들은 속세와 관련된 낮은 급의 신과 속세 밖의 고위 신들로 구분된다. 나이가 어린 승려가 춤추는 참은 비교적 저급의 신들이며, 점프와 스텝을 반복하는 움직임의 빠르기가 특징이다. 반면 성인 승려의 참은 호화롭고 무거운 의상으로 인해 동작은 완만하지만 크고 역동적인 동작과 중후한 울림이 있다. 

한때 참에서 의상은 귀한 것이었다. 문화혁명 기간 동안 10년 이상 춤은 금지되었고, 의상 소품은 압수되어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숨겨 놓았던 것도 훼손 정도가 심해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1980년대 초반에 다시 추기 시작했을 때, 의상은 기억과 문헌에 남은 기록에 의존해 다시 만들어야 했다.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도서관도 문화혁명 중에 파괴가 되어, 외국 박물관들과 개인 소장품을 제공받아 복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티베트 불교 사원에서는 해마다 탈을 쓴 참의 춤이 펼쳐진다. 신화적인 이야기 이외에 수행을 쌓은 승려들이 액운을 물리치고 질병을 퇴치하며, 살아 숨 쉬는 이의 행복을 기원하며 탈을 쓰고 추는 춤이 참이라 여기기에, 티베트에서는 온 가족이 참을 보는 것이 관례이다. 참을 관람함으로써 부처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여러 모양의 가면을 쓴 승려들은 샤머니즘적 색채가 강하던 전통 종교인 본교에 대한 불교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춤으로, 불법(佛法)에 거스르는 벌거벗은 허수아비(linga)를 처단함으로써 불법의 위대한 승리와 악의 필멸이라는 종교적 교훈을 제시한다.

가벼운 리듬에 맞추어 결혼, 출생, 죽음, 추수 등 속세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해골 가면을 쓴 악령이 나타나 죽음의 춤을 추며 지하 세계를 보여주는 참은, 결국은 선령이 악령을 누르고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렇듯 삶과 죽음, 액막이와 의식을 복합적으로 결합한 예술이지만, 무겁지만은 않다. 참은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어 구경꾼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관음보살의 사자인 선령이 느릿느릿 위엄찬 검무를 추면서 악령을 물리치는 장면을 지켜보는 관중들의 자세는 진지하다 못해 경건하기까지 하여 법무(法舞)로서 손색이 없다.

가면을 쓰고 나와 신화를 극으로 풀어낸 참은 우리나라의 처용무와 닮아있다. 스토리가 있고 역할이 있는 탈춤과도 비슷하다. 종교의식이지만 그 속에는 익살과 해학이 깃들여져 있고, 승속(僧俗)이 한데 어울려 함께 웃고 함께 즐기는 모습은 축제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참은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는 “만약 사람들이 여러 가지 아름다운 춤과 음악으로 마음을 다해 공양을 한다면 모두 불도를 이루게 되리라”는 ‘법화경’ 게송의 법문처럼, 1300여년을 이어온 티베트 참 무용에 담겨져 있는 발원이 우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재를 통해 국내외에서 전승되고 있는 불교무용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봤다. 더 많은 불교무용을 소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이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함을 지면을 통해 밝힌다. 

정혜진 예연재 대표 yeyeonjae@gmail.com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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