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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에 유가족 머무는 것도 막아선 자칭 제보자들

  • 교계
  • 입력 2020.07.03 10:05
  • 수정 2020.07.04 20:13
  • 호수 1544
  • 댓글 22

7월1일, 김대월 학예사 공문 통해 유가족 거주 사전 설명·근거 요구
머물기 희망한 건물은 법인 시설…“사전설명” “허가근거” 등은 월권
일부 직원들 의혹 동조한 일본인은 법인 지속적 퇴거 요구에도 불응
유족들 명절 때에도 시설서 생활…역사관장 직인 무단 사용 의혹도

나눔의집 뒤편 '다목적 수련관'은 당직 직원들과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유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돼 왔다.
나눔의집 뒤편 '다목적 수련관'은 당직 직원들과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유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돼 왔다.

후원금 통장을 장악하고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직원에겐 월급을 주지 않는 등 갑질 횡포를 벌이고 있는 나눔의집 일부 직원들이 이번에는 법인 시설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유가족이 머무는 것까지 시비를 걸고 나섰다.

고 김순덕 할머니 아들, 고 이용녀 할머니 아들 등 위안부 피해자 유가족 3명이 최근 나눔의집에 머무를 수 있게 해달라고 법인에 요청해왔다. 법인 측은 이들 유족이 추석이나 설 등 명절 때마다 어머니 유골이 모셔진 나눔의집을 찾았기에 이를 수용했다. 더욱이 나눔의집 뒤편에 자리한 다목적 수련관은 이전부터 유가족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돼왔다. 그런데 할머니 유가족들이 나눔의집에 머무르는 것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나눔의집 학대 및 횡령 의혹을 제기했던 일부 직원들이었다.

나눔의집 의혹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김대월 학예사는 7월1일 공문을 통해 “고 김순덕 할머니 아들 양한석님의 거주를 사전 공지 없이 허락했다”며 양한석씨의 입주를 허락한 사유와 근거를 밝힐 것을 법인에 요구했다. 또 “나눔의집 뒤채(다목적 수련관)는 나눔의집 직원, 해외봉사자, 인턴 등 거주공간으로 현재 나눔의 집 국제실장 OOO OOO(일본인), 인턴 OO OOO(독일인)씨가 거주하고 있다”며 “뒤채의 빈방 6개는 코로나19로 인한 임시거주시설로 광주시에 등록(공문 : 나눔20-038호)돼 있다”고 주장했다.

다목적 수련관은 2000년도 후반 생활관 건물공사가 진행될 당시 할머니들의 임시거처로 지어졌다. 생활관 공사가 끝난 뒤에는 당직 직원들과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유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돼 왔다. ‘다목적 수련관’은 법인 관할 시설로 유가족이 수련관에서 머무는 것을 일부 직원들에게 사전 공지할 의무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일부 직원들이 “사전 설명” “허가 근거” 등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리를 넘어선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유가족들 가운데 나눔의집 할머니들이 그동안 편안하게 생활했다고 증언했기 때문에 막아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나눔의집 법인 관계자는 “나눔의집에서 오랜 시간 지냈던 할머니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이곳을 유가족이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추모와 애도의 공간이기도 하다”며 “어느 때라도 유가족들의 방문을 허용하고 환영하는 것이 나눔의집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나눔의집에 머무르기를 희망하는 유가족 중에는 고 김순덕 할머니의 아들 양한석(73)씨도 포함돼 있다. 고 김순덕 할머니는 1992년 나눔의집이 서울 혜화동에 자리 잡았을 때부터 함께 생활했다. 김 할머니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못다 핀 꽃’ 등 그림으로 일본군의 만행을 전 세계에 고발한 당사자다. 김 할머니의 그림이 한국·일본·미국·캐나다 등 순회 전시되며 일본의 위안부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순덕 할머니는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다 2004년 6월 가족과 스님들의 염불 속에서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쳤다.

고 김순덕 할머니 아들 양한석씨는 나눔의집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할머니 학대 논란과 관련해 “나는 30년 가까이 나눔의집을 지켜봐온 산증인”이라며 “할머니들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잘 지내고 계셨다. 나눔의집에서 2~3년밖에 근무하지 않은 직원들이 어떻게 할머니들을 학대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양한석씨는 나눔의집 건립에 힘쓴 스님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던 때 월주 스님을 중심으로 나눔의집이 건립됐다”며 “간혹 할머니들이 잘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스님들이 먼저 사과해 할머니들을 다독이고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늘 배려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양한석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한없이 눈물을 떨구며 안타까워했던 원행 스님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나눔의집 전경.
나눔의집 전경.

현재 ‘다목적 수련관’에는 김대월 학예사가 공문에서 밝힌 것처럼 일본인 남성 A씨와 인턴으로 채용된 20대 초반의 독일인 여성 B씨가 거주하고 있다. 일본 신문사 사진기자였던 A씨는 2003년 초부터 2006년까지 ‘나눔의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나눔의집 활동을 계기로 만난 독일 여성과 결혼해 13년 동안 독일에서 머물다가 2019년 2월 나눔의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부터 국제팀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인 A씨는 안신권 전 소장의 동의를 얻어 ‘다목적 수련관’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해 3월 할머니들 생활관 증축공사가 진행됐고 할머니들이 ‘다목적 수련관’을 임시거처로 사용하면서 광주시청은 “할머니들이 지내시는 곳에 남자(일본인 A씨)가 살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퇴거하라”고 지시했으나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며, 지금도 법인의 퇴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인 A씨는 최근 횡령과 학대 의혹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가 난다. 할머니들을 위해 쓰라고 후원금이 전달된 건데 그 금액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다. 이것이야말로 할머니와 후원자들에 대한 배신이다.” “나눔의집 문제 해결 방법은 조계종이 나눔의집에서 100% 손을 떼면 된다.” “조계종 출신 이사진들은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할머니들을 대했다.” 등등 일방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나눔의집 정상화를 내세우며 공개적인 입장 표명까지 주저 않던 그가 정작 광주시청과 법인의 퇴거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본인 A씨와 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는 독일 여성 B씨가 다목적 수련관에서 생활하며 청구된 수도세, 전기요금 일체가 일부 직원들이 무단으로 점유한 나눔의집 후원금 통장에서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김대월 학예사가 7월1일 법인에 보낸 공문 내용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공문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임시거주시설로 광주시에 등록(공문 :나눔20-038호)돼 있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법인은 이와 관련해 “광주시청 관계자에게 사실 확인을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임시거주시설로 등록해준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공문에는 나눔의집·일본군 ‘위안부’역사관의 직인도 찍혀있는 상태다. 양태정 나눔의집 법률대리인은 “문제가 된 공문에 기재된 것처럼 역사관 직인은 대표자인 역사관장(월주 스님)의 결재를 받아 날인하는 것이 원칙인데, 법인에 확인해보니 해당 공문에 대하여는 결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조사 결과 무단으로 직인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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